미래자동차 기능개발연구원. 초등3학년 때 이후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양현민군의 꿈이다. 자동차별 연비와 기능, 내구성부터 미래의 신차 기술 같은 전문 용어가 그의 입을 통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또래들 사이에서는 ‘차박사’, ‘차덕후’로 통하는 별명을 양군도 내심 뿌듯해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쓴 ‘현민이 발명노트’
그의 보물 1호는 그동안 모은 자동차 관련 책들. 전문 잡지, 전공 서적, 자동차 백과사전을 틈날 때 마다 읽고 또 읽는다. 줄줄 꿰고 있는 최신 기술 동향, 신차 정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수줍게 내민 ‘현민이 발명노트’에는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운 각종 자동차 아이디어, 설계 도면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틈틈이 써오고 있는 발명노트가 다섯 권이 넘는다고.
그가 유독 미래의 신차 기술에 관심이 많은 건 외할아버지 때문이다. 부모님이 맞벌이라 어릴 때부터 외할아버지 품에서 ‘금쪽같은 손주’로 귀하게 컸다. “할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자동차 사고로 척추를 다쳐 걸음걸이가 많이 불편하세요. 할아버지가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드리겠다고 어릴 때부터 약속했거든요.”
자동차에 꿈을 실고
양군 아버지는 사실 ‘자동차 오타쿠’로 지내는 아들을 못마땅해 했다. 아들의 뜻을 꺾기 힘 들자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잘하는 걸 증명해 보이라”고 특명을 내렸다.
“마침 서울시 과학전시관 영재교육원에서 학생을 모집하더군요. 서류전형부터 영재성판별검사, 교수님 면접까지 3단계에 걸친 까다로운 과정을 모두 통과하니까 아버지가 드디어 인정해 주셨어요.”
1년간 영재교육을 받으며 그는 펄펄 날았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창의성 교육부터 특허 내고 3D 도면을 제작하는 실용기술까지 골고루 배웠어요.” 여기에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보성고 발명영재반에 들어가면서 그의 꿈은 가속 페달을 밟게 된다.
특허청 YIP(Young Inventor Program) 참가, 발명기자단 활동,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발명체험과정 수료, 삼성디자인 멤버십 시범 수업 참가, 국민대 자동차스쿨 수료 등 자신의 꿈과 연결고리가 있는 모든 활동을 원 없이 다 해봤다.
고교생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밀도 있는 교육이 그를 넓고 깊게 성장시켰다. “다양한 훈련을 통해 창의성의 본질을 끈질기게 탐구했고 특허청 교육을 받은 후에는 내가 고안한 발명품의 특허 명세서를 변리사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선후배들과 팀 작업을 통해서도 훌쩍 자랐다. “발명의 기술 뿐 아니라 내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한 다음 제3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표현력이 많이 길러졌습니다. 우리 발명영재반은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를 다섯 명이나 배출할 만큼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요. 다 함께 허물없이 이야기 나누는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게 많아요.”
붙임성 좋은 그는 선배들로부터 입시 준비에 요긴한 조언도 수시로 받는다. “카이스트대학생 형이 스펙 쌓기 보다는 본인의 뚜렷한 가치관부터 세워야 한다는 충고를 늘 가슴에 되새기고 있어요. 대학마다 인성면접이 강화되는 추세와도 맞물려 있지요 . 장애인, 소외계층을 위해 미래형 신차를 ‘왜’, ‘어떻게’ 만들 건지 내 나름의 흔들림 없는 주장과 논리를 다듬어 나가는 중입니다.”
될 때까지 파고들며 발명영재로 성장
좋아하는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은 꾸준히 열매를 맺는 중이다.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 은상,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영재교육원 과제연구 발표대회 금상, 보성고 STEAM 공학대전 금상, 교내 골드버그대회 금상, 국제지식재산연수원장 표창장 같은 의미 있는 상을 두루 받았다. 뿐만 아니라 승용차용 우산꽂이, 특수 드라이버 같은 특허 출원 심사도 3개나 진행중이다.
“자동차 관련해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직성이 풀려요.” 이 같은 양군의 순수한 ‘똘끼’가 학교 울타리를 넘어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주고 있다.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와의 인연도 그가 무턱대로 보낸 이메일 한통 덕분이었다.
“교수님 초대로 미래자동차 엔진 연구실을 구석구석 견학하고 신차 시승도 해봤어요. 미래 자동차 기술 트렌드에 대해 궁금했던 걸 연구원들에게 다양하게 배운 소중한 경험이지요.”
미래자동차 기능연구원이란 목표를 향해 대학 진학 후 독일 유학까지 미래 진로를 촘촘히 설계해 놓았다. “나의 롤모델은 슈퍼카를 만든 코닉세크입니다. 5살 때 자동차 개발의 꿈을 품고 22살 때 창업해 고급 슈퍼카를 만든 주인공이지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자동차로 멋지게 도로를 달릴 겁니다.” 눈을 반짝이며 미래를 이야기하는 양군은 거침이 없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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