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Talk 선배엄마들에게 듣는 쌍둥이 육아기

쌍둥이 키우기? 기쁨은 두 배 힘든 건 네 배!

지역내일 2015-02-02 (수정 2015-02-02 오전 6:08:59)

짧고 굵게 육아를 끝내고 싶은 바람 때문일까요? 쌍둥이 열풍이 뜨겁습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쌍둥이 임신 비법이 회자되기도 한답니다. 예능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쌍둥이들의 사랑스런 모습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쌍둥이를 키운 선배엄마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기쁨은 두 배, 비용도 두 배, 힘든 건 네 배 이상”이라고 털어 놓았습니다. 연년생 부모도 모르는 쌍둥이 육아의 아픔과 기쁨, 세세한 속사정을 함께 들어보시죠.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일산서구 덕이동 휘원·휘윤이네
“감사와 기쁨으로 힘든 줄 모르고 키웠어요”





박민홍(42), 이정민(41)씨 부부의 임신 확률은 8%,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에 900여 만 원이 드는 시술을 6번 시도한 끝에 쌍둥이를 임신했다. 진짜 고생은 그때부터였다. 엄마 이 씨의 자궁이 좁아 한 명의 태아도 잘 자라기 힘든 상황. 하지만 수차례의 계류유산 끝에 어렵게 얻은 아이인 만큼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다.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자궁 내막이 두꺼워지는 주사를 네 시간 간격으로 맞았다. 약을 쏟아 부으니 복수가 찼다. 마취 없이 호스로 빼내야 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체중도 많이 불었고 입덧도 심했다. 먹는 것 없이 자주 토하니 위도 나빠졌다.
휘원·휘윤(8) 형제는 34주 6일째 되던 날 1.9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미숙아에 저체중아인 쌍둥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이 씨는 말했다. 
낳았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두 아이는 한 시간 간격으로 깼고 엄마는 거의 무수면 상태로 지냈다. 잠이 없는 편인데도 힘들었다. 이 씨는 “힘든 걸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내 아이니까 먹이고 입히고 재웠지 애가 이쁘다, 놀아줘야겠다, 원하는 걸 해줘야 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단다.




쌍둥이 형제 비교하지 마세요
고맙게도 두 아들은 순했다. 귀하게 얻은 아이들이지만 애지중지 하지만은 않았다. 쌍둥이지만 형제 서열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 덕인지 희원이는 동생에게 양보하고 희윤이는 형을 존중한다. 둘은 성격도 성향도 다르다. 하지만 비교는 하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 하는 아이로 자라기만을 바란다.
“쌍둥이 키울 때는 비교하지 마세요. 누군가 어느 면에서는 더 나으니까 비교할 수밖에 없지만 부모가 표현하면 아이에게 상처가 돼요.”
아빠 박민홍 씨의 말이다. 박 씨는 “쌍둥이가 한 몫에 키우고 끝난다고 좋아하는데 한 명한테 어른 둘의 사랑이 가주지 못해 아이들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경쟁이 아닌 온전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는 것이 사회에 나가서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정민 씨는 “아이들이 저에게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기특하다. 쌍둥이가 아닌 두 아들 키운다는 마음으로 각자의 특징을 인정하고 큰 스트레스 없이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남다른 어려움도 있었지만 희원이 희윤이 형제는 잘 자라 올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밝고 씩씩하고 싹싹한 쌍둥이 형제다.




조리읍 장곡리 준영·지원이네
“맞벌이 쌍둥이 부모에게 공동육아가 큰 힘이 됐어요”





황정하(44)씨와 김수자(45)씨는 2009년에 결혼했다. 손이 귀한 집안이라고 해서 아이를 바로 가지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5번의 인공수정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시험관 아기도 시도해 보았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몸도 힘들었다. 포기하고 있던 차에 불임부부 지원 소식이 들렸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시도했던 2006년, 3번째 시험관 아기를 시도한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엄마 김수자 씨는 3개월 안정기를 가진 후 회사에 복직했다. 37주에 자연분만이 어렵다고 해서 제왕절개로 준영·지원(10) 남매를 낳았다. 
“처음엔 애지중지했죠. 한 달은 시어머님이 돌봐주시고 그 후로 부부가 함께 했어요. 두 시간에 한 번씩 젖을 번갈아 먹이다 보니 엄마가 잠을 못 잤고, 한 달 만에 저절로 끊겼어요. 그 다음부터 분유를 먹였어요.”
쌍둥이는 트림을 시키는 것도 일이었다. 힘이 약한 준영이는 젖병을 한 시간씩 빨았다. 지원이를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흔들침대에 눕히고 거치대에 젖병을 달아 먹게 했다.
엄마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친척이 사는 인천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모들에게 두 아이를 맡기고 엄마는 9개월부터 직장에 복귀했다.




믿고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36개월이 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준영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준영이의 하루는 “어린이집 안 갈래”로 시작했다. 주야 교대 근무하는 엄마가 밤 근무를 마치고 온 다음 날이면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밤에 일하고 낮에는 쌍둥이를 키우느라 엄마는 지쳐갔다. 아빠도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 
고민하던 참에 이웃에게 성석동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소개 받았다. 공동육아는 부모들이 만든 육아 협동조합으로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며 자라는 걸 중요하게 여겼다.
“처음 가는 날부터 준영이가 너무 좋아했어요. 안 간다는 소리를 안 하니까 제가 자유로워졌어요.”
비용은 부담됐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더 바랄 게 없었다. 부모들과 어울리면서 두 부부는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김수자 씨는 “쌍둥이 키울 때는 최대한 주변의 도움을 받아라. 아이도 좋아하고 부모들도 연대가 잘 되고 육아에 대해서도 도움 받을 수 있는 공동육아 같은 어린이집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공동육아의 장점이 좋아 초등학교도 대안학교를 선택했다는 김수자 씨 부부. 아이를 함께 키우는 어른들 속에서 준영이는 운동을, 지원이는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로 밝게 자라고 있다.




파주 운정 효림·예림이네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쌍둥이 장점 많아요”





신승은(46), 최형경(39)씨 부부는 자연 임신으로 효림·예림이(16) 쌍둥이 자매를 낳았다.
“태동도 두 배, 애기집도 비좁아요. 뱃속에서부터 경쟁을 하는 거죠. 엄마 몸도 두 배로 불고 손이 많이 가는 시기에는 많이 힘들어요. 쌍둥이는 유난히 싸움이 심해요. 둘 다 나 먼저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죠.”
경제적인 부담도 컸다. 연년생이면 내복이라도 물려 입히는데 쌍둥이는 살 때도 두 배, 버릴 때도 두 개를 버리니 아까웠다. 당시에는 쌍둥이 육아용품도 거의 없었다. 앞뒤로 나란히 두 개가 붙은 수입 쌍둥이 유모차를 샀지만 누구도 뒤에 앉기 싫어해 하나는 업고 다녀야 했다.
“연년생 키우는 언니가 부러웠던 게, 애기 안고 다니다가 한 아이는 잠깐 세워둘 수 있다는 거였어요. 남들은 애를 잠깐 맡기는 게 되는데 저는 누가 봐줘도 하나는 항상 남으니까 힘들었어요.”




연년생 힘들다지만 쌍둥이가 더해
반전은 초등학교 입학 후에 일어났다. 알림장도 한 사람만 제대로 써 오면 되고 준비물도 서로 빌려줄 수 있어 편했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니 빈자리가 공허해 늦둥이 나연이(8)를 낳기도 했다.
“중학교 가면 장점이 더해요. 교복도 각자 두벌씩이니까 옷이 부족하지 않아요. 예쁜 옷은 하나 사서 돌려 입죠. 성별이 같으니까 편해요.”
쌍둥이를 힘들게 하는 건 남들의 비교다. 사람들은 눈은 누가 더 크고 피부는 누가 더 하얀지 찾아내려고 한다. 어릴 때는 똑같이 생겼다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같아도 달라도 쌍둥이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래도 효림이와 예림이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이자 자매로 자라고 있다. 언니 효림이는 공부를 잘 해 동생 숙제를 도와준다. 예림이는 활달해 친구 사귈 때 언니를 끌어준다. 친구는 아무리 친해도 시기를 하지만 자매는 안쓰러워하며 도와준다.
최형경 씨는 “다시 돌아간다면 억지로라도 엄마랑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항상 셋이 있었지 둘이라는 개념이 없었거든요. 혼자 엄마나 아빠랑 시간을 보낸다면 둘 다 나름의 스트레스나 불만이 줄었을 것 같아요.”
둘이 동시에 울면 어쩔 수 없이 누구 한 사람을 먼저 안아줘야 하는 쌍둥이. 발 동동 구르며 키웠지만 자라고 보니 서로서로 챙기는 ‘절친’이자 자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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