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탄초등학교 송병일 교장-내부형 공모 교장 임기를 마치며

“아이들 눈빛이 달라지니, 부모님 마음이 열렸어요”

지역내일 2015-02-02


상탄초등학교(교장 송병일)는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당시 평교사였던 송병일 교사는 ‘내부형 공모교장’으로 상탄초 교장으로 부임했다. 일부 학부모는 ‘교장 자격증 없는 교장을 반대한다’며 ‘등교거부’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장 임기를 마치는 2015년, 상탄초 학부모들은 송병일 교장에게 연임을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 4년 동안 상탄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상탄초등학교 송병일 교장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상탄초 로비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송병일 교장선생님


Q. 2015년 2월 상탄초등학교 임기가 끝나는데요. 지난 4년 동안의 평가 부탁드립니다.
A. 시작은 험난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반발하고 나섰고, ‘혁신학교’에 대한 편견으로 개혁 의지에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한 학기동안 싸늘한 눈초리가 계속됐지만, 교장실을 내어주고, 매일 아침 웃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들에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니 학부모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라고요. 학부모, 교사, 아이들 모두에게 변화가 일어나면서 아이들은 ‘학교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교사들 역시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혁신교육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Q. ‘내부형 교장 공모제’란 무엇인지요.
A. 2007년도에 도입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연공서열(年功序列)에 따라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교장 임용방식을 다양화하고, 교육계 새바람을 불어 넣고자 시작됐는데요. 2011년 이명박 정부는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고쳐, 교장이 공석인 자율학교의 15%만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중에서 15%만 교장자격증 없는 교사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한했습니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초중고 통틀어 3,4자리뿐입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만족도가 높은 상탄초는 다음 교장도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뽑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상탄초 교사가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의 개성과 역량을 키우는 상탄초의 교육과정과 평가 혁신이 궁금합니다.
 
A. 상탄초에서는 ‘주제중심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주제별 통합교육을 위해 ‘작은 학교(small school)’ 교육과정을 구성했는데요. 작은 학교는 1·2학년, 3·4학년, 5·6학년을 각각 묶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항상 논의합니다. 체험중심 수업이 많고, 때로는 특정 교과부분을 빼거나 추가하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사실상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습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은 80분 수업을 하고, 30분 쉬는 블록타임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가는 중간·기말시험 대신 ‘성장 참조형 평가’를 실시합니다. 모든 서열과 상을 없애고, 아이들에게 ‘행복통지표’를 보냅니다. 점수로 평가되는 학력통지서가 아니라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관찰하는 과정중심의 서술평가입니다.


Q. 수업을 직접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수업하는 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처음부터 ‘수업하는 교장’을 표방했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매일 수업하기는 힘들지만, 주 2,3시간은 문제없다고 봅니다. 지난 4년 동안 5, 6학년을 대상으로 1년에 3달씩 사회·역사를 가르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주 1회 초, 중급반 일본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하면서 교사들의 애환을 잊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싶습니다.


Q. 상탄초의 변화를 이끌어 낸 가장 큰 힘은 무엇인지요.    
A.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식, 암기 위주의 시대가 끝났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고, 비판적 사고와 종합적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수업 혁신이야말로 진짜 교육입니다.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 낸 가장 큰 힘은 자발성과 책무성(責務)입니다. 교장이 주도하는 ‘무늬만 혁신학교’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가고자 했기에 변화가 이뤄졌고, 지금은 누가 오더라도 함께 갈수 있을 만큼 탄탄해졌습니다. 관리자는 교사를 믿고, 다양한 교육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Q. 앞으로 계획과 꿈이 궁금합니다.
A. 3월에는 백양초등학교 내부형 공모교장으로 부임합니다. 백양초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지 2년 6개월 정도 됐는데요. 기존에 백양초에서 진행 해 온 것들을 계승, 발전시키고, 학부모와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을학교나 작은 학교 같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들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퇴직 이후에는 고양시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동경한국종합교육원에서 8년, 고베대학 대학원에서 1년 6개월 지내면서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을 살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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