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가지고 살았던 인생을 두 팔과 다리, 온몸을 쓰며 인생 후반전을 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목공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나무사랑’은 나무에 기술을 입혀 가구로 만들며 ‘인생 이모작 청춘들’이 파이팅을 실천하는 공간이다.
송파구 석촌역 부근에 자리 잡은 ‘나무사랑’에 들어서자 유아용 테이블, 폐목으로 리폼한 의자, 자투리 나 조각으로 만든 장식용 소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목공예 강좌 열어 기초부터 지도
강의실에서는 1:1 도제식 수업이 진행중이다. “실측을 정확히 한 후 톱질해야 이음새가 딱 들어맞아요”라며 최광철 이사장은 수강생들의 작업 공정을 꼼꼼히 챙긴다. 목공을 배운 지 두 달 남짓 된 임유경씨는 난생 처음 해보는 톱질과 망치, 끌 작업을 손에 익히느라 진땀을 빼면서도 가구를 하나씩 완성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짜맞춤으로 미니 서랍장을 완성했고 지금은 집에서 쓸 테이블에 도전중입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노력을 기울인 만큼 결과물이 바로 나오는 게 목공의 매력입니다.”
또 다른 수강생 임성광씨는 남다른 목표를 세우고 부지런히 배우는 중이다. “카페 오픈을 계획하고 있어요. 매장에 놓을 테이블과 의자를 하나씩 제작중입니다.”
기초, 중급 과정으로 운영되는 목공예 수업은 기본 공구 사용법을 익힌 후 스툴의자, 서랍장 같은 간단한 소품을 만들면서 기술을 익힌다. 기초 과정이 끝나면 원하는 디자인으로 원목가구를 제작할 수 있다. 원목 제단기 등 목공 전문 장비를 골고루 갖춘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바로 옆 작업실에서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커다란 원목을 규격에 맞춰 반듯하게 자르거나 섬세한 손놀림으로 나무 조각을 이어붙이며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요즘엔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잦아요. 주문 물량 맞추려고 주말에도 나와 일하지요”라고 말하는 최 이사장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내비친다.
강사, 수강생이 뭉쳐 마을기업 도전
원목 가구 주문제작과 공방운영이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현재’가 있기 까지 지난 2년간 지난한 세월을 보냈노라고 그는 고백한다.
마을기업 나무사랑은 송파시니어복합문화센터 목공강좌가 모태가 됐다. 젊은 시절 목공에 입문한 최 이사장은 40여년 간 대형 박물관, 오피스 건물 신축 등 전국의 건설 현장을 누비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우연히 송파구 시니어클럽에서 목공방 운영을 맡아 목송수업을 진행하면서 수강생들과 인연을 맺었다.
“대다수가 50~60대라 하나를 시작하면 초급, 중급까지 우직하게 배우는 스타일이었고 시간이 쌓이다보니 다들 친해졌어요.” 자연스럽게 취미를 살려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솔솔 피어나왔다.
은행 지점장 출신, 퇴직 공무원, 청계천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사장, 주부,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던 젊은이들까지 모두 7명이 뭉쳤다. 6개월간의 산고 끝에 협동조합이 탄생했고 2013년 12월 정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을기업으로 뽑힌 뒤 폐목을 활용해 나무 소품을 만들어 팔고 목공강사를 양성해 어린이집과 학교 방과후 강사로 파견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며 조합원 모두 꿈에 부풀었지요.”
밑바닥 영업으로 매출 기반 마련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각종 박람회, 축제 현장에 체험 부스를 만들고 홍보에 나섰지만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고 강사 파견도 수요가 적었다.
매출은 없는데 임대료만 꼬박꼬박 지출하니 1인당 6백만 원 남짓 모았던 출자금 4100만원도 금방 바닥났다. “지난해 7월이 최대 고비였어요. 문 닫기 직전까지 갔으니까요.” 최 이사장이 당시를 회상한다.
‘제대로 다시 해보자’며 사분오열됐던 조합원들이 다시 뭉쳐 영업망부터 재정비했다. 조합원들끼리 인맥을 총동원해 영업을 하고 송파 인근의 목공방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했다. 밑바닥부터 다지니 서서히 가구 주문이 들어왔다.
“주방용 씽크대, 매장용 테이블과 의자 등 온갖 가구를 다 만들었어요. 물량이 느니까 기술도 쑥 늘더군요. 우리가 만든 네일아트숍 가구, 유아용 원목 테이블은 가격 경쟁력이 있지요” 라고 최 이사장이 자랑 섞어 말한다.
매출 기반이 안정되니 조합원들도 신이 났다. “나무를 만지는 이 일이 내 천직입니다. 앞으로도 목수로 가구쟁이로 계속 살 겁니다”라고 조합원 최규진씨가 다부지게 말한다.
요즘에는 마을기업으로서의 ‘의무’도 계속 고민중이다. 독거노인 집의 낡은 씽크대를 교체해 주기 위해 구청에다 수혜자 선정을 의뢰한 상태. 또한 송파구에서 한해 나오는 폐원목은 약 1900톤. 참나무,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같은 버려지는 나무를 선별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사무실 안에는 멋스러운 빈티지풍의 책상, 유아용 원목 장난감 같은 폐목을 활용한 시제품이 눈길을 끈다.
사업의 쓴맛 단맛을 고루 경험한 나무사랑 조합원들은 더디 가더라도 길게 보고 튼실하게 전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의 : 02-3432-3000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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