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 커뮤니티 공간 ‘어깨동무’ 문 열다

신길동 휴먼시아 2단지 생활밀착형 공동육아 모델

지역내일 2014-10-16

어깨동무일과 집안 일 둘 다 잘 할 수 없을까? 워킹맘들의 영원한 숙제 ‘일과 가정의 양립’을 풀어줄  작은 도전이 시작됐다. 신길동 휴먼시아 2단지 아파트 문고실 안에 이 동네 아이들의 공부방이자 놀이방인 ‘어깨동무’가 만들어졌다. 어깨동무 앞에는 ‘일하는 여성커뮤니티 공간’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이용자는 아이들이지만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여성, 즉 동네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간다는 뜻이다. 지난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어깨동무가 지난 11일 동네 주민들과 손님들을 모시고 개소식을 열었다. 생활밀착형 공동육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어깨동무를 찾았다.


어깨동무란 어떤 공간?
‘어깨동무’의 운영은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일하는 여성, 아이들을 돌봐 줄 교사, 그리고 커뮤니티를 형성에 조력자 역할을 할 여성근로자복지센터가 함께 운영에 참여한다. 세 명의 친구가 ‘어깨동무’를 하고 씩씩하게 걸어가 듯,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여성 집단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여성근로자 복지센터 도순금 센터장은 “맞벌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는 일하는 여성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상황에 부딪힌다”고 설명한다.
일하는 여성으로 한 번쯤 겪어봤을 고민 중 하나가 ‘우리 아이가 동네에서 캐어 받지 못하는 아이로 찍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의 역할도 커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정보의 부족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낙오자로 만들 것 같다’는 불안함에 떨게 만든다.
‘어깨동무’는 일하는 여성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돌봄 기능에 충실한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수학, 글쓰기, 영어 등 돌봄 보다는 교육에 중점을 둔 공간이다.


어깨동무 운영은 어떻게?
그러나 어깨동무가 단순한 ‘공부방’은 아니다. 휴먼시아 아파트 212동 1층 아파트 문고실에 마련된 어깨동무는 오후 4시 30분에 문을 연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온 후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 하나 다녀온 시간 쯤이다. 공부는 3학년부터 차례차례 진행한다. 문고실 중심에는 수업을 위해 화이트보드 판과 책걸상이 준비되어 있다. 한 켠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수업을 듣지 않으면 친구들과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다. 학년별로 나뉘어 그 날 수업을 진행하고 7시 30분 쯤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면 문을 닫는다.
아이들 수업은 여성들이 만든 교육협동조합 ‘샘통’이 진행한다. 수학과 글쓰기 수업,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포함되어 있다.
아이를 맡긴 엄마들은 매달 한 차례 모여 어깨동무 운영에 관해 논의하고 교육정보를 공유한다. 어깨동무 이용자인 김혜전씨는 “한 달에 한번 모여 회의를 해야 하는 것이 처음엔 참 어색하고 어려웠어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들었던 고민들을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여성근로자복지센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 형성에 집중한다. 이 공간의 주인공은 바로 이 동네 일하는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어깨동무 재밌을까?
지난 4월 오픈한 어깨동무에는 이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17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성미 교사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요. 학원 가는 길에도 들려서 인사하고 가고 아이들이 이 공간을 좋아한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지난 여름 어깨동무 아이들은 물놀이도 다녀오고 역사체험활동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친밀해진 상태다.
김혜전씨는 개소식 사례발표에서 “1학년 3학년 아이를 키우면서 솔직히 방학이 두려웠어요. 나는 일하러 가는데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올 여름 방학은 어깨동무 덕분에 편하게 보낼 수 있어 너무 기뻤다”고 울먹였다. 아이를 키우며 남모른 속앓이를 털어 놓은 것이다. 엄마 없는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원으로 돌려야 했던 아픈 기억을 공유하는 직장 여성들도 덩달아 울컥하는 순간이었다.
도순금센터장은 “사실 아파트에 이런 빈 공간이 적지 않아요. 동네 아이들을 위해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직장 여성들이 훨씬 더 편안하게 일하면서 일과 가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겁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요청하신다면 어깨동무 2호점 3호점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깨동무가 새로운 생활밀착형 공동육아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이날 개소식에는 ‘어깨동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참여한 이웃 주민들도 적지 않아 2호점 3호점 탄생이 기대된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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