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렌즈에 담은 ‘우리 동네’

풍납동의 다른 이름 ‘바람들이’ 사진으로 만나다

지역내일 2014-10-07

‘바람들이’라는 낯선 이름, 풍납동의 다른 이름이다. 서울인 듯 서울이 아닌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송파구의 ‘마을’이다. 오밀조밀 들어 선 단독주택과 정감 있는 골목길, 군데군데 보이는 아파트, 여기에 2천년 전 쌓은 백제 토성까지 어우러진 동네는 한적하고 여유롭다.

풍납


사진 배우며 동네를 찍다
이런 풍납동의 속살을 주민들이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시작은 소박했어요. 사진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주부들의 여럿 있어 카페 단골손님인 사진작가와 상의해 조촐한 사진 강의를 열었어요. 카메라의 기계적인 매카니즘과 사진 기술을 하나씩 배웠지요. 마실 나가듯 동네로 출사도 다녔고요.” 마을카페 퍼스트페이지 공유선 대표가 그간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대학시절 공예를 전공해 미적 감각이 남다른 주부 공진경씨, 부동산중개업을 해 동네 지리에 밝은 신현화씨, 문화해설사 이선화씨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네 사람들이 사진으로 뭉쳤고 한 장 두 장 풍납동을 담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여성들은 카메라, 렌즈 조작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순간을 포착하는 감성이 뛰어나요. 온 마을을 걸어 다니며 찍은 정감어린 풍경들, 풍납동 토박이들의 리얼한 표정이 렌즈에 담겼어요. 재미삼아 시작한 일이 점점 커져 지난 9월에는 야외에서 마을 사진전까지 열게 됐네요.” 모임을 이끈 사진작가 빈진향씨가 덧붙인다.


렌즈에 포착된 풍납동 토박이들
다들 마을 사진을 찍으며 풍납동 사람들을 재발견 했다면 입을 모은다. “백발이 멋스러운 아바이순대 사장님은 젊은 시절 예술가를 꿈꿨대요. 가게 안에 전시된 예사롭지 않은 빈티지풍의 소품들도 예술에 대한 미련 때문에 하나 둘씩 수집한 것이래요. 지금은 그때 그 시절 ‘아티스트’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순대를 손질한다고 해요. 우연히 풍납동에서 태어나 74년째 살고 계신 토박이 할아버지도 만났고요. 30년 터줏대감 동네 이발소 아저씨가 실은 오랫동안 모발을 연구한 ‘재야의 고수’라는 사실도 알게 됐죠.” 공진경씨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지난 9월에 열린 야외 사진전은 동네 사람들의 호응이 컸다. 토박이를 두서너 번씩 찾아가 찍고 또 찍어 공을 들인 사진들은 표정이 자연스러워 따스한 울림이 전해진다. 전시회를 찾은 동네사람들이 ‘ㅇㅇ엄마 나왔네?’라며 아는 얼굴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웃음꽃이 피었다며 분위기를 전한다.
“사진작가들 주도로 마을을 찍는 작업은 꽤 많지만 이번 풍납동처럼 동네 사람들이 직접 나선 건 드문 경우예요. 그래서 이번 작업이 의미가 있지요.”라며 빈 작가가 설명한다.


사진전에 이어 마을 매거진 제작중
사진전을 계기로 아예 풍납동 마을 매거진까지 발간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존 멤버에 번역가 이홍렬씨, 고교 교사 김나리씨가 가세해 ‘풍납동 5인방’이 결성됐다. 10대부터 노인까지 동네 사람들의 전하는 다양한 풍납동 이야기를 담기 위해 기획 회의부터 원고 작성, 촬영까지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다.
“풍납동은 땅을 파면 백제 유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개발 제한이 심하고 재산권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커요. 한편으로는 그런 이유 때문에 30년 넘게 사는 토박이들이 많고 한성 백제란 역사성이 우리 동네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풍납동의 맨얼굴이 매거진에 어떻게 담길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라고 매거진 기획팀의 청일점 이홍렬씨가 의욕을 내비친다. 송파구 1호 마을 매거진은 11월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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