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얼마 전 EBS 다큐멘터리 ‘공부 못하는 아이’가 인기리에 방영됐습니다. 공부 잘하는 힘은 ‘지능’이 아니라 ‘마음’에 있고, 지나친 관심보다 정서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벽제초등학교 한인순 교장 선생님도 아이들 마음 교육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많이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고, 건강하게 성장한다고 합니다.
이번 주 <우리선생님>에서는 신나는 음악과 웃음교육으로 아이들의 마음 길을 열어주는 벽제초등학교 한인순 교장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소극적인 소녀, 교육자 되다
어린 시절의 한인순 교장은 소극적인 아이였다. 2월생이라 한 해 일찍 학교에 가는 바람에 친구들보다 키도 작고, 왜소했다. 학용품을 뺏기고 놀림을 받아도 ‘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러다 4학년이 되던 해,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담임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성적도 좋아졌다며 용기를 주셨지요. 따뜻하게 바라봐주신 선생님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큰 힘이 되었어요.”
그때부터 ‘안 돼’, ‘하지마’라는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짓눌렸던 자존감도 회복했다. 그리고 꿈을 꾸게 됐다.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사랑과 칭찬으로 아이들을 감싸 안는 선생님이요. 그래서 교육대학에 입학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한 일 같아요.”
랄랄라, 즐거운 음악교실
평교사 시절에는 늘 음악과 함께 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음악적 감성을 심어주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부족한 건 열심히 배워서 가르쳤다.
“초임시절 덕이초에서 합창부를 맡았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지휘법’책을 사서 독학으로 지휘를 공부하고, 인근 중학교 음악교사를 찾아가서 지원 요청을 했어요.” 또한 바이올린, 플롯, 클라리넷을 특기적성으로 배우는 아이들을 모아 합주단을 만들고, 무대에 오르게도 했다. 파주에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과 전시를 도맡았고, 국악에 관심 있는 몇몇 교사들과 ‘파두드리’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음악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줘요.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어서 경인교대 초등음악교육과 대학원에 다녔어요.”
현재 벽체초에서는 학년별로 오카리나, 우쿨렐레, 하모니카를 직접 가르치고 있다. 멈추지 않는 열정과 노력을 인정받아 여러 지도자상과 스승의 날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하하, 신나는 웃음 교실
언제나 호탕하게 잘 웃는 그는 ‘하이파이브’로 하루를 시작한다. 딱딱한 훈화대신 현관에서 직접 아이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건넨다. 먼저 달려와 꼭 안기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웃음 교육은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봉사활동을 다니기 위해서 친구 부부와 4명이서 수강을 했죠. 2013년 교장 강습을 받을 때에요.”
그는 부천대학에서 웃음교육 3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전문가 과정까지 계속했다. 그해 9월 벽제초 공모교장으로 부임해 웃음교육을 특색사업으로 선정했다. ‘교사와 아이들이 행복해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웃음교실을 열고 있다. “학생들은 학년별로 웃음교육을 해요. 학부모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미리 가서 웃음교육을 하고요. 한바탕 웃고 나면 분위기가 좋아지죠.” 교사들에게는 교직원 연수를 통해 2급 레크리에이션 지도사와 웃음코디 2가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가 즐겁다고 해요. 재밌고, 웃음이 난다니 얼마나 행복한 말인가요. 많이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그렇게 살게 된답니다. 정말 웃으면 복이 와요.”
웃음지킴이, 행복 파수꾼 되고파
벽제초등학교의 웃음지킴이인 그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웃음교실도 활발히 운영하고, 음악교실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1,2학년은 오카리나 기초와 심화, 3,4학년은 우쿨렐레 기초와 심화, 5,6학년은 하모니카 기초를 가르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오카리나 강사과정 준비 중이에요.”
2017년 2월, 교장 임기가 끝이 나면 힘든 이웃들에게 웃음 전도사로 나설 생각이다.
“꼭 친할머니 같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학교에서는 친할머니처럼, 혹은 언니 누나처럼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 학교 밖에서도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고 싶어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