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아이가 배정을 받으면, 학부모가 교육청에 가서 시위를 했던 그런 학교였다. 그렇게 가고 싶지도, 보내고 싶지도 않았던 학교가 이제는 누구에게라도 권유해주고 싶은 괜찮은 학교가 됐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취임 전 첫 방문지였을 만큼 혁신학교 지정 4년여 만에 달라진 이목중학교의 풍경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아이들이 주인인 수업을 만들어가기 위해 천천히 조금씩 나아온 결과”라고 서종운 교장은 말한다. 그리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얘기 속에서 ‘우리학교가 좋은 이유’를 무한가지로 찾을 수 있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학생_ 다양한 학교행사로 끈끈해지는 친구관계가 좋아요!
학급당 25명 내외라 친구들과의 소통도 쉽고, 책상을 ㄷ자 형태로 배치해 활발한 모둠활동이 이뤄지는 것도 좋아요. 학생자치회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돼서 리더십도 많이 생기고요.(3학년 김지윤)
쉬는 시간을 이용해 만난 3학년 친구들의 얼굴에선 생글생글 생기가 묻어났다. “요즘은 여느 중학교에서도 스포츠 활동이 활발하지만, 탁구, 당구, 헬스, 복싱 등 우리 학교처럼 다양한 종목이 있는 데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문수빈 양은 선택의 폭이 넓은 스포츠 활동을 반겨했다. 지난해 오산에서 전학을 왔기에 더욱 더 확연하게 비교가 된다. 학생자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현 군은 이목중학교만의 행사가 많다는 점을 자랑거리로 꼽았다. “가족사랑의 밤에서 부모님을 초청해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하고, 밤샘독서캠프에선 친구들과 책 삼매경에 빠지고, 학급별로 이뤄지는 교과와 관련된 체험학습에선 경험을 통한 지식을 쌓아간다”며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허혜지 양은 “학생자치회 총무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책임감 있는 리더십과 협동심을 잘 키워가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한편으론 자율도 좋지만, 교복착용 등에 관해서는 선생님들이 조금은 엄격하게 지도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학생은 학생답게, 지킬 것은 지키면서 허락된 자율을 누려야 한다는 것. 고등학교 진학 후 적응문제와 학습부분에 관해서는 조금 걱정도 되지만, 그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라며, 아이들은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학부모_ 선생님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아이를 함께 키우다!
일단 아이들이 학교 가는 걸 정말 즐거워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도 내 아이를 함께 키워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습니다.(김경화 씨)
평소 아이는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온 윤찬희(2학년)*서희(1학년) 엄마 김경화 씨는 “명찰 착용이 자율적이라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기는 쉽지 않을 텐데, 담임선생님은 물론 교과 선생님까지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크나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또한 적은 학생 수가 가진 장점.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세심한 관심이 느껴지니, 신뢰감도 상승한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열린 마인드로 학부모의 건의사항도 적극적으로 수용, 해결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 찬찬한 설명을 들려주는 점도 좋다. “우리 학교에는 왕따가 없다고 해요. 친구와 오해가 생겨도 반별로 이뤄지는 1박2일의 ‘어울림캠프’를 통해 자연스럽게 풀 기회가 마련되죠. 선생님도 일부러 배려를 해주시고요.” 어차피 고등학교 가면 성적으로 줄을 세울 텐데, 굳이 중학교에서도 그럴 필요 있을까 싶어 선택한 학교, 이게 최선이었고, 그 결과는 만족이었다.
선생님_ 연구하고, 배우며, 아이들처럼 성장하는 교사가 되다!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수업이나 전반적인 학교활동이 이뤄지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수업, 흥미로운 수업을 제시할까, 매주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고민합니다.(혁신부장 남영숙 교사)
“행정적인 업무가 없는 대신, 연구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요. 할 일이 더 많은 게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기본교육이념이 제대로 구현되면 소신껏 즐기며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 교사는 부임 3년차로, 혁신학교 이목중학교의 역사와 거의 함께했다. 1년차는 공부를 통해 학교문화를 바꿔갔고, 2년차는 아이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자치공동체를 강화했다. 3년차는 교사학습동아리 활동의 활성화로 48명의 교사 전원이 5개 학습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4년차인 올해는 수업의 내실화를 다지는 시기로, 융합교육을 시도 중이다. 남 교사가 몸담은 독서토론동아리(북적북적)를 비롯해 배움중심수업학습자료연구동아리(STILL), 다중지능연계진로교육동아리(꿈 대화), 놀이를 접목한 수업연구동아리(놀며 배우자), 학생생활교육방안연구동아리(기본생활 짱!짱!)는 주별 발표자를 정해 수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놀며 배우자’의 경우 수업집중을 위한 놀이, 스피드퀴즈 통한 학습효과향상놀이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과목별 선생님끼리 친구를 맺고, 서로의 수업을 평가해주는 수업친구 공개수업, 2번의 학부모공개수업, 학년별 제안수업 등 어마어마한 수업의 양이 놀랍다.
“개인적으론 수업연구를 통해 성장한 저를 만나게 됐어요. 옛날방식의 수업이 맞나 고민하게 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죠. 재작년인가, 운동장 공사로 학교축제를 못한다니까, 아이들이 실내에서 해보겠다고, 밤을 새가며 프로그램 등 계획서를 짜고, 하나하나 부스를 직접 만드는 등 멋들어진 축제를 만들어내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믿고 맡겼을 때 아이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한다는 것을요. 학급아이들과 밀착된 담당선생님들의 보이지 않은 손길도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실내축제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남 교사는 학습부분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고민도 적지 않지만, 수업에 관심 없던 아이가 수업참여율이 높아졌다는 결과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전했다.
인터뷰_ 이목중학교 서종운 교장
스스로 자랄 수 있는 터전 마련해줘야
고등학교 수학교사로서 그저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리고, 대학을 많이 보낼까에 대해 고민만 했다는 서종운 교장은 교감, 교장이 되어보니, 학생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아이가 삶의 주체로서 자신을 끌어낼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부분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학교 4개년 계획은 예서 비롯됐다.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제재보다는 이것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되면 그땐 말하지 않아도 달라지거든요.” 학생과의 만남과 약속을 존중하는 서 교장은 인터뷰 내내 안절부절 하더니, 아이들이 자신을 기다린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리고 소탈한 차림의 그가 남긴 한 마디, “훗날, 중학교 때 그 순간이 지금의 나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고 행복하게 얘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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