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이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 특히 도시인들에게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싶은 생각은 늘 머리 속에서 맴돌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스턴트 식품과 틀에 짜여진 생활은 쉽게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공기 좋은 곳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도 괜찮을 듯 싶다.
심신을 달래주는 보약 밥상, 산나물이 가득
차를 몰아 백운호수로 달린다. 차창 밖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호수 주변으로 온갖 맛 집들이 즐비하다. 아이스크림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음식 종류 가운데 어떤 곳을 선택해야할지 망설이던 차에 뒤 자석에 타고 있던 가족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왕이면 몸에 좋은 메뉴로 결정하자고. 제대로 된 식사 한 끼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저러나 싶어 토속산채정식전문점 채수화로 갔다. 1, 2층 복층 구조로 된 건물의 채수화 입구에는 이 집 주인이 직접 심었다는 꽃이 화려하게 자태를 뽐낸다. 직접 음식을 만드는 약선요리연구가 이화심 대표의 하루 일과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늘 바쁘다고 한다. 그 와중에서도 언제 이렇게 화단을 가꾸었나싶어 주인의 섬세한 마음씨가 느껴졌다.
“강원도가 고향인 나에게 음식을 만드는 것은 바로 어머니를 추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릴 적부터 산에서 나는 갖가지 산나물로 음식을 만들어주셨던 어머니는 음식이 곧 보약이라고 가르치셨고, 아무리 하찮은 음식이라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면 진수성찬과 다름없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 손님들을 떠올린다. ”
지금도 80이 가까워오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채수화에 들러 음식 만드는 과정을 살펴본다는 이 대표의 어머니는 음식만드는 사람은 정직하고 부지런해야한다고 강조하는걸 잊지 않는다.
20가지 넘는 산나물의 향연, 상다리가 휘어지네
채수화는 산채정식 코스요리가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채, 수, 화정식 3가지의 산채정식 메뉴가 있는데 대부분의 코스가 20가지가 넘는 기본반찬이 나온다. 주문을 하면 에피타이저로 고소한 메밀전과 화려한 꽃이 곁들여진 샐러드, 표고버섯 누룽지 탕수육이 입맛을 자극한다. 이어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져 나오는 산채나물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취나물, 더덕, 연근 장아찌, 가자미구이, 황태구이, 제육볶음, 양념게장, 젓갈, 열무김치 등 어느 것 하나 눈길가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속초에서 직접 공수한 가자미는 살이 많고 부드러워 자꾸만 손이 간다. 여기에 깊은 산 속에서만 나는 갖가지 산나물은 강원도 인제에서 채취한 것으로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나물 향이 배어 나온다. 반찬의 종류가 너무 많아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인데 거기다 방금 지은 돌솥밥과 청국장, 우거지된장국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시골에서 직접 가져온 청국장은 깊은 맛이 우러나고 멸치 육수에 오래 묵은 된장으로 끓인 우거지탕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맛 그대로이다.
조용하고 아늑해 모임, 회식 장소로 각광
채수화가 손님들에게 맛 집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운데 첫 번째는 바로 이화심 대표가 직접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녀는 새벽부터 하루 전 날 쑤어놓은 도토리묵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손님상에 오를 나물을 직접 볶고 버무리는데 궁채나물, 다래순, 명이, 더덕, 민들레, 취나물 등 10가지가 넘는 종류의 나물을 일일이 준비하는 일은 그녀의 일상이나 다름없다. 특히 연근피클은 아삭하면서 살아있는 맛을 내기 위해 비트에 넣어 만들고 양념게장 또한 다시마, 양파, 표고버섯 국물을 오랜 시간 우려 내 만든 육수로 직접 만든다. 모든 음식에 정성을 쏟는 것은 기본이지만 맛을 내기 위해 화학조미료를 사용하기보다는 다시마나 멸치, 표고버섯 등 천연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은 원칙으로 하는 그녀는 요리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력까지 갖고 있다. 이처럼 맛이면 맛, 정성이면 정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채수화는 가족이나 회식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채수화가 위치한 장소도 공기 좋은 백운호수인데다가 주차시설 또한 넉넉하고, 단체손님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15석, 20석, 50석 규모의 좌석이 비치되어 있어 안성맞춤이다.
채수화 031-425-1570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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