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던가. 음식을 담는 그릇은 맛을 넘어 그 자체로 사람의 기분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최근 ‘포슬린 페인팅’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우리말로 ‘자기’란 뜻의 포슬린에 색을 입힌다고 붙여진 포슬린 페인팅은 유약이 발라진 백자 위에 전용 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여러 번 구워 만드는 공예. 반갑게도 오는 19일부터 춘천에서 다양한 작품과 작가의 시연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고 해, 전시 준비가 한참인 노수정 작가를 만나봤다.
작가의 행복을 담은 그릇
따뜻한 커피 한잔과 케이크 한 조각을 내밀며 손님을 맞는 노수정 작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탁자 위에 놓인 찻잔과 접시다. 모두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그녀의 정성은 커피 한 모금, 케이크 한 입을 더 맛있고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제 삶은 사라졌죠. 둘째 낳고 우울감이 밀려오더라고요. 나의 존재감은 없고, 엄마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어요.”
그녀는 일주일에 딱 하루만 나를 위해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 만난 것이 포슬린 페인팅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들도 엄마 작품을 자랑스러워하고요. 무엇보다 내가 그린 그릇에 가족들이 밥을 먹고 손님들을 대접하면서 제가 행복해졌어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그릇
포슬린 페인팅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그려 넣을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릴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 글귀를 새겨놓을 수도 있다. 똑같은 그림을 그리더라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그 분위나 느낌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그릇이 된다.
“연인들끼리 커플 그릇을 만들어가기고 하고, 직접 딸 혼수를 해주기 위해 배우시는 분들도 있어요. 시집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직접 쓴 편지 내용을 넣어 만든 경우도 있지요. 만드는 분들도 받는 분들도 정말 행복해하세요.”
노수정 작가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 하나 있다. 포슬린 페인팅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에게 드렸던 작품들이다. “지금 보면 작품 수준은 별로예요. 그런데도 부모님들은 아까워서 쓰지 않고 모셔두고 있지요. 손님들이 올 때만 우리 딸 작품이라고 자랑하려고 꺼내요. 그 그릇들을 보면서 항상 저를 생각하시겠죠. 이렇게 음식을 먹으면서 만든 이와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포슬린 페인팅의 매력 아니겠어요.”
포슬린 페인팅이 궁금하다면
노수정 작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포슬린 페인팅을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일일 체험도 가능하며, 4회에 걸친 찻잔 만들기도 인기가 높다. 완성도가 높아 아무나 도전하기 힘들 것 같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 노수정 작가의 설명.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예쁜 그릇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도 깜짝 놀랄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세요. 제가 느꼈던 행복을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포슬린 페인팅이 궁금하다면 오는 19일부터 ‘파피루스 갤러리’에서 2주간 진행되는 전시를 놓치지 말자. 포슬린 페인팅 시연도 진행되며 마음에 드는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선우미애 시인의 시가 함께 전시된다. 위안부 할머니를 담은 포슬린 페인트 작품 수익금은 종군위안부 나눔의 집에 기증할 예정이다.
문의 010-4775-2550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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