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면 유행이 지나가고, 1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요즘 세상.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세상은 참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이런 세상일수록 전통의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고리타분한 이야기라 할까? 하지만 전통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전통이란 특정한 양식의 지속이라기보다는 세심한 관심과 태도의 지속”이라는 박현택 작가의 말처럼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바로 전통이다. 전통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끔 해준 그룹, 신명나게 동행하는 우리 국악의 여행자, 강원도를 대표하는 국악창작그룹 ‘자락’을 소개한다.
국악의 대중성을 고민하다!
‘스스로 자(自)’ ‘즐거울 락(樂)’의 스스로 즐기면서 하는 음악을 뜻하는 ‘자락’은 지난 2010년 강원도 출신의 전문연주자들이 모여 우리 음악과 문화를 알리고자 창단한 그룹. 노래자락, 춤자락 뿐 아니라 산자락, 물자락으로 대표될 수 있는 우리 강산과 한복 자락으로 대표될 수 있는 우리 문화까지 아우르는 이름이다.
그만큼 전통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달랐던 이들이 2년 전, 창작그룹으로의 변화를 시도기까지 현실적인 고민이 숨어있었다. “사실 국악연주자로서 연주 할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중성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전통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참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의 것 중 보존할 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 전통이라면, 많은 시련과 역경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 전통이더라고요. 우리가 그 시련과 역경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리고 진짜 예술가라면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2년 전 국악창작그룹으로 다시 태어난 ‘자락’은 무분별한 퓨전을 지양하고, 전통악기와 전통국악에 대한 전문성을 근거로 창작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곡에 담는다!
지난 2년 동안 10편 이상의 자작곡을 발표하면서 ‘자락’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강원도 지역의 문화 컨텐츠 또한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었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로마이야기나 그리스 이야기보다 단군 이야기가 가장 저와 닮아있겠죠.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국악을 만나 25년 동안 살았습니다. 강원도의 산천과 강원도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그중에서도 ‘자락’의 대표적인 창작곡 ‘숲길’은 강원도 숲길의 아름다음을 담아 만든 곡. 떠오르는 태양과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강원도의 산세와 숲 속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자작곡 ‘동백꽃’ 역시 춘천을 대표하는 김유정 작가의 이야기다. 김유정 작가가 짝사랑했던 박녹주 명창에게 보냈던 수많은 편지를 직접 읽고 만든 곡. 해학적인 책의 이야기를 떠나, 김유정의 못 이룬 사랑 이야기를 담아 애절하고 아픈 곡이다.
가슴에 담고 가는 공연을 만들다!
“어르신들이 국악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어르신들도 트로트 시대죠. 공연을 하다보면 오히려 젊은 층들의 반응이 폭발적일 때가 많아요. 새로움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고, 즐길 줄 아는 세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때문에 관객층과 공연의 성격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을 결정하는 것은 매번 쉽지 않은 숙제다. 무엇보다 공연장의 흥과 즐거움을 넘어, 공연의 의미를 관객들의 가슴에 담아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면서 문턱을 낮춘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 일이 자신의 삶이라 말하는 ‘자락’의 최종환 단장은 2015년을 맞아 새로운 앨범 제작과 교육 사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자락의 음악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 컨테츠입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수백 년간 흘러왔던 우리 음악의 생명력은 올곧게 살아 흐를 것입니다. 제가 없어도, 또 자락이 없어도 자락의 음악만은 살아남아 전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의 251-6542 / 010-2763-9465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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