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홍세화씨가 편집인으로 있는 격월간 <말과활>의 청소년 학교 <도약하는 인문학 ‘미생’에서 ‘완생’으로>가 열린다. 방학을 맞이한 중고등학생과 대학 예비신입생을 대상으로 1월 5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학교에서는 글쓰기, 예술, 성, 과학 등 10개 부문의 다양한 인문학 강좌가 마련될 예정이다. 내일신문에서는 이번 청소년 학교의 교장인 홍세화 씨에게 인문학 강좌를 열게 된 이유와, 이번 강좌가 수강생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직접 들어보았다.
Q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경쟁에 치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인간과 삶의 가치,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없다.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스스로 규정할 능력을 가지고 그에 따라 살아갈 힘을 가져야 된다. 나는 그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본다.
많은 청소년들이 ‘꿈이 없다’고 얘기한다. 자기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는 암기위주의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교육은 인문사회과학이라 부르는 사회, 역사, 철학, 윤리, 경제 등 인간과 사회에 관해 묻는 학문을 암기 과목으로 만들어 버렸다. 암기는 모두에게 똑같은 내용을 입력시키는 과정으로 ‘나’가 빠져있다. 이로 인해 자기 삶의 의미를 규정할 능력이 없고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며 일차원적이고 즉자적인 욕망에 휘둘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그래서 ‘글쓰기’가 특히 중요하다. 글이란 ‘내가’ 쓰는 것, 각자가 나의 자리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물음에 자신의 사유를 피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열리는 인문학 강좌에도 글쓰기가 포함돼 있고, 다른 주제의 강좌에도 모두 글쓰기가 포함돼있다. 인문학을 통해 청소년들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 등, 자기 사유의 얼개를 가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이번 강좌가 수강생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 유명한 명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가 있다. 내가 사람이므로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 공부이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를 지향하는 인간으로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하고 자기가 속한 사회와 세상을 알아야 한다.
사유에 관해 칸트는 “내가 생각하는 바에 관해 나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나는 정말 자유로운가? 내 생각이 규정된 것이 아닌 진정 내 생각인가?”라는 물음이다. 내가 지금 사유하고 있는 사유세계 자체가 어떤 면에서 기존 질서 속에서 주조된 것이라는 것, 내가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유세계 자체가 프로그램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는 점에 대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인문학 강좌가 청소년들에게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문화적 소양과 자기 삶의 의미를 규정할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0개 부문의 인문학 강좌 다양한 주제로 열려
글쓰기, 사랑, 윤리, 정의, 예술, 성, 신화, 문화, 과학, 기술 10가지 부문의 인문학 강좌가 협동조합 가장자리(합정역 7번출구) 강의홀에서 각각의 주제 아래 진행된다.
<글쓰기>는 ‘나를 만드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이유선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글쓰기) 교수가 글쓰기와 자아창조,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등의 강의를 진행한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할까’라는 주제를 가진 <사랑>에 대한 강좌는 연세대에 출강 중인 이정은 씨의 강의로 열린다. <윤리>부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주제로 공리주의와 칸트주의 등 윤리이론과 안락사와 인간복제 등 생명의 문제 등을 다루는 강의가 마련돼 김성한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조교수가 진행한다.
‘돈과 인간다운 삶: 미생에서 완생으로’라는 주제를 가진 <정의>강좌는 황호식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삶을 이끄는 예술’이라는 주제의 <예술>강좌는 박영욱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조교수가 맡는다. <성>부문은 ‘나의 반쪽을 알려주는 신비한 거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강사는 연세대학교에 출강 중인 연효숙 씨다. 건국대에 출강 중인 영화 평론가 김윤아 씨가 ‘신화, 영화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그리스와 북유럽, 중국과 일본 등의 신화를 영화와 연결 지어 읽어보는 흥미로운 <신화>부문 강의를 마련한다.
<문학>은 ‘소설에서 나를 보다’라는 주제로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등을 고려대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성미영 씨가 다뤄본다. ‘과학을 사유하는 다른 방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과학>강좌는 ‘과학과 사회의 관계’,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완벽히 통제 가능할까?’ 등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강사는 조아라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이다. <기술>강좌는 ‘셀카에서 일베까지 매체 기술 시대의 이해’라는 주제로 디지털 시대의 사랑과 인성, 쿨미디어와 핫미디어 등의 강의를 한양대학교에 출강 중인 한길석 씨가 진행한다.
1월 6일에는 개강 특강으로 학부모와 교사도 참석할 수 있는 홍세화 씨의 강의 ‘지금 여기의 인문학’이 열린다.
문의 02-3144-3973 홈페이지 http://gajangjari.net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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