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대전시의회 정기현 의원

“기부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

학교 현장 변화 이끌고 싶어 … 전문성 갖추기 위해 열공 중

지역내일 2014-08-27



정치는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정치에 무관심하다. 이는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인들의 모습이 신뢰감을 주지 못한 채 불신을 키웠기 때문일 터. 대전 서구의회만 보더라도 감투싸움으로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한 채 두 달째 파행을 빚고 있어 더욱 정치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달 희망의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시의회 초선의원이 임기 시작과 함께 5000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었다. 감동의 주인공은 바로 정기현 의원(54·새정치민주연합·유성구 신성동전민동)이다.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 ‘목돈 기부’
“시의원이 되면서 직장에서 명예퇴직 했죠. 명예퇴직금이라는 목돈이 생겨 내놓게 됐어요. 연예인들이 몇 천만 원씩 기부금낸 것이 이슈화될 때마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생각만 했었는데…. 이런 기회가 와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정기현 의원이 5000만원을 선뜻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동기는 단순명료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9년 동안 재직하면서 월 단위로 여러 단체에 조금씩 기부해왔지만 직장인으로서 목돈을 기부할 기회는 사실 없었다. 하지만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직장을 그만둬야했기에 명예퇴직금이 생겼고 퇴직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본인 명의로 된 집도, 빚도 없다. 지금까지 전세살이 중이지만 집을 비롯해 소유욕망이 별로 없다. 이 점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란다. 1990년대 중반 후배의 보증을 잘못 서 있던 집을 날리고 급여 압류를 4년이나 당하는 등 돈에 대한 쓰디쓴 경험을 한 것도 한몫 했다.
기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 의원이 여러 번 반복했던 말은 ‘감사’였다. “목돈을 기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전 직장 ETRI와 지역구 주민들, 내 뜻에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에게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의 따뜻한 성품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직장인에서 시의원으로 새로운 시작
ETRI 재직시절 노동조합 활동을 해온 그는 사회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조직의 지원을 받아 30대에 2번이나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었다. 개인 의지보다 조직 의지로 등 떠밀려 선거를 치루다 보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서른여덟 살에 두 번째 낙선을 하고 정기현은 혼자만의 다짐을 세 가지했다. ‘첫째는 다시는 준비 없이 출마하지 않겠다. 둘째, 최소 10년을 준비하겠다. 셋째, 다음에 출마하게 되면 순수한 내 의지로 하겠다’였다. 이 다짐을 실천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16년이 걸린 셈이다.
“가족과 직장에 동의를 구한 후에 선거 1년 전부터 시의원 출마계획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교육 분야에서 일하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요. 2005년에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2008년에는 대전학부모연대를 만들었으니까요.”
대전학부모연대는 그간 대전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온 대표적인 시민단체 중 하나로 친환경급식, 공립 대안학교 설립 제안, 중학교 운영지원비 납부 문제와 고등학교 사설 모의고사 폐지 등을 이끌어온 단체다.
선거 출마 선언 후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왜 좋은 직장을 두고 소득도 줄어들 건데 욕먹는 길을 가려는 것이냐’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소신을 알렸고 선거 홍보물에도 자주 받아온 질문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 정치인 정기현을 알렸다.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막중한 책임감 느껴
“학교현장 중심의 교육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교육정책은 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이 조화롭게 가야한다는 생각이에요. 교육위 소속 의원으로 대전 교육의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 힘을 싣고 싶습니다.”
정 의원은 “책임감이 막중하다”며 “올해부터 교육위원회가 시의원만으로 구성되면서 교육청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의원제도 폐지로 예년과 달라진 교육위원회 구성에 전문성 부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관료 출신 교육의원 다수가 교육위원회에 있었기에 오히려 교육청을 견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시의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8월부터 매주 1회씩 모여 교육 현안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일선 교사를 초청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등 회기 시작 전부터 열정을 모으는 중이다. 27일에는 혁신학교 도입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준비해 개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목표와 꿈을 물었다. 마지막 답변 또한 명확했다.
“시의원으로서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하고 싶어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큰 만큼 지역 일과 교육위 의원으로 좋은 평가를 받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철저한 준비 끝에 대전시의회에 입성해 지방정치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정기현 의원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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