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교집합

지역내일 2014-12-17

평행이론
#1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그 짐을 대신 짊어지고 싶을 때 가 있다. 하지만 이 고마운 마음은 3초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 짧은 시간 동안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고 선한 사마리아인 되고 싶어 한다. 비록 마음뿐일지라도 말이다.
#2 서태지와 아이들이 우상이었던 시절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복장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 세대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셨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축 늘어진 음과 감상적인 가사에 눈물 흘리시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를 보냈다. 그때는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 교집합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자녀 사이의 서로의 힘듦을 잊고 있는‘망각’과 이 둘이 공감 할 수 있는 ‘교집합’ 찾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비록 본인도 현재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었지만 반대로 학생들을 이해하는 마음은 겨우 3초 밖에 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중학교 2학년은 병인가?
언제부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중2병’ 신드롬은 중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님이라면 한 번쯤은 속앓이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중학교 1학년 2학기가 되면 그렇게 착하고 말 잘 듣던 자녀가 부모님과 이야기 하려 하지 않고 눈빛만 마주쳐도 짜증을 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님은 정말 자신의 아이들이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부모님의 고민과 걱정은 고사하고 자녀 역시 부모님을 마치 이름 모를 병에 걸린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부모님은 “~하지 마라,” “커서 뭐 될래?” “공부 안하고 뭐하니?” “이 점수로 어느 대학교 갈래?” 등과 같은 말을 매일 자동응답기처럼 반복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부모님과 자녀는 서로 병든 사람처럼 인식하고 있는 슬픈 현실 앞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렇게 서로 다름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갈등은 해소 될 수 있을까?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
해결책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방법이고 한편으로는 지극히 이론적일 수 있다. 하지만 꼭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부모님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이다. 그것은 부모님과 자녀의 문제는 ‘나도 예전에 병들었었지’를 잊고 있었던 부모님의 망각을 기억하려고 하는 노력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공부하는데 힘들어하는 모습 (무거운 짐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보면 3초 (짧은 시간) 동안만 안쓰러운 마음이드는 것과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부모님은 어릴 적 과거의 부모님과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지금 자신의 자녀와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어릴 적 부모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부모님 또한 자녀와의 관계에서 답답한 마음에 매일 한 숨만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부모는 과거에 이미 사춘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자녀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 할 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녀는 부모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경험하지 못했다. 따라서 부모님을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다. 차이는 이미 경험한 것을 잊고 있는 부모님과 미래를 경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녀의 현실적인 차이뿐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이 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 자신이라는 사실은 자녀와의 갈등 해결에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다.    

부모님이 답이다.
이제부터 부모님과 자녀 사이의 관계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해보자. ‘자녀는 부모님의 기준에 맞춰서 행동해야 한다.’라는 기대를 버리고 자녀의 기준으로 새로운 교집합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부모님은 자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이미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경험한 과거가 있다. 그렇다면 그때의 마음으로 자녀의 관심을 이해하려고 하면 어떨까? 그리고 만약 같은 곳을 바라 볼 수 있다면, “~하고 싶다” “~하기 싫다”등의 자녀의 말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속뜻이고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라고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무서운 세상을 알아야 하고 준비하지 못하면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배우고 있는 수련생들이다. 그런데 이미 생존법칙을 알고 있는 부모님이 지금 당장 사냥을 할 수 없다고, 세상에서 도망만 다닌다고, 음식을 구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혼만 낸다면 이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누구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문제의 시작은 부모님 자신에게서 시작되었고 그 해결도 부모님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 자녀와의 교집합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프라미스어학원

프라미스어학원 박주필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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