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렇게 추운 날에도 축구를 할까?’
잠시 동안 했던 리포터의 생각은 기우였다.
대설(大雪)의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일,
파주 교하체육공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과 함께 달리는 남자들이 있었다.
바로 파주 교하 운정 축구동호회 ''청암FC'' 회원들이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땅이 얼고 추위가 밀어닥친다는 ‘대설’에도 ‘청암FC’ 회원들의 축구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다. 손끝과 귓볼이 얼얼해지는 추운 날씨에도 교하체육공원에 모인 회원들은 얼다시피 한 축구장 잔디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달리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지역 내 타 축구동호인들과의 시합이 있는 날로 공 하나를 두고 서로 치열하게 승부를 겨루며 열정을 쏟는 이들의 모습은 대설의 추위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축구장 한쪽, 비닐천막으로 만든 휴게 공간에서 몸을 녹이며 운영진을 중심으로 한 몇몇 회원들에게 청암FC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교하, 운정 지역에서 10년 넘게 이어져 온 축구사랑
청암FC는 파주 교하, 운정지역의 주민들이 주축이 된 축구동호회이다. 2000년대 초반 운정신도시에 입주가 시작되던 무렵,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던 지역주민 몇몇이 모여 축구동호회 결성을 도모하며 시작됐다. 초창기, 길가에 현수막을 내걸며 회원모집 홍보를 했는데 오래지 않아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를 시작으로 본격 발족한 ‘청암FC’. 운정신도시 주민이 주축이 돼 결성한 축구동호회로는 가장 오래됐다.
현재 이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교하체육공원에서 모임을 갖고, 평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저녁 7시부터 가온구장이나 운정체육공원 등에서 만나 3시간가량 운동하고 있다. 회원은 교하, 운정지역 주민들이 대부분으로 연령층은 20대~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어져 온 이들의 축구사랑은 지극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축구사랑을 접지 않았다. 눈이 쌓여도 장마가 와도 습관적으로 축구를 하러 나오곤 했다는 이들.
그렇게 세월은 흘러 20대 후반에 들어왔던 신참회원은 이제 40대로 접어들었고, 자녀가 어렸던 회원들은 이제 장성한 자녀와 함께 축구장에 나온다. 이들 회원 중에는 60대 아버지가 30대가 된 아들과 같이 나오는 이들도 있단다.
타 축구팀들과 매주 시합 펼쳐
이렇게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매주 만나 축구를 하다 보니 형님, 동생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이웃들이 늘었다. 김정식(57)회원은 “운동을 매번 함께 하다 보니 친해져 가까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전화해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하고 가끔은 가족 동반 모임을 갖기도 한다. 또 동호회 안에서는 상반기에는 가족동반 야유회, 하반기에는 가족동반 송년회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청암FC 회원들 뿐 아니라 파주지역 내 타 축구 동호인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유지하며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파주시축구협회 교하운정축구연합회 소속팀들과 함께 시합을 펼치고 있는데, 그 덕분에 팀은 다르지만 서로의 팀에 애경사가 있으면 초청받거나 초청을 할 정도로 서로를 챙겨주고 있단다.
청암FC에는 40년 넘게 축구를 한 회원도 있지만 축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도 있다. 초보자의 경우 팀 내 프로축구선수 출신의 트레이너가 1대 1 개인지도를 해준단다. 그래서 축구경륜 상관없이 지역과 가까이 살며 축구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가입이 가능하다.
“진짜 축구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시간만 되면 나와 운동하고 시합도 하며 전술을 짜는 분들이 많죠.”
노창남(55)회원의 말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이, 어느덧 이날의 축구시합이 끝이 났다. 그런데 축구장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어느 팀이 이겼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유니폼은 다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밝은 표정들이었기 때문이다.
동호회카페: cafe.naver.com/pajufafa
가입 문의: 010-8675-4567
>>> 미니인터뷰: 청암FC 사람들
“축구, 남자들의 매력이 많이 드러나는 운동입니다”
시합을 할 때에는 남자들끼리 서로 몸을 부딪치며 격렬하게 하지만 게임이 끝나면 서로 사나이답게 웃으며 악수하고 헤어지는 운동이 축구예요. 남자들의 매력이 많이 드러나는 운동이죠. 언제까지고 계속 축구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정식(57)씨
“겨울 추위에도 감기 걸리지 않아요”
50대 중반이 되면 무릎이 아프다, 오십견이 왔다, 여기저기 아프다는 분들이 많잖아요. 제가 40년 정도 축구를 했는데 저에게는 중년에 올 수 있는 증상들이 오지 않더라고요. 또 겨울 추위에도 감기 걸리지 않고 살도 찌지 않아 좋아요.
노창남(55)씨
“땀 흘리며 뛰고 나면 스트레스가 다 해소되요”
29살 때 청암FC에 들어와 40대가 됐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 사귈 수 있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운동 자체가 좋아요. 땀 흘리며 뛰고 나면 한 주간의 스트레스가 다 해소되거든요. 그래서 주말을 많이 기다리게 되요.
임성환(42)씨
“사람들이 좋아서 계속 나오게 되요”
청암 FC에 들어온 지는 10년이 넘었어요. 공도 좋지만 사람들이 좋아서 계속 나오게 되네요. 형님들이 참 잘 챙겨주세요. 매주 2번씩 나오고 있죠. 축구를 좋아해 다치기도 많이 했지만 운동을 하면 확실히 몸이 좋아지는 걸 느껴요
성연용(40)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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