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명량, 징비록 그리고 맘 편히 살 수 있는 ‘명당’

지역내일 2014-08-18
영화 ‘명량’이 화제다. 임진왜란 중 충무공 이순신 이야기다. 그는 전쟁 중에도 ‘난중일기’를 썼다. 단순 기록에서부터 때로는 나라를 지키는 장군과 가정을 건사하는 가장의 애환을 시 한수로도 기록했다. 7년 전쟁이 끝나고 이순신의 든든한 지지자 서애 유성룡은 낙향해 ‘징비록’을 썼다. ‘참혹했던 전화를 회고하고 조정의 실책들을 반성해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책 쓴 이유를 밝힌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이순신을 “말과 웃음이 적고 단아한 용모에다 마음을 닦고 몸가짐을 삼가는 선비와 같았으며 속에 담력과 용기가 있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재주는 있었으나 운수가 없어 백 가지의 경륜 가운데 한 가지도 뜻대로 베풀지 못하고 죽었다”고 평가하며 이순신과 관련한 내용을 심하다 할 정도로 많이 담았다.
징비록을 읽다가 솔직히 이런 영웅적 내용에 대한 감동보다 전쟁 중에 사람들이 얼마나 하찮게 죽는가를 보며 마음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백 명에 한 명 꼴로도 살아남아 있지 않았고, 살아있는 사람도 모두 굶주리고, 야위고, 병들어 귀신과 같았다. 죽은 사람과 죽은 말의 썩는 냄새가 성안에 가득 차 코를 막고서야 지나갈 형편이었다.” 전쟁 발발 일 년 후 피난서 돌아온 유성룡이 본 도성 풍경을 징비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전쟁 통에 왜구의 손에 죽은 사람도 많지만 임금의 뒤를 따라다니다, 권세가의 잡무를 처리하다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아 순식간에 목이 베이는 신하나 부하, 서민들의 얘기도 징비록에는 자주 나온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여봐라 저 놈의 목을 당장 베어…" 그러면 목이 냉큼 베어지는 내용을 읽으며 나는 얼토당토않게 ‘편하게 사는 것이 무엇이고 어디서 사는 것이 안전한가?’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전란, 흉년, 전염병이 가장 무서워 ‘삼재’라 했다. 당시 예언가들이나 도사들 은 우리 땅에서 삼재를 피해 살 수 있는 곳을 꼽아놓았는데 잘 알려진 곳이 ‘십승지’다. 권세가들의 탐학과 전쟁, 가난, 병고를 피해 안전이 보장되는 십승지를 찾아 숨어 산 사람들이 실제 많았다. 그 후손들이 여태껏 살고 있다.
출세하고 부자 되고 싶어 명당을 찾은 사람이 아니다. 단지 내 일 맘껏 하며 뱃속 편하게 살고 싶어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그곳이 최고 명당이었다.
풍수지리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좋고 나쁜 땅은 없고 다만 사람이 사는데, 어떤 일을 하는데 맞는 땅, 맞지 않는 땅이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 하며 편히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명당이다. 명량을 보고 징비록을 읽다 명당까지 간 것, 지나친 비약인가?

김경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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