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야기다. UNDP 자금으로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사회과학원에 유학하고 있던 1970년 일이다. UN의 기금으로 후진국가의 개발을 위하여 엘리트 교육을 시키는 과정이었다. 유학생 중에 필리핀에서 온 카이코, 네팔의 타파, 유고에서 루키지, 에티오피아에서 친구들도 있었다. 한국의 1인당 소득이 200불, 북한보다 못살 때이다. 주말이면 가난하고 짝이 없던 후진국 유학생들끼리 작은 방에 모여 숙제도 하고 식사도 같이 하며 다정하게 지냈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내가 대학총장을 하고 있던 1998년에 세르비아에서 편지 한 장이 날아왔다. 유고의 루키지로부터 온 편지다. 유고는 해체되고 세르비아가 되었다. 루키치는 남자보다 더 건장한 체구의 여성이고, 유고의 육상 800미터 선수였고, 올림픽에도 출전했다고 했다. 한눈에 보아 운동선수임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건장했다. 영어를 가장 잘 했다. 지금 유고는 내전 상태라 한국으로 가고자 하니, 초청장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유고 국적의 알바니아계였다. 루치니는 내전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에게 SOS를 친 것이다. 낡은 항공우편을 받고 수소문하다가 나는 개인 초청장만을 보냈다. 회답은 없었다. ISS(화란사회과학연구원)동창회 회보를 통하여 루키치의 슬픈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KLA(Kosovo Liberation Army)에서 활동하다가 체포되어 살해되었다 한다. 급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초청장과 동시에 비행기 표를 넣어 주었더라면…. 우연의 일치인지 KLA를 소탕작전을 지시한 세르비아 대통령 밀레소비치는 체포되어 우리가 공부했던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살인자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다가 감방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코소보 전쟁, 서방과 사회주의 냉전의 결과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종국이었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가 곧 유고연방의 수도였다. 유고가 해체되자 세르비아만 남았고, 자칭 유고연방이라고 하고, 세르비아의 대통령 밀로세비치는 코소보의 자치를 취소하고 무단청치로 들어갔다. 알바니아계 민족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하고, 공공기관의 알바니아계 공무원을 전원 해고시켰다. 코소보 자치의회는 국민투표를 거처 독립을 선언했다. 세르비아 남부에 코소보 지역이 있다.
인구 180만명, 면적 1만㎢, 경상북도 1/2정도 되는 작은 땅이다. 코소보는 80%가 알바니아 민족이다. 남쪽이 알바니아와 접하고 있다. 세르비아 군이 들어오고 코소보 민병대간의 전쟁이 일어났다. 세르비아 경찰과 정부군은 라사크에서 세르비아에 저항하는 민간인을 학살했다. EU는 세르비아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관여하고, NATO군을 동원하여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포격했다.
세르비아는 손을 들고 휴전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코소보는 의회를 통해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코소보를 승인하는 나라도 있고, 인정하지 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분리 독립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도 코소보 독립을 승인했다. 코소보의 남쪽이 알바니아이다. 알바니아는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를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코소보 전쟁은 작게는 민족 간의 전쟁이지만, 그 배경에는 서방국가와 사회주의 냉전의 후유증이 있다.
‘하얀 도시’ 베오그라드
세르비아는 면적 8만8천㎢, 인구 700만명의 세르비아인이 83%를 차지하는 민족국가이다. 가난하다. 실질소득이 1만2천불이다. 유고슬라비아 공화국 때 종주국이고 연방의수도가 베오그라드이다. ‘하얀 도시’란 뜻이다. 지역이 발칸지역이 석회암 지대이므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역사적으로는 로마 가톨릭교회, 동쪽 비잔티움 정교,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고, 전쟁터였다. 비잔티움제국을 함락시킨 이슬람의 메흐메드 술탄은 서쪽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서쪽의 요새인인 베오그라드를 포위 공격했다(1456). 성공적으로 방어를 해 이슬람을 물리쳤다.
오토만제국의 공격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유럽의 모든 교회에서 정오에 종을 치도록 가톨릭 교황은 명령했다. 지금도 정오에 종을 치는 것은 그 전통이다. 세르비아를 흐르는 강은 다뉴브(도나우)강이다. 다뉴브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2850km, 볼가강 3700km)이다. 유럽의 큰 강들은 평야지역을 흐르므로 하운이 참 좋다. 다뉴브 강은 흑해를 흘러들어간다. 그러나 다뉴브-메인강-라인강을 운하로 연결한다. 세르비아는 내륙국가지만, 운하를 통해 유럽의 중요도시를 선박으로 접근 할 수 있고, 흑해에서 발트 해까지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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