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하나 둘! 얼마 안 남았어. 다들 힘내자!” 지난 6월부터 동대전중학교 음악줄넘기부 학생들은 우렁찬 기합소리로 학교 강당을 채웠다. ‘헉헉’ 거친 숨소리와 함께 줄을 뛰어넘으며 각자 한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노력과 의지는 결국 전국대회 준우승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5개월 동안 꼬박 대회 준비를 하고 무대에 서며 아이들은 하나가 됐고 성장을 경험했다.
중2 사춘기, 줄 넘으며 훌훌 털어버려
동대전중 음악줄넘기부는 올 봄에 결성된 동아리로 남학생 20명, 여학생 20명으로 구성됐다. 대부분 2학년으로 음악줄넘기부 모집 공고를 보고 호기심에 이끌리거나 친구 따라온 아이들이 다수. 줄넘기 실력은 그저 평범했고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대회 종목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스피드 이중 뛰기, 긴 줄 8자 마라톤, 긴 줄 뛰어들어 함께 뛰기의 3개 종목을 실시해 각 종목 점수를 합산한 총점으로 종합순위를 가렸다.
6월부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출전을 목표로 맹연습에 돌입했다. 아침에는 학교 주차장,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는 강당에서 줄을 넘고 또 넘었다.
그 결과 첫 대회에서 남녀모두 준우승을 했고 대전시교육감배 대회에서는 남중부문 종합 우승, 여중부문 종합 3위에 올랐다. 남학생들은 지난 11월 인천에서 열린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줄넘기대회에 대전 대표로 출전해 종합 2위를 달성했다.
이규성 교장은 “음악줄넘기부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이 한마음이 되어 운동하는 것 자체가 교과서 안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진정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수업 시간을 방해했던 장난꾸러기들도 줄넘기 연습을 할 때면 진지한 모습이 된다. 팀을 위하여 다른 친구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려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교육의 희망을 느꼈다”고 전했다.
학교와 동부교육지원청 지원으로 날아올라
동대전중 음악줄넘기부에는 교육청 학교 학부모의 지원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 동아리를 만들어 꾸려온 이재인 교사는 체육전공자가 아닌 도덕과 교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기가 중2라고 하잖아요. 특히 저희 학교는 열악한 주변 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자존감도 낮고 무기력한 편이에요. 이런 아이들에게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긍정적인 자존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이 교사가 음악줄넘기부를 만든 속내를 밝혔다.
동부교육지원청의 학교스포츠클럽 지원도 한몫했다. 김유은양은 “대회복, 차량, 간식 지원 등 물심양면으로 우리를 응원해줬다. 연습과정이 힘들어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며 “대회 때마다 기록을 갱신하면서 다함께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종훈군은 “선생님 때문에 우리가 많이 성장했다. 선생님은 여름방학 때 줄넘기 연수도 다녀오셔서 우리에게 기술을 직접 보여주면서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휘원양은 “줄넘기 연습을 하면서 줄넘기대회의 목적이 1등이 아닌 서로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면 발을 멈추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편하자고 멈추면 팀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했다.
봉사활동과 기부로 연결시켜 의미부여
매일 2시간씩 줄넘기를 뛰다보니 체력이 좋아진 것은 당연하다. 특히 심폐지구력은 2배 가까이 올랐다. 이강산군은 “체력측정에서 20m 왕복달리기를 한다. 작년에는 37개를 했었는데 올해는 61개를 했다. 다른 부원들도 결과가 뛰어나서 체육선생님이 놀라워하셨다”고 자랑했다.
음악줄넘기부는 협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함께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은 필수다. 그래서 대회가 끝난 후에는 장태산과 학교, 대천에서 1박 2일 야영을 통해 우정과 추억을 쌓으며 소속감을 높였다. 공연무대에서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장애인 요양시설 봉사활동도 함께한다. 이혜진양은 “평강의 집에서 아이들 책 읽어주고 밥도 먹여주고 씻기기도 한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내가 기쁨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국대회에서 받은 상금 50만원 중 20만원을 대전연탄은행에 기부했다. 아이들은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며 나눔의 기쁨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 교사는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배려, 컴퓨터게임을 넘어선 또 다른 놀이문화를 전파한 거라 의미 깊다”며 “내년에도 동대전중 줄넘기부의 도전은 계속 된다”고 전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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