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세요.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점수 안 나온 거예요. 조만간 시작할 거예요.”
“그래도 수리는 1등급이에요. 언어는 금방 오르잖아요.”
“국어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빨리 올릴 수 있는 방법 없나요?”
형빈이는 수리 1등급을 꾸준히 받는 친구다. 이 친구의 국어 등급은 5등급. 물론 5등급이란 점수도 낮은 점수는 아니다. 수험생의 60% 안에 든다는 말이니 그리 최악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비추어볼 때 수리 1등급에 국어 4~5등급은 참 아쉽다. 이 친구는 국어공부를 2학년 중반까지밖에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공계를 선택할 몸이라서 국어는 필요 없는 줄 알고 있었다나. 그러다 뒤늦게야 본인이 가야 할 대학의 입시정보를 알고 난 후에야 국어를 2등급까지 맞아야 갈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줬다.
“선생님, 시간이 없어요. 그걸 언제 해요?”
“시간을 쪼개서 계획을 짜야지. 그렇지 않으면 답이 없어. 그렇다고 국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능력이 좋은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죠. 한 번 해볼게요.”
내가 담당하는 학생이 아니라서 계획을 짜주긴 했지만 제대로 지도할 수 없었기에 그냥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런데 볼 때마다 그 친구는 수학에 열중하고 있었다.
“형빈아, 너 국어는 좀 했냐?”
“아니요. ㅎㅎ 할 거예요.”
볼 때마다 하겠다고 말하던 형빈이는 국어를 하지 않았다. 고2 중반까지 습관이 배어있지 않은 터라 쉽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대입수능에서 수리 1등급을 맞고 국어 5등급을 맞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형빈이는 재수를 선택했다.
형빈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국어는 제대로 공부만 하면 빨리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점수를 빨리 올릴 수 있는 학생이 있긴 하다. ‘지문을 읽고 논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지문 독해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데도 습관이 되지 않아서 저득점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살짝만 교정해줘도 점수가 급상승한다. 그런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솔직히 위의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그렇게 낮은 점수를 받는 일도 드물다. 중저득점을 얻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지문 독해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체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국어에서 ‘개념어’에 약한 학생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Q.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 간의 갈등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②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그리고 있다.
③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④ 현실과 가상공간이 교차하면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⑤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과거의 복잡한 인연이 드러나고 있다.
1) “선생님, 배경 묘사 나오지 않나요?”
“어디에?”
“나오는 것 같은데….”
2) “선생님, 고전소설은 인물 간의 갈등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왜 ①번이 틀렸죠?”
“혹시 ‘심화’라는 단어는 읽어봤니?”
“어, 없었는데….”
3) “너 혹시 ⑤번은 읽었니?”
“잠시 만요…. 어, ⑤번이네. 아, 실수에요, 실수.”
아주 간단한 문제인데도 틀린 데는 참 다양한 이유가 있다. 1)은 시?공간적 배경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해서 대략적인 감으로 문제를 푼 경우이고, 2)는 선택지의 정보를 일부분만 읽은 경우, 3)은 덜렁덜렁 문제를 푸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다양한 것처럼 국어 점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지문을 읽는 스타일, 문제를 푸는 스타일이 다르다.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대다수의 수험생들 중에 ‘배경 묘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학생들도 많지 않다. 그저 ‘배경’이 정확하게 제시되면 그걸로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들에게 필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국어점수를 빨리 올릴 수 있죠?”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저의 스타일과 취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죠?”이다. 국어 공부에 있어서 본인의 스타일과 본인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최재호 선생님
미담 언어교육 연구소
문의 : 042-477-7788 www.sindlin.com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
현 신들린 언어논술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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