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미생(未生)’이란 드라마가 인기다. 바둑 프로기사를 꿈꾸던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고졸 사원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삼고 있어서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하는데, 필자는 다른 의미에서 그 드라마에 공감한다. 바로 필자가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바둑 신동으로 소문난 필자는 한일 중학생 바둑 교류전에 대표로 선발되고, 신문과 텔레비전에도 나오며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스카웃되었다. 한국기원 연구생은 프로기사가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로 현재 활약하는 프로기사 중 연구생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연구생은 보장된 미래였다. 그런데 어느날, 한 반바지 입은 소년이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한국기원 연구생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필자는 운명을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창호. 그는 신이었다. 필자의 목표가 입단(프로기사가 되는 것)이었다면 창호의 목표는 몇 살 때 타이틀(프로기전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목표의 차이는 곧 결과의 차이를 가져왔다. 상대방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을 절망감에 빠지게 하는 것은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절망감을 경험했기 때문에, 필자는 친구들보다 한참 늦게 대학입시를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쉽게 연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수읽기의 중요성
회사 생활을 하든, 대학입시를 하든 거기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벌어질 일을 예측하고 그것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을 바둑에서는 수읽기라 한다. 이창호가 바둑을 잘 둔 것은 바로 이 수읽기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탁월하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361!(factorial)라는 엄청난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은 아직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난해한 게임이다. 서양의 체스 챔피언을 컴퓨터가 이기는 것과 비교해 봤을 때 바둑이 얼마나 변화가 많은 게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미래의 경우의 수를 더 많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때 성공할 확률은 더 커진다.
‘미생’의 장그래는 비록 고졸 계약직 사원이지만 수읽기의 깊이를 경험한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앞선다. 현실에 적용한다면 다른 사람을 능가할 수도 있다. 더구나 그에게는 절박함이란 최고의 무기가 있지 않은가. 실제로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들은 거의 예외없이 명문대에 입학했다. 사고의 깊이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절박함이 장기간의 학습 결손을 메우고도 남은 것이다.
컨설팅이란 수읽기
현재의 대학입시에는 바로 이 수읽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필자가 강의했던 노량진 비타에듀를 비롯한 노량진 학원가와 메가스터디로 대표되는 인강 사이트들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수시 중심의 입시제도에 대안을 내놓지 못해서이다. 필자는 1998년 이후의 오랜 강사생활과 2009년 이후 목동에서 국어학원과 논술학원을 운영하면서 컨설팅의 중요성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컨설팅이란 학부모님들을 수백 수천명을 모셔놓고 하는 컨설팅이 아니라. 학생 한명, 한명에게 일대일로 방향을 잡아주는 컨설팅을 말하는 것이다. 똑같은 능력과 똑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의 특성과 여건을 살펴서 입시지도를 꼼꼼하게 해주는 것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날 수 있다. 수읽기는 난해하다. 하지만 난해한 문제를 푸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아는 것이다.
의식이 사람을 만든다 - 컨설팅의 완성
조금더 욕심을 내보자. 그럼 컨설팅의 완성은 무엇인가?
아이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의식은 곧 그 아이의 그릇을 형성한다. 그릇이 작으면 담는 것도 작을 것이요, 그릇이 크면 무엇이든 넉넉하게 담을 수 있다.
아이의 목표를 대학에 국한시키면 아이의 의식은 자라지 않는다. 42.195km를 뛰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20km정도는 쉽게 뛴다. 그런데 애초에 20km만 뛰려는 사람은 20km도 힘들다.
아이의 눈을 대학에 머물게 하지 않고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의식을 자라게 하는 것, 이것이 컨설팅의 완성이다.
국어를 배울 때는 윤동주의 고민에 공감하고, 영어를 배울 때는 햄릿을 읽어보려는 마음을 가지게 하고, 수학을 배울 때는 소수를 판별하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야심을 갖게 할 때, 논술을 배울 때는 나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문제를 고민하게 될 때, 대학은 성큼 내 앞에 다가올 것이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이런 즐거움 정도는 누려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 필자는 아이들 대학 잘 보낸다. 앞으로 더 잘 보낼거다.
윤권호 국어논술
윤권호 원장
- 에티카 논술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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