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배우자가 우선 상속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현행 상속법에 따르면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의 유산이 줄어들고 비율도 자식의 1.5배를 받는데 그친다. 하지만 개정안은 유산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먼저 배정하고, 남은 절반을 현행 상속비율대로 나눠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상속법 개정의 가장 큰 이유는 평균수명 증가다. 노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배우자가 사망한 후 홀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늘어났지만 자식들은 재산에만 관심이 있고 남은 부모의 부양에는 관심이 없다. 부모를 자식이 부양하는 경우가 점차 줄고 있는데 배우자에게 50%를 떼어주게 되면 법적으로 노인 복지가 증진되는 효과도 있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재산을 정리하여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지 않고 사망한 경우 자식들 사이에 재산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식들 사이에 벌어진 상속재산 재판에 어머니는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어머니가 살아계신 경우 상속재산의 절반 또는 전체는 어머니의 의사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들이 나서서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어머니는 자식들 상속분의 1.5배를 상속받는 게 전부이다. 상속재산에 대한 아무런 결정권도 없고 참견할 권한도 없다.
대신 상속법에는 상속인의 기여분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이는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한 경우’ 또는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에 기여분 심판 청구를 하면 그 부분은 우선 기여한 사람에게 떼어주도록 되어 있다. 부부가 같이 평생을 동고동락한 것만으로는 기여분이 당연히 인정되지 않겠지만 단순한 동거를 넘어선 협력, 부조의 경우에는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 부부가 같이 식당을 운영한 경우,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진 후 간병을 한 경우, 남편 회사에서 노무를 제공한 경우, 일수, 반찬장사를 해서 생활비를 보조한 경우에는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4~50%까지 인정될 수 있으므로 배우자가 기여한 것이 많다면 상속재산 비율도 달라진다.
배우자에게 선취권 50%를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여분과 관계없이 상속재산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남은 배우자의 발언권이 높아지게 될 것이고, 자식들은 남은 부모님을 잘 모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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