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 라승주 부장교사

진로는 성장이다

지역내일 2014-08-10

오래된 영화 ‘씨네마천국’을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토토에게 마을의 영사기사로 일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게는 따라야 할 별이 있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흔한 말처럼 들리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토토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진심입니다.
우리에게도 알프레도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꿈과 끼를 찾아 행복해지길... 선생님이 응원할게~


대학만 가면 다 된다고?
휴일 어느 날 대학에 다니던 딸아이와 둘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다크 써클이 팬더처럼 드리워진 얼굴로 딸아이가 이야기하더군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에게 속았어... 선생님들은 대학만 들어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했는데, 대학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 속은 느낌이야.”
사실 돌아보니 저도 학교에서 학생들의 진학을 최우선시했더라구요. 2010년 백양고 연구부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고양시로부터 학력향상 지원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만나고 싶은 직업인 15명을 선정했고, 지원금으로 이들을 초청하는 진로박람회를 열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고, 저 또한 교과목을 가르치면서 느낄 수 없었던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진로목표를 설정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부도 열심히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습니다. 때마침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양성한다는 정책이 발표됐고 저는 망설임 없이 진로상담교사를 지원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고양일고에서는 CEO-Project(Coaching Entering Occupation Projec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 꿈의 최고 경영자(CEO)는 ‘나’ 자신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진로로드맵을 찾을 수 있도록 세가지 방향으로 지원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이해활동’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등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각종 표준화 검사와 직업인과의 만남, 자신의 희망진로에 맞는 동아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두 번째는 ‘직업현장 체험활동’으로 매년 1학년 전체 학생이 한국잡월드 체험관을 방문하고 있으며, 8월에는 직업체험기관과 협력해 교내에 8개의 직업부스를 설치, 학생들이 희망 직업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방학중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희망 직업장을 방문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세 번째 ‘네 꿈을 점검하라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희망진로를 전교생에게 발표해 보는 기회와 자신의 미래 명함을 만들어 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포부, 자신이 노력해 온 과정과 발전 가능성 등을 점검해보는 ‘자기소개서 쓰기와 첨삭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진로를 찾아가는 이와 같은 큰 틀을 기본으로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도 필요합니다. 대학생 선배와 함께하는 전공탐색활동, 학업성취가 높은 친구들로부터 학습방법을 배우는 ‘친구공부 비법 따라하기’,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멘토 멘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누구나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성적을 끌어 올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진로를 찾았다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아 꿈에 다가서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부족한 학습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습전략검사를 통해 성적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상담을 통해 개별적인 공부법을 찾아줘야 합니다.  


선생님과 진로찾기
▶ 동재는 3학년 이공계열 학생입니다. 엉뚱하기도 하고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진로상담 중에 알게 됐습니다. 동재의 강점을 살려주기 위해 이웃학교에서 진행하는 ‘2012노벨화학상해설 특강’에 동행해 특강을 듣고, 서울대 교수님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동재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로 진학 목표를 세웠고, 한국기술개발원 기술연구본부장이라는 미래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 K는 수업시간에 그림을 열심히 그렸습니다.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궁금해 상담을 했더니 미대에 진학해 관련 직업을 갖고 싶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동료 미술선생님께 재능을 물어보니 우수한 미술실력을 가졌다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사교육을 받아 본적이 없었으나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학생이었습니다. K의 사정을 들은 미술선생님께서는 선배가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실비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고, K는 얼마 전 상명대에서 주관하는 전국학생 미술실기대회에 참여해 입상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 올해 학교를 졸업한 지영이는 각종 진로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학생이었습니다. 3학년이 되자 자기소개서 및 포트폴리오 구성방법을 지도해 달라며 찾아왔습니다. 이런 활동은 기본적으로 학생의 몫이지만 지영이와 여러차례 토론하며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의 구성 방향을 설정하고 자발적으로 작성하도록 지도했습니다. 지영이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어했으나 이과생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진학동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알려줬습니다. 포트폴리오에는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각종 진로 탐색활동과 전공적합성을 위한 노력들을 담을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중위권 성적이었던 지영이는 가톨릭대 심리학과를 비롯해 총 4개의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사교육의 힘이 아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스토리를 인정받아 기뻤고 보람을 느꼈던 사례였습니다.



학생들의 꿈을 지원하는 나의 꿈
고양일고는 지역특성상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나 한부모, 조손가정의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진로진학 정보력이 낮은 편으로 학생들의 학교 의존도가 높습니다. 진로진학 상담을 하다보면 학생들의 개인 스토리를 듣게 됩니다. 일부 학생들은 가정불화나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좌절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합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데 한계를 느끼며 개인적으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폭력적인 가정문제를 제가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진로목표를 찾으려고 애쓰는 학생들을 보면서 희망과 더불어 깊은 사명감도 갖게 됩니다.
진학만 강조하다보면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은 늘 패배자가 돼야합니다. 진로수업을 통해 행복의 참 의미를 탐색하게하고 행복의 조건을 타인과의 상대적 비교가 아닌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서 찾도록 강조합니다. 상담과정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자신을 미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보다도 늘 잘하는 사람들의 성공사례가 아닌, 부족했지만 역경을 극복한 성공사례들을 제시하고 희망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제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진로상담입니다. 모든 학생은 흥미도 적성도 가치관도 다릅니다. 학생들에게 맞는 진로정보를 지원 할 수 있는 학교와 교사, 지역사회가 돼야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보다 확연하게 다져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애정어린 관심 속에 학생들의 진로개척능력은 성장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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