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지금 시작하면 됩니다.”
인터뷰_ 서울시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1권역 회장 명덕고등학교 김재국 교사
올해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진로 희망 사유’를 적는 항목이 신설되고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에 학교생활과 진로와의 연관성이 중요해지면서 진로 교육과 직업 선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학은 이제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비전과 잠재능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진로 교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때, 서울시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1권역 회장을 맡고 있는 명덕고등학교(교장 윤형탁) 김재국 교사를 만났다.
‘적성과 소질’ 위주의 진로 진학 설계
서울시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각 학교에 진학부장이나 3학년 부장 중 진로진학을 20년 이상 맡고 있는 교사들의 모임으로 2011년 진로진학 연수 후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류 교환하고 진로진학 수업 개선 및 상담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 중에서고 1권역인 양천 강서 영등포 구로 동작 관악 금천 지역의 회장을 맡고 있는 명덕고등학교 김재국 교사. 7월 초 코엑스에서 진로교육과 직업선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2014 서울시진로직업박람회’에서 진로진학상담교사단 단장을 맡기도 하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진로직업박람회는 2003년 진학 직업 관련 박람회로 시작해 2011년 이후로 진로와 관련된 박람회로 옮겨졌습니다. 최근 대학에서 요구하는 진로와 연계한 학과를 찾는 등 학생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로 명확한 방향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처럼 진학에서 진로로 방향이 바뀔 만큼 최근 진로가 중요해졌다. 김 교사는 예전에는 단순히 공부만 신경 썼고 본인이 무얼 좋아하나 무얼 해야 하나 보다 대학 간판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성과 소질’ 위주의 진로 진학 설계를 원하는 학생들의 진로상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진로가 정해지면 스펙은 절로 쌓여
그러나 아직도 진로상담을 원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조사하면 20~30개를 넘지 못할 만큼 진로와 비전에 대해 정보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고 학교에서 무엇인가 활동을 해서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교사는 진로가 정해지고 그에 맞는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저절로 스펙이 된다고 전한다. “입시를 위한 스펙 준비가 아닙니다.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 진로를 찾고, 내가 찾은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 스스로 공부를 하고 관련된 책도 읽게 됩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진로를 위한 스토리로 만들어집니다.”
김 교사는 “똑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학급 회장을 하지만 진로가 정해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와의 활동에는 차이가 난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아 안타까워하는 김 교사는 “대학에서 엄청난 활동과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오해를 하고 학교 밖에서 R&E나 올림피아드를 준비하지만 대학에서 엄밀히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사실 학교 밖에서 한 활동과 성과물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도 하지 못한다. 대신 학교 안에서 주어진 활동을 적극적으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그 활동을 통해 학생 자신의 삶에 변화를 보여야 한다. “현재의 성취도가 아니라 미래의 잠재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대학이 요구하는 것이며 학교에서 활동으로 학생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다.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 가져야
그렇다고 무턱대고 진로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지금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숨 쉴 틈도 없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 가고 독서실 가고 공부와 과제에 치이다 보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공부를 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라 강조한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과 또한 부모입니다.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설레고 흥미가 가는지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자신에 대해 친구와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다보면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하면 안 된다. 자신의 꿈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깊은 데까지 들어가서 정보를 찾고 멘토를 통해 보람된 점과 어려운 점, 난관과 근무환경도 따져봐서 본인과 잘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정해진 꿈도 변할 수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옮겨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해진 꿈이 ‘정답’일 수는 없기 때문. 김 교사는 “진로 찾는 데는 왕도가 없어요. 정해진 특별한 길도 없고 표준화된 모델도 없습니다. 직업은 급변하는 사회만큼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찾고 만들어 가면 됩니다.”
대신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찾아야 한다. “진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무조건 빨리 정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결정하지 못하면 뒤쳐졌다는 생각 옳지 않아요. 내가 선 자리에서 지금 출발하면 됩니다. 남들이 어디를 가든 쳐다 볼 것 없이 서 있는 자리가 출발점입니다.”
첫발을 내디딜 용기를 가지고 꿈을 향해 도전한다면 누구나 진로를 찾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끝으로 김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믿어주라”고 당부한다. “부분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 중독, 친구와 노는 거 좋아하는 등 믿지 못할 행동 때문에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 이해는 하지만 부모님이 아이를 얼마나 믿어주었나. 부모님이 더 큰 잘못을 했다”고 질책한다.
“부모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면 아이들의 자존감이 상실됩니다. 엉뚱한 곳으로 빠져요. 믿음을 줄수록 학생들은 스스로 꿈을 찾고 공부하는 척 했던 아이들이 진짜 공부를 합니다.”
김 교사는 여기에 덧붙여 “결코 부모나 교사가 학생의 꿈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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