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서는 해마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이색 대회가 열립니다. 고양사회창안센터가 여는 고양시민창안대회입니다. 올해로 6회째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자도 늘고 현실에 접목할 만한 아이디어도 풍성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슬로건으로 열려 총 82개의 아이디어가 모였고 두 번의 심사를 거쳐 9개의 아이디어가 최종 결선에 올라 지난 9월 27일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이 가운데 세 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모두들 고양시에 대한 애정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대화동 원희정씨
新 디지털 도서카드, 추억에서 공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7년을 고양시에서 살아온 원희정(29)씨는 직장에서 컨텐츠기획업무를 맡고 있다. 희정씨는 고양시에 대한 애정이 많다. 고양시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도 많고 호수공원이라는 장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재치 있게 소통하는 점도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양이 캐릭터는 다른 지역 친구들마저 재밌어 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처음에는 정보를 얻고 강연을 들으려고 고양시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했어요. 처음엔 이렇지 않았는데 조금씩 고양고양 하는 말투로 바뀌어서 재밌었어요. 고양시창안대회 소식도 페이스북을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같은 책 읽고 추억을 나누자
서울지역 도서관에서 시험 준비를 하며 독서 스터디에 참여했던 희정씨. 하지만 20~30대의 직장인들과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 그룹은 서울지역에 나가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고양시에 이렇게 도서관이 많은데 가까운데 사는 사람들끼리 책을 매개로 만나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어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이웃들이 나이를 떠나 책으로 친구가 된다는 상상은 실현 방법을 생각하면서 점차 구체화됐다.
희정씨의 아이디어 ‘新 디지털 도서카드’는 같은 책을 본 사람이 누구인지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모여서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희정씨의 아이디어는 결선에 올라 사회창안상을 수상했다.
“대회에 참가하면서 시민들이 내 힘으로 내가 사는 곳을 바꾸고 사회적인 일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는 걸 느꼈어요. 시에서 멍석을 깔아주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말했으면 좋겠어요.”
똑소리 나는 희정씨의 수상소감이다.
중산동 이태근, 김현지씨
고양시 통합 주차정보 어플리케이션 어때요?
대학생 이태근(23)씨와 김현지(25)씨는 지난달 방글라데시로 봉사활동을 함께 다녀오면서 친해졌다. 중산동에 사는 이태근씨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참여해 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올해에는 현지씨와 참여해 ‘고양시 통합 주차정보 어플리케이션’을 제안했다.
“주차장 어플리케이션 단점이 공영주차장이나 백화점 외에는 확인이 안된다는 점이에요. 빌라 주차장이나 오피스텔 주차장을 유료로 운영하는데 그걸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일 년에 십만 대 넘게 차량을 단속하는 고양시의 주차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였다.
이태근씨는 고양시 환경과 행정에 관심이 많다. 길을 걷다 불편한 게 있으면 그냥 보고 넘기지 않고 민원을 제기한다.
“차타고 다니다 보면 주차장 때문에 불편하고, 밤이 되면 가로등이 잘 안 보이는 곳도 있어요. 맨홀이 덜컹거리기는 곳도 있고요.”
하지만 고양시에 대한 애정만큼은 특별하다.
나고 자란 고양시를 위한 애정 어린 아이디어
“저는 고양시에서 태어났어요. 고양시는 문화시설이 많아서 좋아요. 교통도 편리해요. 신촌 강남 홍대 어디를 가든 일산 오는 버스는 늦게까지 있는데 저같이 버스타고 다니는 학생들은 좋죠.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암센터도 있고 호수병원이나 킨텍스같은 문화시설도 있고.”
고양시의 인구가 백만을 넘어 부시장급의 공무원 자리가 늘어나고 그 아래 더 많은 공무원들이 생겨 예산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이태근씨.
“시민창안대회가 좋은데 홍보가 안돼서 안타까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제출해야 창안센터도 시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을텐데요.”
조목조목 동네 반장님처럼 고양시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말하는 이태근씨. 고양시에서 나고 자란 이답게 애정이 느껴지는 소감이었다.
대화동 강인웅씨
고양이 쓰레기통으로 고양시를 깨끗하게
“대화역에서 정발산역까지 걸어오는 동안 버스정류장 근처가 아니면 쓰레기통을 볼 수가 없어요. 심지어 어린이공원에도 없었어요. 음식을 사먹게 되면 당연히 쓰레기가 생기는데 걷는 내내 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생활하면서 느낀 작은 불편함을 잊지 않고 있던 강인웅(27)씨는 고양시창안대회 소식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쓰레기통 그림도 메모판에서 소박하게 그린 것을 제출했다. 인웅씨는 뜻밖에 수상 소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한다.
“고양시 페이스북에서 대회 소식을 보고 쓰레기통이 부족하니 참여해보자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냈어요. 다른 분들에 비하면 동기도 짧았고 그림 솜씨도 안 좋은데 결선까지 올라가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죠.”
관심 가지니 아이디어 솟아나
쓰레기통을 늘리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쓰레기통 디자인도 제안했다. 인웅씨가 제안한 쓰레기통에 고양시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했다.
“디자인 몇 개를 그리고 지인들한테 SNS로 맘에 드는 걸 골라달라고 했어요. 고양시의 고고양이 캐릭터가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었어요. 20~30대 50명한테 투표를 부탁했는데도 잘 모르는데 30대 이상은 얼마나 고양시 캐릭터를 모를까 안타까웠어요.”
상금보다 참여할 수 있어서 더 기쁘다는 인웅씨.
“시간이 된다면 버스 정류장을 바꿔보고 싶어요. 중앙차로가 폭이 좁아 너무 위험해서요. 비오는 날 우산 쓰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밀면 틀림없이 사고가 날 것 같거든요. 또 출퇴근시간에 고양시에서 서울 가는 것보다 대화에서 백석 가는 시간이 더 걸리던데 어떻게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 돼요.”
대회는 끝났지만 고양시 곳곳을 보는 시선 끝에는 하나 둘 아이디어가 떠오른단다. 내년쯤엔 그 아이디어가 다시 창안대회에 제출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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