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하 책향기숲길에 자리한 파주두일중학교(교장 이진) 도서관에는 하도낙서관(河圖洛書館)이라는 특별한 이름이 있다. 하도낙서는 옛 중국에서 발견됐다는 비밀스런 책과 그림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리학이 발달했고 주역과 홍범구주의 근거가 됐으며 도서관이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인류 문명의 비밀을 담고 있는 귀한 책과 그림이 있는 곳, 학교 도서관 이름으로 이보다 더 멋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예사롭지 않은 이름의 도서관을 기지삼아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이 있어 만나러 갔다. 두일중학교 도서부 두일책두레 아이들이다.
도서관 꾸려가는 아이들
두일중학교 도서관에는 3년 전만 해도 사서가 없었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학생들도 운영을 도왔다. 점심시간 평균 이용 학생이 200여 명이라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학부모와 학생들의 봉사가 꼭 필요했다.
박보애 사서가 온 후로는 학생들만 돕고 있는데, 운영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모아 꾸린 것이 도서부 두일책두레다.
두일책두레에는 학생 21명이 참여한다. 점심시간에 책 정리 봉사를 하고 월 1~2회 3시간씩 동아리 모임을 갖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학기에 3번은 토요 독서문화탐방을 진행한다. 책을 읽고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가거나 출판사 체험, 사제동행 연극관람, 해외 문화 탐방을 위한 견학 등을 하고 있다.
책 읽기는 일상적으로, 서평 쓰기는 한 학기에 2~3개를 쓴다. 가까이 있는 교하 도서관에 서평을 내서 소식지에 실리기도 한다.
2학년 임수연양은 “작년에 김두식 교수님의 <푸른눈 갈색눈>을 읽고 강연을 들으러 갔는데 심리학쪽으로 많은 공부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책 만드는 과정도 보고 산에 함께 오르는 것도 좋고 작가를 만나는 것도 좋다. 책을 정리하며 초등 때는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어딘가로 나가는 것 그 자체다.
“그냥 나가는 게 좋아요. 중학교 오면 밖에 나갈 시간이 줄어들어요. 동아리에서는 형들이 잘 대해주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1학년 하성준군)
자유가 있어 좋은 도서관
학습 때문에 때로는 친구 관계 때문에 긴장하기 쉬운 학교생활에서 도서관은 마음에 쉼표 하나를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
“도서관은 놀이터에요. 오면 재밌으니까요. 교실에서는 애들이 공이나 몸으로 많이 놀지만 여기서는 평화롭고 편안하게 놀아요. 학교에서 힘든 점이 도서관에서 다 치유가 돼요.”
3학년 이정현군의 말이다.
편안한 도서관을 다리삼아 학교에 적응하고 지친 마음도 쉬어가는 두일책두레 학생들. 이들은 도서부의 장점을 가족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꼽았다.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라 새로운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아했다.
2학년 이주빈양은 “선배들이 책 정리 할 때 친절하게 도와준다. 선후배 사이 벽이 없는 동아리”라고 도서부를 소개했다. 때로 점심시간에 책이 너무 많이 쌓여 있으면 힘들 때도 있다. 3학년 구가율군은 “그래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랑 같이 하니까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좋은 점은 또 있다. 2학년 이헌양은 “십진분류법을 배우니까 교하도서관에 가서도 책 찾는 속도가 빠르다”고 자랑했다.
3학년 이은찬군은 “중학교 오면서 이사를 해서 친구들을 전혀 몰랐는데 도서부를 통해 사람들을 알게 됐다. 등산에 함께 갈 때 다리를 다친 저를 부축해 친구와 함께 정상에 오른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공간에 친절하고 허물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두일책두레 학생들. 도서부를 통해 학교에 편안하게 적응하고 책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박보애 사서
책을 통해 성장하는 도서동아리
도서동아리가 좋은 건 또래들이 책을 통해서 모이는 모습이에요. 독서 자체가 아니라 독서로 친구가 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아이들 관계가 끈끈하고 문제가 생길 때도 알아서 잘 해결해요. 아이들이 입학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놀랍고 흐뭇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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