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한동안 잊은 채 살아가는 엄마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때론 그들에게 큰 행복이자 활력이 되곤 합니다. 코바늘공방 ‘더 크로쉐’의 최은정 씨도 공방 문을 열면서 그 즐거움을 만끽하게 됐다고 합니다. 코바늘로 사람들과 공감하며 세상사는 또 다른 재미를 갖게 되었다는 최은정 씨, 그리고 그녀의 공간 더 크로쉐를 소개합니다.
코바늘이 그저 좋았던 주부, 일을 치다
탄현동에 위치한 ‘더 크로쉐’는 최은정 씨가 지난해 9월 문을 연 코바늘 공방이다. 가방, 모자, 블랭킷, 쿠션 등 직접 뜬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최은정 씨는 “아는 분이 쿠킹 스튜디오를 열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죠. 내심 ‘나도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기만 했는데, 갑자기 그 기회가 찾아왔어요”라고 했다. 그냥 무심코 들렸던 부동산을 통해 지금의 공방 자리를 소개받고는 너무 맘에 들었단다. 의외로 남편의 지원도 쉽게 얻었다. 바로 임대 계약을 맺고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본래 손재주가 좋아 집 꾸미기도 즐겨 했던 만큼, 페인트칠, 몰드작업 등 공방 인테리어는 모두 직접 해냈다. 덕분에 남편이 지원해 준 500만원은 절반도 쓰지 않았다고.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완성된 작업실. 그녀에게 더 크로쉐는 더 애착이 가는 공간이다.
6평 공간에서 또 다른 행복 느껴
최은정 씨는 20여 년 전부터 퀼트를 취미 삼아 해왔다. 코바늘을 접한 것은 3년 여 전. 코바늘로 뜬 블랭킷을 보고 마음이 끌려 인터넷과 책으로 코바늘을 시작했다. 솜씨가 좋아 지인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고, 생협에서 재능기부 강좌도 열었었다. 이번 주부터 운정 지역 에도 강의를 나갈 예정이다. 더 크로쉐에서도 코바늘 강좌가 열린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이젠 수강생도 20여명이나 된다. 직장인들을 위한 저녁 강좌도 인기다.
“코바늘은 퀼트나 대바늘에 비해 재료비도 적게 들뿐더러 배우기도 쉬워 더 매력적이죠. 거기다 자신의 개성까지 더한다면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장점이죠”라고 최은정 씨는 소개한다.
강좌가 열리는 하루 서너 시간을 제외하면 오롯이 더 크로쉐는 최은정 씨만의 공간이다.
“우서 제 작품을 만들 작업실 개념으로 오픈했어요. 지금도 배우고 공부할 게 많아요.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트렌드도 읽고, 이를 저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녹아낼 수 있는지 연구를 많이 해요”
최은정 씨는 6평의 작은 공간을 가지면서 그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을 갖게 되었단다. “주부로 지낼 때는 아이 키우는 재미, 소소하게 집을 꾸미는 재미가 주였죠. 하지만 공방을 갖게 되고,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다 보니 내 존재가치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아, 내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그게 가장 크고 남다른 즐거움이죠”
경제적 목적보다 즐기는 것에 우선 둬야
최은정 씨는 더 크로쉐가 마치 회원들의 사랑방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회원들이 싸온 간식을 즐기며 작품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리 즐거울 수가 없단다. 최은정 씨는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확신하면 작업실이나 공방을 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요. 하지만 생활의 목적이 우선된다면 상당히 힘들어질 수도 있을 듯해요. 처음부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조금 접어두고, 일단 재미있게 일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라고 조언했다. 지금 더 크로쉐의 강좌가 모두 무료인 것도 그런 최은정 씨의 바람이 담겨 있다. 물론 수입이 적으니 월세, 재료비 정리를 할 때면 통장정리가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창업은 작은 행복 찾기라는 일차적인 목적은 달성했으니 성공과 다름없다.
“지금처럼 회원들과 함께 하는 더 크로쉐이고 싶어요. 물론 제 작품 연구와 연습도 계속 이어나가야 하고요. 지금은 진짜 창업을 위한 경험과 실력 쌓기 단계라고 말하고 싶네요(웃음)”라고 겸손해 하는 최은정 씨. 그녀의 행복 찾기가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고대해본다.
* 더 크로쉐 : 일산서구 탄현 8단지 동성상가 2층 207호/010-4344-1752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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