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이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 집안에만 있자니 따분하고 밖으로 나들이 가자니 돌아다니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럴 때 자녀들과 함께 나들이를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 교육적이긴 하지만 힘들게 발품 팔아야하고 눈으로만 보는 지루한 박물관과 달리, 이색적인 테마와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으로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이색박물관을 소개한다.
어린이 전통놀이 전시·체험할 수 있는 아해박물관
“컴퓨터가 없던 옛날에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놀았을까”
땅따먹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에게 어느덧 길바닥 놀이가 사라지고, 컴퓨터와 스마트폰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릴 적 그 많던 놀이를 더 이상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통 놀잇감을 보고 만지고 체험하며 조상의 뛰어난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아해박물관을 소개한다.
커다란 소나무와 푸른 자연이 반겨주는 아해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전통 놀이문화와 놀잇감을 전시·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를 재미있게 알려준다. 1층 상설 전시실은 자연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전통 놀잇감과 어린이 공부를 위해 사용되었던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팽이치기 코너는 팽이 만드는 과정부터 엽전팽인, 말팽이, 기와팽이, 장구팽이 등 다양한 팽이와 팽이채를 볼 수 있다. 참소라 공기, 복숭아 씨앗 공기, 엽전 공기 등 모든 사물을 놀잇감 소재로 삼고 있는 공기놀이 코너를 비롯해 굴렁쇠, 격구, 장치기, 고누, 장기, 근대놀이 등 전시품도 다양. 숫자 팽이를 돌려 나온 수와 규칙에 따라 각각 관직과 명승지(名勝地)를 옮겨다니는 조선 시대 보드 게임인 승경ㆍ람승도 코너도 볼 만하다.
2층과 3층에는 교육실과 기획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박물관 뒤편에는 건강에 좋은 황토산으로 된 아해숲이 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숲길처럼 아름다운 아해숲에는 계단마당, 언덕마당, 다람쥐마당 등 4개의 놀이마당이 있어 투호놀이, 널뛰기, 팽이그네, 칡으로 공 만들기 등 전시장에서 눈으로 경험하였던 전통놀이를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밖에 어린이는 물론 성인과 교사교육, 전통놀이 지도자양성과정을 진행하는 박물관 학교를 운영. 우리전통문화를 흥미롭고 깊게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2-3418-5501
Interview
아해한국전통문화어린이박물관장 문미옥(서울여대 아동학과 교수)
Q. 아해박물관 설립 동기는?
일본 박물관은 어린이들이 쓰던 전통 놀잇감을 잘 보관하고 전시해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어요. 더군다나 우리나라 88올림픽 팽이가 전시되어 있고 백제시대 사용한 장기판과 비슷한 쌍육판이 보물로 지정되어 보관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는 전통놀이나 어린이 공부문화 관련 유물이 그 어디에도 보관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워서 우리 전통놀이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고자 어린이란 뜻의 ‘아해’박물관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전시품들은 어떻게 모았나요?
가족이나 친척들이 가지고 있는 놀이감 유물을 모으는 것을 시작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골동품 가게를 다녔어요. 또 지방에 가서 골동상이나 고미술품 경매장에서 경매로 구입하기도 하고 오래된 마을이나 산속의 바위돌도 살펴보며 놀이감 흔적이 있는지 보면서 다녔어요. 이렇게 20년 모아 지금의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Q. 보람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사립박물관은 관람료로 유지관리하기 어렵습니다. 사회봉사 혹은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의지 없이는 할 수 없지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보람된 때는 단체로 현장학습 왔던 어린이이가 부모님과 박물관을 재방문했을 때나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다” 또는 “엄마, 아빠랑 또 와도 되요?” 라고 물어볼 때입니다. 또 얼마 전, 어린이날에 보육원 어린이들을 초청했을 때 한 어린이가 등 뒤에서 저를 꼭 껴안으며 “정말 감사합니다. 한번만 더 불러주시면 안되요?”라고 말했을 때 아해박물관을 만든 의미를 크게 느끼고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는 귀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Q. 박물관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자연 속에서 자연물놀이감을 가지고 어떻게 창의적으로 노는 지 알려주고 여럿이 협동하며 노는 방법도 경험시키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유물을 통해 조상의 지혜에 감동하고 자부심을 가지며, 숲에서 우리 전통놀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해박물관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윤지해 리포터 haeihae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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