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 아동과 부모님들을 대하다보면 종종 상호간에 이러한 악연이 있나 싶을 정도로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 딱 맞을 만큼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과 주 양육자간에 서로 깊은 상처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부모는 부모대로 그간 ‘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아이의 치료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사춘기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은 부모의 노력과 수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그 동안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했다는 생각과 안 좋은 기억들을 가진 채 부모에게 온갖 반항과 분노를 표현한다. 이러한 상처들이 적절하게 해소되고 풀리면 다행이지만 소통이 서툰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상 피해망상이나 관계망상, 환각과 같은 자기 파괴적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면 점점 돌이키기 힘든 늪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간 신뢰해온 치료기관에 대한 실망도 실망이거니와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악화되는 자식을 지켜보아야 한다. 부모의 능력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점점 사라져간다. 결국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어린 시절부터 온갖 치료와 약물 복용을 하며 노력해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절망스러울 뿐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는 부모와는 다르다. 부모의 삶의 목표와 경험, 가치, 우선순위가 아닌, 아이의 기질과 성격, 성향, 그리고 장점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적어도 가족으로 인해서만큼은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의 자존감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안 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주고, 반복적이며 변화되지 않는 것들을 강제로 억압하거나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치료가 어려울지언정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치료는 한 번에 낫게 하는 약이 아닌(실제 그러한 약이 없을 뿐더러) 기질적 기능을 치료하고 회복시켜야 하는 만큼 치료자와 치료받는 사람이 함께 마음을 합하여 노력해야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치료를 위해 기관에 다니시는 부모님들이라면 조급한 마음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이의 변화를 관찰해 주시길 권한다.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과의 소통과 함께 치료기관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면 아스퍼거 증후군의 완치도 꿈같은 일은 아닐 것이다.
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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