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덕이고등학교(김현숙 교장)에는 아주 특별한 매점이 문을 열었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모두 주인이 되어 함께 꾸려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매점이다. 위탁 매점이 양산하는 많은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함께 하는 교육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덕이고의 매점을 찾았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출자, 모두가 주인 되는 매점
덕이고등학교 ‘참카페’는 기존에는 없었던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학교 매점이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학교협동조합 시범학교 6개교를 선정하면서, 고양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덕이고가 지정돼 그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매점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 학부모 모두가 조합원이 된다. 류경현 교사는 “학생과 교직원 전원, 학부모는 희망자에 한해 5000원의 출자금을 내면 모두가 주인이 된다. 교직원, 학생, 학부모 대표들로 구성된 20여명의 매점협동조합 이사진이 전반적인 운영과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진들의 역할도 각각 다르다. 학부모가 물품의 구매와 판매를 주로 한다면, 학생들은 홍보와 캠페인등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출자금은 졸업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준다. 수익금은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 체험학습비 지원 등 교육복지로 사용될 예정이다.
매점의 외관도 여느 매점과 많이 다르다. 구석 좁은 공간이 아닌 중앙 복도에 위치해 있고, 소모임, 소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카페테리아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부모들이 손수 만들었다는 간판부터 손 글씨로 적어간 메뉴 하나하나까지. 정성이 가득하다. 참 카페에서는 건강한 먹을거리 제공을 원칙으로 한다. 스낵류, 식혜, 빵 등은 유기농 우리밀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일부 아이스크림 류를 제외하면 착한 가격에 건강한 간식들이 전부다.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과연 이러한 간식들이 통할까 하는 우려는 이제 하지 않는단다. 학부모 조합원 김재순 씨는 “자극 없는 간식들을 접하다보니 자연히 아이들의 군것질이 주는 것 같다. 아이들 입맛도 조금씩 변화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토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요즘, 참 카페의 간식은 그래서 어머니들의 마음과 같다. 학부모 조합원들은 앞으로 아이들 입맛에 맞으면서도 건강까지 고려한 간식 품목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부모와 학생들의 ‘공감과 이해’의 창구
참카페는 오전 등교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 등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운영된다. 판매와 관리는 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김윤정 학부모 조합이사장은 “지난해 오픈을 준비한 1기 조합원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지금은 2기 운영진들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으며, 전교생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이 아닌 학교 매점 창구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조합원 장윤경 어머니는 “사실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면 우리 아이들 전부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 쉽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와는 많이 달랐다. 너무나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이 모두 내 아이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은영 어머니도 “내가 생각했던 아이들의 모습과 달랐다. 선입견이 많이 없어졌다.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나누는 기쁨을 아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믓하다”고 덧붙였다. 참카페는 이처럼 부모와 학생들의 공감의 장이자, 이해의 창구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카페라는 이름은 참된 먹을거리 제공, 참된 교육을 실현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또한 교훈 ‘창의 지성 자율 공생’ 답게 참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큰 뜻도 담겨있다. 이러한 참 카페의 의미가 학교 담장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고대해본다.
김현숙 교장
"열린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
“시범학교로 지정되고 오픈하기까지 발로 뛰며 땀을 흘려주신 부모님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참카페는 위탁 매점이 갖는 많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학생들에게 질서의식과 공동체 마인드를 갖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매점 형태입니다. 앞으로 참 카페를 단순한 매점이 아니라 공연과 전시, 공부모임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행복한 학교 내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갈 계획입니다”
류경현 교사
“참카페는 모든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공동체 매점이죠. 아직은 초기지만 최종적으로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교육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 김윤정 씨
“참카페가 발걸음을 이제 막 뗐습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건강 매점이 되리라 믿습니다”
어머니 성은영 씨
“ 학생이 주체가 되다보니 아이들의 인식과 행동이 달라졌어요. 쓰레기도 직접 치우고, 누가 시키기도 전에 질서를 지켜가며 이용하는 학생들이 대견해요”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