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운정고등학교(교장 우제정)는 2012년 8월 자율형공립고로 선정됐다. 개교 첫해에 입학한 학생들 즉 현재 3학년들은 자공고가 되기 이전 운정고에 들어왔다. 그중 학업에 뜻이 없고 무기력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미래에 꿈을 찾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아이들. 허숙자 교사는 음악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기운 내라는 한마디 말보다 음악의 힘이 컸다.
스승들이 이끌어 준 음악의 길
“가정 형편이 너무 안 좋은 아이가 있었어요. 뭘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상담을 통해 작곡으로 진로를 정했어요. 좋은 선생님의 후원을 받아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다음 아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어요.”
무기력하고 책상에 엎드려 있기만 하던 아이가 목표와 희망이 생기자 눈빛이 달라졌다. 분명 똑같은 아이인데 몇 달 사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교사로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이었다.
허숙자 교사는 어린 시절 성악가를 꿈꿨다. 중학교 때 합창단에 들어간 게 계기가 되어 고등학교 때 음대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비용 부담이 컸다.
아침 6시 반에 등교해 노래를 연습하고 밤에는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는 모습이 기특했던 것일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주었다. 레슨과 반주도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잊을 수 없는 이는 고3 담임 이익수 선생님이다.
“대학을 떨어지고 재수를 하면서 음악을 포기했을 때였어요. 선생님은 재수학원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셔서 격려해주셨어요.”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음악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성악가가 아닌 교사로, 자신을 이끌어 준 많은 스승들처럼 좋은 음악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음악으로 행복한 제자 키우고파
리포터가 운정고를 찾아간 날, 관현악부 학생들은 저녁 8시에 음악실에 모였다. 다음날 인근 경로당에서 여는 음악회 리허설 때문이었다.
뮤지컬부는 33명, 관현악부는 37명, 밴드부는 10여 명의 학생들이 활동하는데 모두 저녁 시간에 연습한다. 밤 10시 넘어 퇴근하는 건 허숙자 교사의 일상이다.
“애들이 너무 좋아하니까요. 말썽 부리는 애들도 없고 출석율도 좋고. 먼저 와서 준비도 하고 있고 말도 잘 들어요. 스승의 날에도 단축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연습은 빠지지 않겠다고 기다렸어요.”
학생들에게 무대 경험을 많이 주고 싶어 각종 대회와 외부 찬조 공연에도 적극 참여한다. 동아리발표회, 영어합창제 등 교내 행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음악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아이들이 활동하고 나서 즐거워하는 모습, 연주하고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 정말 잘 했구나 생각해요. 그럴 때면 힘들었던 것도 사라져요. 아이들이 즐겁고 만족하는 모습이 보람이죠.”
스승에게 받은 은혜를 제자들에게 되갚겠다는 허숙자 교사. 스승의 은혜는 정말 하늘같은가 보다. 세대를 넘어 제자들을 내리 내리 성장시키는 그런 하늘.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제자들이 말하는 허숙자 교사
2학년 서종하 군
“엄마같이 먼저 다가와주는 선생님”
“허숙자 선생님은 엄마 같아요. 되게 많이 챙겨주시거든요. 관현악부 시작할 때도 하고 싶은 사람이 가서 먼저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먼저 다가와서 조사하고 의견을 존중해 주셨어요. 먼저 다가와 주시고 신경써주시고, 엄마같이 대해주시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져요.”
2학년 김가현 양
“음악으로 봉사하는 길 열어주셔서 좋아요”
“허숙자 선생님은 대회나 공연 등 여러 가지 음악 관련 활동도 알려주시고. 봉사활동도 다니게 해주셔서 좋아요. 내일은 경로당에 봉사활동 하러 가기로 했는데 저희 연주 듣고 즐거워하시면 좋겠어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처럼 말벗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2학년 한수희 양
“관현악 동아리 만나서 기뻐요”
“관현악부는 다른 동아리보다 더 진짜 동아리 같아요. 조금 더 가까운 반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서로 친근하게 대하는 분위기를 선생님이 만들어 주셨어요. 하나의 악기를 하면서 서로의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는 기회를 고등학교에서 만나게 돼서 정말 좋아요.”
2학년 강기훈 군
“스트레스 풀리는 음악시간”
“고등학생이라서 수업이 많아요. 음악시간은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다른 시간에 비해서 활기차니까 분위기도 좋아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그만큼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관현악부는 선후배간에 사이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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