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다. 강산이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변할법한 시간동안 봉사에 전념한 사람이 있다. 바로 30년을 한결같이 봉사에 매진한 안양2동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 최재석 위원장이다. 인터뷰 약속을 잡고 그를 처음 봤을 때 그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편안하고 평범한 모습이었다. 지인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건 그의 특별함을 기대해서였다.
평범한 사람이 들려주는 비범한 봉사이야기
“보통사람이죠. 뭐 특별할 것 있나요.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의 서민이에요.”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 세월이 느껴졌다. 참으로 각박한 세상,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 일까.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닌 30년을 말이다. 봉사한 얘기 좀 들려달라고 하자 “그게 무슨 대단한 자랑거리라고 이렇게 인터뷰씩이나...”하며 도대체 말문을 열지 않는 그에게 대뜸 “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길 모르는 사람에게 길 안내를 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을 대신해 짐을 들어주는 것도 봉사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우리 생활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조금만 힘을 보태면 그게 바로 봉사가 되는 거예요.”
지극히 당연한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봉사의 의미에 대해 들려주는 그의 말속에는 진솔함이 베어 있었다.
봉사의 근원은 화목한 가정
충남 홍성이 고향인 그가 안양으로 올라오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한 봉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한 그는 동네 일이라면 두 팔 걷어 부치고 앞장섰다. 봉사에 몸담으면서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바로 안양2동 자율방범대를 창단하는 일이었다.
“그 당시 안양2동에는 취약지구가 많았어요. 특히 구역이 넓어 안양유원지까지 관할해야했으니까요. 야간에 순찰을 돌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었고, 위험한 일도 있었어요. 타동에서는 하나 둘 씩 자율방범대를 조직하고 있었고, 우리 동네도 필요하겠다 싶어 사람들을 모았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6년 동안 자율방범대에 소속되어 방범대장을 역임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있었다는 그는 새마을지도자 시절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예전에는 환경이 깨끗하지 못해 파리, 모기 등 벌레들이 많아 방역작업을 자주했어요. 지금처럼 방역소독기가 좋은 것도 아니고 직접 가지고 다니거나 오토바이에 싣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소독을 했죠. 연소가 잘 되지 않아 기계에 불이 나기도 하고 아이들이 소독기를 따라다니며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요. 늘 화재위험을 안고 있었을만큼 열악했어요.”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동네를 누비며 봉사에 전념하는 그에게 부인은 어떤 맘이었을지 궁금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했다. 가정이 화목해야 봉사도 가능하다는 것.
“저는 7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책임감이 강한 편입니다.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합리적이며 의협심이 강하죠. 동네를 위한 봉사가 아무리 좋아도 집안이 편안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집사람이나 아이들이 모두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니 저도 맘 편하게 동네 일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또 더 나아가 누구라도 봉사하는 맘을 가져주길 바라는 맘이 있습니다. ”
세상이 각박해지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니 봉사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세태에 그가 들려준 말이었다. 봉사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남에 대한 배려부터 실천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봉사를 해보겠다고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못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 손익을 따지지 않고 그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겸손함이 가득 베어 있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안전행정부장관 표창 2회, 경기도지사 표창 2회, 안양시장 표창 수상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불우이웃돕기나 적십자회비 모금에 앞장서는가 하면 FC안양 연간회원권을 구입해 불우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일에도 그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입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맘이 있다면 이 세상은 그리 각박하지 않아요. 봉사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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