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자 행운입니다. 때로는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쓴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쏟아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 코너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전해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교직생활 31년차, 아직도 모눈종이와 컴퍼스를 들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칠까 연구 중인 대일고등학교(교장 이우일) 최진열 수학 교사.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 수학을 1985년부터 도입했고 수업 시간에 하노이탑과 조노돔 시스템, GSP 프로그램을 이용, 모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수학에 흥미를 더해주는 최진열 교사를 만나본다.
1985년, 스토리텔링수학을 논하다
최진열 교사는 82년 프로야구가 탄생하던 때, 동양중학교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원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던 그는 9개월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원 졸업을 하고 수학을 연구하는 교수가 되고 싶은 꿈을 경제적인 여건상 접고 85년 대일외국어고등학교에서 다시 교편을 잡았다. 그리고 99년 대일고등학교로 옮겨 현재까지 대일고등학교에서 15년 째 수학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사실 수학이란 과목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렵고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수학은 대입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과목이기에 수학이 재미있다고 하는 학생은 드물 터. 그러나 최 교사는 학창시절부터 수학이 재미있었다고 하는 드문 학생 중 한명에 속했다. “사람은 사색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바둑도 그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고 수학은 사색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수학을 왜 어렵게 느낄까? 최 교사는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할 때 사색하는 즐거움은 속 빼고 학습으로만 느끼기 때문”이라 밝힌다. “농구 전성기 시대, 이충희 선수가 100개의 공을 던지면 90개가 들어갔어요. 이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A×0.9’ 이것이 ‘이항분포’인데 이렇게 설명하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지만 ‘이항분포’부터 설명하면 용어부터 익숙지 않으니 어렵게 느끼죠.”
일명 스토리텔링 수학이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상황을 문제로 제기하면 호기심이 생기고 이를 수학 교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최 교사는 개념을 강조한다. 또한 스토리텔링으로 불러일으킨 호기심을 학생의 지적 수준을 넘어서 가르치는 것도 교사의 역량이라 덧붙인다. “강의는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만 하면 되지만 수업은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지식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는 수업이고 대학은 강의라고 하죠.”
수학은 문제풀이 수업이 아니다
최 교사는 ‘교사’라는 직업은 잘 가르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잘 가르치기 위한 노력과 연구를 해야 하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춘 위치에서 현장감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최 교사는 항상 모눈종이를 2000장 이상 쌓아두고 그리고 또 그린다. 또 조노돔 시스템과 하노이탑, GSP 프로그램을 모두 수업시간에 활용한다. 초등 교실이 아닌 고등수업에서 도구를 활용한 수업이 가능할까 싶지만 개념을 꼼꼼하게 가르치기 위해 이보다 더한 것도 필요하다면 도입한다는 것이 최 교사의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너무 바쁘다. 빨리 풀고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최 교사의 수업 시간은 개념부터 철저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미리 선행을 하고 들어온 학생들은 ‘아 안다’고 생각하고 진도를 빨리 빼줄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교사는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게 개념과 정의를 다시 정리한다. “학생들이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수학을 수준별로 나누어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능력별 이동 수업은 문제풀이반만 가능합니다. 수학은 문제풀이 수업이 아닙니다. 개념을 설명할 때는 1:1 수업이 아닌 이상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도 가능합니다.”
“개념은 쉽다 어렵다가 아니라 익숙하냐 덜 익숙하냐의 차이”라는 최 교사는 “학생들이 역수는 잘 안다. 2의 역수는 1/2이라고 잘 대답한다. 그러나 반수라고 하면 거의 모른다. 개념은 처음 들었기 때문에 낯설어서 모를 뿐”이라 강조한다. 그래서 개념과 정의를 설명하는데 수준차가 없다는 것이 최 교사의 생각이다. 개념은 집중해서 듣기만 하면 누구나 알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은 개념을 안다고 하면서 정확히 설명을 하라고 하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문제는 푼다. 함수가 뭔지를 모르면서 함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최 교사는 그것이 안타까워 개념 설명 시간을 최대한 할애한다. 때론 대학수학 용어도 정리해준다. 용어도 어휘인 만큼 어휘를 늘리는 것이다. 어휘는 부지런하기만 하면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
문제 풀이 위주의 수업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최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들은 학생이 ‘처음으로 수학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학생들에게 수업선택권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즐거움에 빠지다
최 교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 휴일도 없었으면 좋겠단다. 그만큼 가르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한 번도 교사에 된 것에 대한 후회도 없이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최 교사는 “사람이 사는 낙이 여러 가지겠지만 지식을 나누고 돈을 쫓지 않고 인생이 즐거우면 성공한 것 아니겠습니까. 3박자가 다 갖추어졌거늘 교사로서 후회가 없습니다”고 밝힌다.
마지막으로 최 교사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믿음’을 강조한다. “교사를 믿지 못하면 교육이 안 됩니다.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100M 달리기를 할 때 20~30M 앞에서 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교사를 신뢰해줄 것”을 당부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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