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전화를 자주 받는다. 메일로도 온다. 전원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 관련한 내용들이 많다. 당연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투로 상담해 오는 사람들 때문에 당황할 때도 있지만 대화 나누는 즐거움이 크다.
"시골 가서 살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없느냐? 은행에서 대출해주는 것은 없느냐?"고 물어와 “담보가 있어야 하고 신용도 좋아야 하니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면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는 사람도 있다.
본의 아니게 인생 상담을 할 때도 많다. 몇 년 전에 만난 그는 대기업부장이었다. 능력있고 열심히 일해 빠른 승진을 했다. 새벽 출근해 밤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보고 퇴근 후 부하 직원들 비위 맞추기용으로 한 잔 하다보면 귀가 시간은 보통 새벽 1~2시였다. 그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자신을 챙겨보니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혼자였다.
간부가 된 후부터는 회사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얽힌 스트레스였고 아내나 자식들 모두 자기들만의 세상을 따로 살고 있었다. 찜질방 가고 수영장 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인 아내는 회사일로 늘 바쁜 남편과 노는 것을 진작에 포기했고 제대로 얼굴 한번 볼 새 없었던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훌쩍 커, 아빠는 말이 안 통하는 ‘꼰대’가 돼 있었다. 자신이 있을 자리가 좁아지는 걸 느끼자 외로웠다. 돈 버는 기계로 살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골에 내려가 자신을 찾아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주변에 얘기했다.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는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말린다. 아내는 "당신 연봉이 얼만데 그만두면 우리 가족 어떻게 먹고 사냐"며 “시골가려면 혼자서 가라!”고 협박한다.
맞다. 시골에 가 살면 가족들 먹여 살릴 일이 걱정이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에 가족들이 당분간 먹고 살만한 양식을 챙겨두고, 혼자 시골에 내려가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보면 시골에서도 먹고 살 수 방도가 생길 것이란 기대를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불안하다.
둘이서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며 상대는 이것저것 묻고 나는 답하지만, 그는 궁금한 것보다 시골서 살겠다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볼 생각이 크다. 얼마 후 뜻한 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터를 잡아 살던 대기업부장은 결국 몇 년 못 버티고 다시 예전의 직장으로 복귀했다.
요즘 창업 등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정부에서 많은 자금을 투자하지만 성과는 시답잖다. 꼭 농사만이 아닌 시골서도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시니어들이 시골서 할 수 있는 일 만들기에 정부에서 적극 나설 가치가 충분한데 정책은 늘 도시바라기만 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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