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육문화관(구 춘천평생교육정보관) 수강생 출신들이 만든 한글서예 동아리 <먹빛천년>. ‘먹빛은 천년을 간다’는 서예 대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우리글과 좋은 글귀들을 꾸준히 접하며 그 맥을 잇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년을 이어나갈 진한 먹빛과 그 향기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좋은 이야기, 유쾌한 웃음이 넘쳐나는 먹빛천년 회원들을 만났다.
한국 최고 서예대가와 함께해온 10년
먹빛천년은 춘천교육문화관에 개설된 한글서예 강좌 수강 후 더 깊은 공부를 원했던 회원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결성됐다. 모임이 처음 생겨난 지 10년이란 시간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 맥을 지켜 매주 금요일 오후면 20여 명의 회원들이 동아리실에 모인다.
현재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서예가인 꽃길 박무숙. “회원들은 춘천의 원로 서예가이신, 갈내 이만진 선생님께 훌륭한 가르침을 받아오신 분들입니다. 제가 바통을 이어서 4년째 함께하고 있는데, 10년 이상 한글서예를 써오신 분들이 많고, 그 사이 4~5명은 작가로 배출되기도 하는 등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들 너무 열심이라 주위 반응도 뜨겁고 매우 뜻 깊은 동아리입니다.”
변수량 동아리회장은 한글서예의 대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회원들은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글 정체 부분 최고 권위의 꽃길 선생님께 직접 배울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지요. 우리 문화유산이자, 세계에서 우리민족만이 할 수 있는 한글의 아름다움에 회원들은 푹 빠져있답니다.”
세상의 이웃과 나누는 아름다운 한글 바람
먹빛천년은 한글의 심미성을 널리 알리고자 매년 초여름이면 ‘바람전’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각자 익힌 기량으로 부채 위에 다양한 한글 글씨체를 선보인 작품들을 출품한다. 여기에 더해, 서예대가로부터 익힌 소중한 재능을 다시금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부채 작품을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복지기금에 기탁하고 있다. 박무숙 서예가는 전시회 때마다 회원들의 정성어린 작품에 직접 낙관을 찍어 주는가하면, 자신의 작품 또한 찬조하여 뜻 깊은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시민들에게 좋은 글과 좋은 뜻을 함께 나누는 매년 초여름의 ‘바람전’. 회원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 한글을 알리고, 좋은 일에도 적극 동참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시를 이어나갈 것이라 전한다. 변수량 회장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전시회의 참뜻이 오롯이 전달되어, 모두들 부채 구매에 즐겁게 동참해주신다”며, “전시회 준비를 통해 실력도 늘지만,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더 크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고 소개했다.
스승의 체본을 받아 하얀 종이 위에 꾸준히 연습해 멋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회원들. 어려운 한문이 아니라, 한눈에 읽히는 쉬운 우리말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 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변 회장은 매번 서정시나 좋은 글귀들을 접하고, 때로는 직접 시를 짓기도 하다 보니 마음 또한 아름다운 한글을 닮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글서예하시는 분들을 보면 인생이 아름다워요. 차분하면서도 마음이 참 고와요.” 그래서인지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회원들 사이 또한 이제는 웬만한 친구에 버금간다고 한다.
삶을 격려하며 즐겁게 소통하는 사람들
한글서예 작가로 활동 중이며, 제일 연장자이기도 한 김규희(70) 회원은 “성품이 온화한 사람들끼리 함께하니 연령을 떠나 소통이 잘 되고, 서예에 집중하다보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우연히 접한 서예의 매력에 지금은 푹 빠져있다는 이경희(49) 회원은, 김규희 회원이 올해 칠순잔치에서 작품전시회를 개최한 사실이 무엇보다 부럽다고 전했다. “실력 여하를 떠나 훗날 작품 하나하나가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가 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멋진 칠순 이벤트를 꿈꿔봅니다.” 한편 올해부터 참여한 새내기로, 문인화 초대작가이기도 한 허남헌 회원이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며 즉석에서 대중가요를 열창하자 박수갈채와 환호가 이어지기도 했다. 마치 먹빛천년의 좋은 분위기와 회원 간의 우애를 증명하는 장면인 듯했다.
먹빛천년은 조용히 먹을 갈고 글자와 씨름하며 수양을 하는 곳만이 아니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서로 격려하고 재미있게 삶을 소통하는 곳이었다. 시월 마지막 날의 분위기에 취하고 함께하는 넉넉한 웃음을 지닌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김재석 리포터 kb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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