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특히 사춘기 자녀들이 있는 가정은 아이들과 대화의 단절을 느낀다. 자신만의 세계가 생기고 학교 공부는 늘어나고, 부모님은 바쁜 탓에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애기할 시간과 상대가 없다. 결과만 보고 꾸중부터 시작하는 일방통행식 대화만 하는 부모에게 자녀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쌍방통행식 대화가 필요하다. 20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이자 동화작가인 유석초등학교 정명숙 교사를 만나 자녀들과의 소통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초등교육의 핵심은 인성교육
봄이 한창인 4월의 어느날,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유석초등학교를 찾았다. 정명숙 교사는 6학년 2반 담임을 맡고 있다.
“일단 아이들이 너무 좋아요. 작년에 1학년 담임을 하다가 6학년 담임이 돼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6학년 아이들도 애들은 애들이에요.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주면 좋아한답니다.”
초등교육 전문가인 정 교사는 초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성교육을 꼽는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담당했지만 요즘은 맞벌이, 핵가족화, 외동아이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할 여건이 안 돼 발생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학교 입학전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하고 입학후 교과목을 배웠는데 지금은 반대라고나 할까요? 초등학교 시절만큼은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은 철저히 반대하구요.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적기교육을 해야 교육효과가 높으니까요. 어설픈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점점 공부에서 멀어질 수 있어요. 사교육도 아이와 먼저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지적 수준은 높아졌지만 친구관계, 인사예절, 놀이문화 등은 예전만 못하지요.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공부량도 크고 작은 문제의 원인이 된답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해주세요
정명숙 교사는 2014년에만 두 권의 책을 냈다. ‘자신감을 키워주는 질문의 힘’과 ‘가로세로 낱말퍼즐’이다.
“책은 주로 방학 동안에 써요. 이번에 쓴 책은 예전에 썼던 책(자신감있는 아이로 키우는 why대화법)의 증보판이라고 할까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아이에게 바른 학습태도를 잡아주고 자신감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고 아이를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줘야 해요.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고, 자기주도학습도 가능합니다.”
정명숙 교사는 동화작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10년 ‘똥개도 개다’란 책을 펴냈고 그 전에도 많은 어린이 창작 동화를 썼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다양한 소재로 표현해 보고 싶어 동화를 쓴다는 그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기도 했다. ‘똥개도 개다’에서는 세상의 다양한 존재들이 모두 소중하고,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 교사의 책 속에는 공부는 못하지만 맘이 착한 아이, 장난이 심하지만 생각이 깊은 아이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난 후 독후감을 쓰도록 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논술학원이나 글쓰기학원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독후활동을 많이 권하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하겠다면 모를까 책을 읽고난 후 독후감을 쓰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독후활동의 강요는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아 갈 수 있거든요. 부모님들은 책 읽는 환경과 도서관 가는 습관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부모의 세세한 관심이 아이의 자신감 키워
아이들은 칭찬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라는 그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아이 편에 서서 생각하자고 마음 먹으면서도 막상 아이의 교육문제로 객관성을 잃게 되는 대다수의 부모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가정을 많이 봅니다. 특히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대화가 단절되죠.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인정해주고 공감해 주는 상대를 찾습니다. 아이들의 남녀 성별에 따른 차이점도 인정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정 교사는 최근 학교차원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에서 학부모 대상 강의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제대로 부모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되짚어 봐야 한단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담임교사와 상담해야 해요. 담임교사는 부모와 상담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담임선생님을 어려워하고 만나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아이가 하루 반나절 이상을 함께하는 사람인만큼 자주 교류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녀의 성적에만 관심을 보일 것이 아니라 평소 생활습관, 심리상태까지도 세세하게 관심을 가져야 아이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소통할 수가 있어요.”
세상에서 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럽고 가르치는 일이 좋다는 정명숙 교사. 우리 아이들도 그의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아이들로 커 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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