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_ 양정고등학교 산악반

‘뚝심’으로 오르는 정상 … 산은 내 삶의 활력소

지역내일 2014-11-05

1937년 만들어져 7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양정고등학교(교장 김창동, 이하 양정고) 산악반. 그동안 불암산, 수락산, 북한산, 광덕산 등 전국 각지의 명산을 산행하면서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 나약하고 도전의식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지만 양정고 산악반 회원들은 다르다. 쉽고 편하게 보낼 수 있는 동아리도 많지만 힘들고 어려운 산악반을 선택한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단체


떨어질 듯 말 듯 짜릿한 볼더링의 진수
수요일 동아리 활동이 있는 날. 체육복을 갖춰 입고 범상치 않은 표정으로 20여명의 아이들이 모인 곳은 근교 고등학교 중에서 양정고에만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는 실외암장이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자 손으로 홀더를 잡고 순식간에 정상에 오르는 산악반 학생들. 홀더를 잡고 벽에 안전하게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특별한 장비나 보호 장치가 없어도 인공 암벽장 위를 자유자재로 올라 다닌다.
암벽장을 탈 때는 위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몸을 로프에 고정해야 하지만 5~6m 높이를 장비 없이 오르는 볼더링은 로프와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바닥에 매트만 깔아놓아도 된다. 떨어질 듯 말 듯한 짜릿함 속에 정상을 밟는 것이 볼더링의 진수. 아이들은 어느새 정상에 올라있다.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한계를 극복하게 돼
77년의 전통을 가진 양정고 산악반은 1학년 10명, 2학년 23명으로 구성돼 있다. 동아리 모임은 주로 수요일 2시에서 4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주요 활동은 볼더링을 하거나 산에 오를 때 꼭 알아야 하는 독도법, 매듭법, 응급처치 등 산행의 기본을 배운다.
주말이면 근교 산으로 산행을 가는 양정고 산악반 회원들과 표중근 지도교사. 불암산, 수락산, 북한산, 광덕산 등 전국 각지의 명산을 오르면서 학교를 떠나 산행하는 동안만이라도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고 기초 체력도 기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올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공식적으로 산에 함께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표중근 교사는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마감하기 전 산악반 학생들과 멋진 산행을 떠날 계획이다.
산악반 친구들이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올라가는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지라도 산 정상에 도착해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절경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1학년 윤용훈 학생은 “힘들게 올라간 만큼 산 정상에서 맛보는 성취감에 또다시 산을 오르게 됩니다”라고 산행을 하는 이유를 밝힌다.
산을 오르는 동안 아이들은 자신도 돌아보고 학생의 본분인 공부도 점검한다. 1학년 한태하 학생은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극한 직업입니다. 힘에 부칠 때면 두 번 다시 산행을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정상에 오르고 나면 이런 과정을 거뜬하게 견뎌낸 나를 격려하게 되고 모든 걸 잊고 다시 도전하자는 각오를 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산행은 언제나 힘들지만 이를 견디고 정상에 섰다는 감동은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또한 산은 혼자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회원들은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학년 김승호 학생은 “산을 오르면서 마주치는 주변 경치에 힐링도 되지만 지치고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도와 함께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가 더 멋져 보여요”라며 미소 짓는다.
1학년 안건욱 학생은 “산을 오르는 동안 정신력이 강해졌고 깡도 생겼습니다. 이제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며 각오를 밝힌다.

양정고 산악반


오랜 역사만큼 탄탄한 실력으로 수상 이어져
오랜 역사만큼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 양정고 산악반 학생들은 작년 전국체전 은상에 이어 올해 열린 제47회 대통령기 전국 등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지난 10월28일부터 11월2일까지 제주도 한라산 일원에서 개최된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일반등산 부문에서 2학년의 이종면, 모규석 군과 1학년의 유승현 군이 한 팀이 되어 출전, 우승하는 쾌거를 얻었다. 전국 체육대회는 3명이 1개조로 단결심과 협동심을 겨루기 위해 이론과 구급법, 매듭법, 장비점검, 산행 및 독도, 체력테스트를 평가하는 대회로 4개 부분(남·녀 일반부, 장년부 및 남자고등부)에서 경기가 치러진다.



미니인터뷰


표중근 지도 교사
“양정고 산악반 학생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각종 등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어 기쁩니다. 특히 올해 한라산에서 개최된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든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고된 훈련을 참아내고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대회에 임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학년 모규석 학생
“볼더링은 작은 홀더에 온몸을 맡겨 올라가야 하는 인내와의 싸움입니다. 오롯이 정상을 향해 손과 발을 시간 안에 맞추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기초체력과 순발력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경기의 결승전은 경험, 인내, 정신력으로 끊임없이 도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습니다.”


2학년 이종면 학생
“우승할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운이 좋았나봅니다. 10kg씩 무게를 나누어 배낭을 메고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정상을 찾는 극한 작업이지만 대회가 끝나고 나면 정신력이 강해지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같이 해 냈다는 것이 더 기쁩니다. 팀원들을 잘 만나 우승한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학년 유승현 학생
“산을 좋아해서 산악반에 가입하게 됐는데 독도법, 매듭법, 응급처치 등 산에서 조난당하지 않기 위한 유용한 지식도 배우고 산을 타는 동안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학업 스트레스도 날려버리니 산악반에서 더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2학년 형들과 대회에 참여할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습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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