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기피, 이과 선호도 2배나 높아

지역내일 2014-11-05

 지난 2014년 10월 24일자 경향신문 기사 중에는 ‘고교생도 문과 기피, 이과 선호도 2배나 높아’라는 교육기사 제목이 있다. 이공계열 기피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던 수년전과 비교하자면 낯설기만 한 제목이다. 이 기사는 서울 영등포구의 ‘ㄱ’ 일반고 1학년 한개 반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과선호도가 문과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는 내용이다. 해당계열 선택이유에 대해서는 이과를 선택한 학생은 ‘취업과 대학진학에 유리하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문과를 선택한 학생 상당수는 ‘수학, 과학이 어려워서’를 이유로 꼽았다. 또 ‘어쩔 수 없이’ 문과를 선택한 학생이 적지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실어 놓았다. 아직 꿈을 꾸어야 할 학생들에게까지 냉정한 현실이 너무 일찍 스며든 것 같아 가슴 아프다. 하지만 문, 이과 어느 쪽을 선택하든 최소한 본인이 선택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데도 특정과목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선택하는 일은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도 없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과학은 선택인가


 표면적으로는 선택이지만 이과를 선택한다면 과학은 필수다. 이과라 해도 수학만을 잘해서 갈수 있는 대학은 없다. 수능에서는 과학탐구 총 8개의 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하면 되지만, 그 난도는 수학만큼 높고 투자해야할 시간도 상당하다. 하지만 대부분 중학교 때는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1학년까지는 어려워진 내신에 치여 과학 공부를 뒤로 미룬다. 2학년이 되어 급해진 마음에 과학을 시작해 보면 그때에는 완전한 이해와 숙달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시간이 절대 부족함을 안다. 1~2등급 유지하는 학생은 이미 중학 때 과학 공부에 많은 투자를 해왔던 경우가 많다.


 과학 공부를 미루는 이유


“저는 중등과학 내신 성적이 잘 나와서 굳이 더 공부하지 않아요” 특정학교 몇몇을 제외하고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시험의 난도를 하향 하다 보니 중등내신시험은 변별력을 잃었다. 하향평준화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점수가 만족스럽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결국 중학교의 성적은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다. 고등부 수업을 하다보면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중학교 때는 과학 성적이 좋았는데, 고등과학이 너무 어려워요”이다. 그렇다면 정말 고등과학의 난도가 갑자기 올라간 걸까? 아니다. 중등과학에서 고등과학으로 올라오는 과정은 톱니바퀴 이가 맞물리듯 놀랍도록 매끄럽게 구성되어 있다. 어설픈 중등과학 공부는 중등과학이라는 톱니바퀴를 무디게 만들고 고등과학과 맞물리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문과를 선택했어요” 이 말은 언뜻 들으면 고2 학생이 한 말 같지만 놀랍게도 요즘 중1~중2 학생이 하는 말이다. 일부 학생의 경우 중등내신 성적 5점, 10점에 집착하고 주변으로부터 성적에 대해 지나치게 질책 받는다. 사실 학교별로 난도가 천차만별이니 중등내신 성적 80점~100점 사이는 큰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성적이고, 점수보다 아닌 등급이다.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아, 나는 과학을 못하는 구나. 포기해야겠어’ 하지만 이런 학생 중 상당수는 흥미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도록 도움을 준다면 놀라운 재능을 발휘한다. 문과를 간다는 선택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기회를 갖기 전에 본인의 진로 선택기회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안타깝다. 


과학 공부의 기회를 줘야


중등내신공부에 한정시키지 말고 중고등 과학 전체의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라든가 어설픈 영재를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더 넓은 진로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과학 공부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지금 하기에는 어렵다거나, 시간이 없어서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과학 전반에 대한 이해와 사고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족해지는 시간을 고려하면 시간여유가 많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재 몇 학년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등과학과정이 끝났다면 겁먹지 말고 고등과학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물, 화, 생, 지 1의 전반적 이해가 머릿속에 있다면 그 출발선이 얼마나 다를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단 조심할 점이 있다. 어설픈 선행학습은 오히려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과학의 기초를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삼가야한다. 짧은 시간 안에 빨리 끝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얼마나 완전한 이해가 동반되었는지가 중요하다.
  
류서연


류서연
피큐브(중등부 과학과) 대표강사
2644-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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