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혁신학교에 가면 성적이 떨어진다?’
모두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불과하다. 올해로 혁신학교 3년차인 수원 영통중학교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영통중학교의 최근 4년간 학업성취도 결과를 살펴보면 혁신학교 지정 이후 전체적으로 학력이 향상됐다. 특히 국어 수학 영어 모두 ‘보통학력이상’ 학생 비율은 증가한 반면 ‘기초학력미달’ 학생은 줄었다. 국어의 경우 2011년에 보통학력이상이 85.0%, 기초학력미달은 1.5%였다. 혁신학교 3년차인 2014년엔 보통학력이상이 96.3%로 11.3%나 증가했고, 기초학력미달은 0.7%로 0.8%감소했다. 영어도 보통학력이상 비율이 2011년 80.0%에서 2014년 88.3%로 증가했다. 박명옥 영통중학교 수석교사는 “처음부터 도시형 혁신학교 모델을 구상하면서 교과수업 혁신을 통한 학력 향상에 주목했다”며 “수업개선의 핵심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통중 영어수업 = 영통중학교 영어수업 ‘교과독서’시간. 모듬별로 앉아 영국DK백과사전을 관심있는 분야별로 선택해 읽고 있다. 테이블마다 사전이 있어 모르는 단어는 스스로 찾아가며 읽는다.
◆‘살아있는 수업’이 혁신교육의 기본
영통중학교의 수업은 일반 학교와 어떻게 다를까? 우선 교실의 책상배치부터 다르다. 모든 교실의 책상은 칠판을 향해 일자식으로 배치되지 않고 가운데를 비운 ‘ㄷ’자 형태로 배치된다. 교사가 가운데 들어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상황을 파악하고, 학생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한다. 수업 내용도 교사가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습득했느냐에 초점(배움중심수업)을 둔다. 때문에 수업이 일방적인 지식전달로 끝나지 않고 지식을 학생들이 체화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행한다. ‘생각열기→생각쌓기→생각에 날개달기→삶에 접속하기’와 같은 단계를 거친다.
박명희 영어교사는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되 어린왕자 원서를 읽은 후 가평의 ‘쁘띠 프랑스’를 방문하거나 영화를 보고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외국인 인터뷰 등을 통해 심화시켜 나간다”며 “따라오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업에만 충실하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이러한 수업방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학년 박연선 양은 “11자 대형은 칠판보다 앞 친구의 뒤통수가 눈에 들어오지만 ㄷ자 형태에서는 친구와 대화도 나누며 수업을 하니까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채다현 양도 “학원을 다니고 있어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업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따라가기 쉽고 지루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명옥 수석교사는 “수업 중 협업과정을 통해 친구와 소통하는 방법, 상대방에 대한 배려, 민주적 의사결정과정, 스스로의 통제력, 함께하는 행복감 등을 체득해가고 있다”며 “그래서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 역시 기존의 지필평가보다 수업과정에서 배운 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능과 태도 중심의 수행평가 비중이 높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블록타임 수업, 교과교실제, 자유학기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영통중 동아리활동 - 영통중학교 음악실에서 바이올린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다 재능기부 방식으로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계획, 진행, 평가 도맡아”
창의적 체험활동과 학생자치활동도 활발하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년별로 각기 다른 주제를 선정, 1박 2일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미션을 해결하는 학급단위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또 지역사회나 대학, 인근 대기업 등과 연계한 진로체험활동, 관심분야를 연구해보는 1인 1프로젝트(꿈나래 프로젝트) 등이 전개된다.
내년에는 독서토론 논술캠프 등 다양한 독서습관정착 프로그램과 학생들의 인내력, 자제력을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국토대장정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자치활동은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겨진다.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 평가까지 한다. 교사는 조언자이자 안내자 역할을 한다. 실패하면 실해한 대로 반성도 하고, 성공하면 해냈다는 자부심과 쾌감을 느낀다. 최근 열린 학년별 체육행사는 대회명칭도 학생들이 직접 정하고 사회, 심판 등 모든 것을 학생들의 힘으로 진행했다. 동아리활동도 활발하다. 바이올린 동아리는 학부모의 재능기부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부모들도 혁신학교에 대한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 홍정보 학교운영위원장은 “진학 전에 학교를 방문해 선생님과 대화 등을 통해 학교를 선택했다”며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고 수업 집중도가 높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교육이 제대로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송영림씨는 “혁신학교가 아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오히려 토론, 협력, 발표 등을 통해 형성된 학습능력과 인성이 인생의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세훈 영통중학교 교장은 “올바른 교육을 해보자는 교직원의 열의와 학부모들의 응원 속에 혁신교육이 정착되고 성적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입시위주의 암기·주입식 교육을 중시하는 경향이 남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자율과 배려 속에 감동과 행복을 만들어 가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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