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중학교 민화교실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기 민화 작품을 모아 전시회도 열어요”

지역내일 2014-11-05

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목동중학교(교장 남기황)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민화교실’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민화교실


초충도, 나비가 날다
목요일 오전 10시, 목동중학교 1층 학부모실에 엄마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화선지를 펴고 물감을 준비한 다음 자리에 앉아 붓을 든 엄마들의 모습에 열정과 진지함이 묻어난다.
열심히 그리고 있는 그림을 들여다보니 ‘초충도’다. 초충도는 말 그대로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하여 그린 대표적인 민화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엄마들의 솜씨가 전문가 못지않다. ‘와~ 저걸 어떻게 그리지?’라는 생각과 함께 민화 교실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원래 그림에 재주가 있거나 예전에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리포터의 머리를 스쳤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모든 엄마들이 화선지 밑에 받쳐진 것이 있으니 바로 신사임당의 초충도 ‘밑그림’이었다.
민화는 밑그림을 기초로 그리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원본과 똑같이 그리는 건 아니고 밑그림을 토대로 모사를 하고 색감에 따라 그리는 이의 개성이 녹아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민화의 장점이다.
목동중학교 민화교실을 맡고 있는 최승미 강사, 자리를 돌아가며 세세한 개별지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민화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남녀노소 누구나 그린 그림은 민화가 될 수 있어요”라며 “민화를 그리는 자체는 어렵지 않고 색칠도 금방해요. 단지 화선지 번짐을 조절하는 것이나 선을 그리는 것이 좀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목동중학교 민화교실은 매주 목요일 10시 목동중학교 학부모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지난 5월 목동중학교 민화교실이 강서교육청 평생프로그램으로 선정이 되면서 목동중학교 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목동중학교에서 민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어머니들은 모두 17명. 12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민화교실 회원들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기 민화 작품을 모아 작은 전시회도 계획 중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그릴 수 있어
접하기가 쉽지 않은 민화 교실. 회원들의 참여 동기도 여러 가지다. 지인의 소개로 민화교실에 참여하게 된 신문순 회원, 늘 민화를 그려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던 차 목동중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민화교실이 개설됐다는 정보를 얻자마자 민화교실에 신청서를 넣었다. “목동중학교 근처에 사는데 학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웃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제 나이를 먹어서 꼼꼼하게 색칠할 수 있을까 싶지만 민화는 그리는 자체가 즐거워 시간가는 줄 몰라요”라며 웃는다.
이현우 회원은 예전에 수채화를 그렸던 경험이 있지만 민화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고. “수채화는 선이 뚜렷한 반면 민화는 색이 조금 더 강렬하고 채도가 높아요. 한지에 수채화 물감으로 한국화를 그리는 건 수채화와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고 물감이 번지는 손끝의 그 맛에 매료돼 민화를 계속 그리고 싶어집니다”고 밝힌다.
소영희 회원은 “집에서 영어회화를 틀어 놓고 민화를 그리려 했더니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요. 민화를 그리는 시간만큼은 잡념이 없어지고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이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친구 따라 민화 수업에 참여한 김효란 회원은 ‘모란도’ 그리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민화 수업에 와서 친구도 만나고 초충도, 모란도도 완성하고 다시 젊어지는 거 같아요.”
‘민화교실’은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적은 엄마들에게 꿈을 찾고 어렵기만 했던 학교 문턱을 넘어 선생님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고 있다.



민화교실수업

미니 인터뷰


최승미 강사
“목동중학교 민화교실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은 붓을 처음 들어보신 분도 있고 친구가 민화를 그리는 데 자극 받아서 따라온 어머니들도 계십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자신만의 모습이 담긴 민화를 그립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우리의 소박한 생활을 담아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즐거움을 찾는 곳입니다.”



김지연 회원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그림을 그것도 민화를 학교에서 수업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민화는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그리면 그릴수록 즐겁고 민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작품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집에 걸어두면 아이들도 엄마를 대단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요즘은 연꽃을 소재로 그린 ‘연화도’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장묘순 회원
“민화는 집중해서 그려야 됩니다. 순간 잡생각을 했다간 화선지가 다 번지죠. 그래서 민화를 그리는 동안은 모든 상념을 잊고 그림에만 집중해서 좋아요. 특별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표현해 내는 대로 작품이 완성되니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요. 원래 민화는 서민의 생활을 그림으로 나타냈으니 우리의 삶이 곧 민화와 같지 않을까요.”



박주숙 회원
“민화의 매력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잘 그려져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리는 중간 중간 그림을 살펴보면 다 망친 것 같지만 막상 완성해보면 근사한 작품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민화를 그리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예전에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미술이라는 새로운 세계도 알게 되고 민화교실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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