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일이 지났다. 십년지기 과천 지인은 생일선물로 ‘미술관에서의 힐링’이라는 색다른 제안을 했다. 과천에서 가장 근사하다는 가원미술관에서의 일일데이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가원미술관은 홍대 미대를 졸업한 이용 관장이 10여 년 전에 세운 개인미술관이다. 작고 아담한 미술관이지만 ‘아름다운 뜰(佳苑)’ 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편안한 문화공간으로 과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림과 자연이 조화된 전문 미술관, 현재 ‘박돈 회고전’ 열려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려 문원초등학교를 거쳐 어두컴컴한 굴다리를 지나면 거짓말같이 언덕 위에 남유럽풍의 하얀 건물이 나온다. 붉은빛이 남아있는 지붕과 하얀빛의 건물, 여기저기 탐스럽게 핀 붉고 푸른 꽃송이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곱다. 지하철부터 초행길을 티 내며 십여 분 동안 ‘이 길이 맞는지?’ 고민했던 마음도 4월 햇살 같은 미술관 전경에 감쪽같이 환해진다. 꽤 넓은 초록빛 정원, 그 위 축제같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먼저 반갑다. 정원 한구석 빨간 우편함도 두근두근 설레는 봄나들이를 재촉한다.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아 더 자연스럽다. 순간 미술관이 영화 촬영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는 지인의 말이 뒤늦게 떠오른다.
가원미술관은 총 370평의 건평에 1~3 전시관과 가원아카데미, 가원아틀리에, 큐레이터실, 휴게실 등이 갖추어진 전문 미술관이다. 1층에는 1전시실과 휴게실, 2층에는 2, 3전시실이 있다. 입장료는 5000원, 입장료에는 향 좋은 원두커피 값이 포함되어 있다.
1, 2전시실에서는 4월 5일부터 박돈 원로 화백의 70년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토속적인 질감이 전해지는 유화 작품 속에서 거장의 숨결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았다. 2전시실에는 박돈 화백의 최신작이 전시 중이다. ‘천지의 노래’, ‘해돋는 천지’ 등 말과 소년, 해를 주제로 그린 그림에 자꾸 눈길이 간다. 같은 주제 같지만 크기와 색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난다. 작품 ‘흰 탑의 꿈’, 그림 속의 새가 꿈결같이 날아갈 것 같다. 의미깊은 작품들, 거기에 전시관 한가운데 수북하게 꽂힌 백합의 향에 코끝까지 향긋하다.
3전시실에는 이용 관장의 유화가 전시 중이다. 노랗고 푸른, 봄빛같이 밝은 색감이 캠퍼스마다 가득하다. 작품 옆 넓은 창에 보이는 벚꽃은 그대로 또 다른 작품이 된다.
전시실을 모두 구경하고 1층 휴게실로 내려왔다. 운치 있는 좌석과 향긋한 커피 내음이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져 유명 카페가 부럽지 않다. 넓은 통유리창에서 쏟아지는 햇살, 창 너머 정원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유로워진다. 그림과 커피, 초록빛 정원, 마음이 벅차다.
4월 19일 브릿지 콘서트, 우리 지역에서 만나는 예술의 향연
가원 미술관 뒤쪽으로는 미술 작업공간인 아틀리에로 통하는 오솔길이 연결되어 있다. 조용하면서 고즈넉한 길. 정성스레 쌓은 계단을 내려가면 아틀리에다, 가원 미술관의 아틀리에는 현재 열 명의 여성화가들을 위한 공동 작업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수채화 및 유화강좌가 진행된다, 이용 관장에게 1:1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가원미술관 관계자는 “취미로 활동을 시작했던 분들이 세월이 가면서 화가로 성장해서 개인전을 여시는 분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4월 19일(토)에는 특별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다름 아닌 2014 가원미술관의 첫 브릿지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가원미술관의 브릿지 콘서트는 과천 토박이들에게 품격 높은 하우스 콘서트로 이미 유명하다. 4월 19일 브릿지 콘서트에서는 국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violinist 김민희 교수와 pianist 김진겸 교수의 열정적인 연주로 스페인의 활기찬 무곡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2만 원. 콘서트 입장은 예약으로만 가능하다.
가원미술관 관계자는 “아름다운 그림과 음악이 흐르는 무대를 직접 눈앞에서 오감으로 느낄 좋은 기회”라며 “미술관 정원에 핀 봄꽃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봄 향기 가득한 4월의 축복 같던 가원미술관, 앞으로의 일정이 더 기대된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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