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울려 사는 삶, 이게 사람 사는 맛 아닌가요?”
신사동 가로수길, 종로 인사동 등은 저마다의 색깔을 지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색거리입니다. 우리 지역 가까이에도 이제 막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가며 사람들을 맞이하는 곳, 파주 문발동 공방거리가 있습니다. 평범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점이 매력인 동네, ‘심학산 옆 골목잔치’가 열리던 날. 문발동 공방거리를 찾아보았습니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숨은 보물 찾듯 골목 안쪽 마다 자리한 공방 찾는 재미 가득
문발동 공방거리. 다세대 주택이 즐비한 이 거리가 ‘공방 골목’으로 그 색깔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3년여 전 쯤이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다. 이곳에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그 느낌이 좋아 옆에 공방을 내고, 그 공방을 찾아왔던 이가 다시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한동네 이웃들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목 안쪽 마다 자리 잡은 공방과 카페들은 각자만의 향기를 가지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이 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가고 있다. 되살림 바느질 공방, 도자기 공방, 목공방들을 비롯해 소박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자리해있다.
온 동네가 들썩들썩, ‘심학산 옆 골목잔치’
지난해부터 문발동 공방거리는 작은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심학산 옆 골목잔치’. 해마다 봄, 가을에 동네 주민들과 공방들이 골목으로 나와 한데 어우러져 노는 시간이다. 바느질 공방 ‘손길’ 이정은 대표는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형식도 굳이 필요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골목잔치는 문화 예술을 통해 이웃들과 소통하고,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다”고 소개했다. 그 취지가 좋아서 비어있는 건물 공간을 내어주는 주민도 있고,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내어주는 음식점 주인도 있다. 포스터와 마을 지도도 참여자들의 재능 기부로 함께 만들어졌다.
지난 9일, 토요일에는 세 번째 잔치가 열리던 날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쌀쌀한 기운이 가득한 날이었지만, 거리에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했다. 비 때문에 실내에서 진행된 잔치는 체험과 전시, 장터로 꾸며졌다. 나만의 티셔츠, 가방 꾸미기, 나무 목걸이 제작 등 손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고, 한 편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 전시, 교하의 옛 사진전, 벼룩시장 등이 진행됐다. 가족과 함께 찾았다는 후곡마을 성재훈 씨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찾아와봤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이 훈훈하다. 어릴 적 동네에서 놀던 기억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파주시의정감시단 활동을 알리기 위해 잔치를 찾은 임규내 씨는 “골목 사람들이 단합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즐겁고, 감동적이다. 이게 마을의 진짜 모습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심학산 옆 골목잔치는 상업성을 배제하고자 한다.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그로 인해 즐거움을 찾으면 그만이다. 이정은 대표는 “예술도 점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문화가 상업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문화를 통해 사는 재미를 함께 누리고 살았으면 한다. 공간과 시간을 즐겁게 공유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이 잔치의 의미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방 대표들은 올해 초 공예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한 새로운 문화적 시도, 지역 문화예술교육사업,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며 공예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곳에 한 번 들려보세요>
■ 카페 ‘커피 발전소’
북카페 커피발전소는 골목의 터줏대감이자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그 분위기에 매료돼, 근처에 다시 가게를 낸 이들이 많다. 어릴 적 읽어봤음직한 만화책부터, 다양한 인문학 서적, 소설책들은 낡긴 했지만, 그만의 정취를 가득 풍기고 있다. 교하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번 책을 교체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교하도서관의 서재’ 코너도 눈길을 끈다. 핸드드립커피, 더치커피 등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한다. "화려한 시내와는 달리, ‘동네’스러워 이 골목이 좋다“는 주인장의 말처럼, 편안한 추리닝 차림에 들려도 언제나 좋을 동네 카페다.
문의: 070-4133-9462
■ 목공방 ‘Choi''s Wood Studio''
유러피언 스타일 목공방 ‘초이스 우드 스튜디오’는 다양한 목재를 이용해 가구와 다양한 생활소품들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이다. 최락경 대표는 “DIY 수업을 통해 페인트칠을 포함한 기본 베이스 과정을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제작실을 오픈해 둠으로써, 언제든지 방문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원하는 디자인과 재료로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근처 카페를 찾았다가 이 거리의 느낌이 좋아 공방을 열게 됐다는 최 대표. “문발동 공방거리는 ‘창의’가 숨 쉬는 거리인 것 같다. 새로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문화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고 전했다.
문의: 031-943-1387
■ 바느질 공방 ‘손길’
바느질 공방 ‘손길’은 규방공예, 재활용바느질, 일반소품제작, 뜨개질 등 다양한 바늘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되살림 바느질 공방 ‘수다놀이터’가 이곳으로 자리하면서 새롭게 이름을 달았다. 이정은 대표는 “‘되살림’을 통해 물건을 되살리고, 환경을 되살리고, 나를 되살리고자 하는 편안한 공방이다”고 말한다. 수다를 떨며 서로 삶을 공유하고, 재미를 찾아갈 수 있는 장소라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의상 제작의 기초부터 고급 드레스 과정을 배울 수 있는 ‘본벨’도 함께 자리해 있다.
문의: 031-942-0537
■ 그릇공방 ‘作’
도자기 공방 ‘作은 그릇, 화병 등 작은 일상 소품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정성스럽게 구워낸 자기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품의 전시, 판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 과정도 마련했다. 성인반, 어린이반, 청소년반,가족반을 비롯해 입시반, 장애우를 위한 수업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초 성형에서부터 유약 바르기, 가마 불붙이기 등 도자기 만들기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일산에도 공방이 있지만, 이젠 문발동 공방이 주요 작업터가 됐다는 김연희 대표는 “이 곳 사람들은 자유로움이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삶을 즐길 줄 알고, 소박한 동네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이곳은 참 매력적이다”라고 전했다.
문의: 070-8823-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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