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보기 좋다는 말이 겉모양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마음과 정성이 묻어나야 한다는 뜻. 그래서일까? 보기 좋은 음식을 만나면 만든 이가 궁금해진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 음식을 만들었을까?
화려하지 않지만 기품이 있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자꾸 손이 가는 ‘떡하니’의 떡을 만나는 순간, 바로 그랬다. 이 떡을 만든 사람은 과연 어떤 분일까? 깊은 가을 정취 가득한 공방에서 떡하니 행복을 빚고 있는 이영애(63)씨를 그렇게 만나봤다.
자연과 함께 하는 ‘떡하니’
조양리 작은 산자락 앞에 자리 잡은 ‘떡하니’. 깊어지는 가을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전원에 담쟁이와 덩굴이 어우러진 콘크리트 건물의 문을 열면, 그 안에서 행복을 빚고 있는 이영애씨를 만날 수 있다.
건축가인 남편의 작품 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빚으며 행복을 나누는 이영애 씨. 25년간 누군가의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서만 살다가 떡하니 시작한 것이 바로 ‘떡하니’였다. “엄마로서의 삶에 올인하다가 아이를 대학 보내고 나니 정말 허전했습니다.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죠.”
하지만 그녀에게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생각들이 있었다. “자연 속에 살다보니 점점 논이 없어지는 풍경을 보게 되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요. 그런데 예전에 저에게 떡케이크를 알게 해준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느리고 작고 불편하게 사는 느작불 운동을 하는 친구 덕분에 떡을 배웠거든요. 그때 친구가 만들어준 유자밤설기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서양의 할머니들이 손자손녀 생일 때 케이크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할머니로서 떡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어 떡을 배웠다는 그녀. 바로 그 떡이 떡하니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해 준 것이다.
맛 뿐 아니라 행복을 전하는 ‘떡하니’
창밖의 가을 분위기에 너무나 어울리는 유자밤설기케이크 만들기가 한창인 ‘떡하니’. 떡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곳에 오면 나이가 적건 많건 모두 소녀가 되요. 나를 위한 시간, 행복한 시간이죠.” “쌀가루 만지는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마음이 편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들죠.”
떡 하나 만들기 위해 시내에서 먼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올까? 사실 공방을 열기 전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이영애씨는 살아있는 자연과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집을 선택했다. “사람들이 저희 집에 오면 오래 머물고 싶어 해요. 떡이라는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집이 주는 볼거리와 앞마당에 나가 차 한 잔 마시며 음악 듣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덕분에 그녀의 제 2의 인생은 많은 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사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생면부지의 사람들과도 편안히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 떡이 좋아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렇게 세상사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떡하니’ 그곳의 맛과 멋이 궁금하다면
‘떡하니’의 사계절은 그만의 멋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이영애씨의 살아온 이야기가 함께 해서 따뜻하고, 재철 재료를 이용한 세상에서 하나 뿐인 떡케이크를 직접 만든 후 가져갈 수 있어 좋다. 춘천보다 서울에 입소문이 나면서 춘천 하루 여행 코스 중 ‘떡하니’를 찾을 정도.
‘떡하니’ 그만의 그곳의 맛과 멋이 궁금하다면 팀을 만들어 예약하면 된다. 요즘 같은 계절엔 제철인 밤과 진한 향의 유자를 함께 한 설기케이크가 제격. 꽃 송편, 쌀월병, 찹쌀 타르트도 인기가 많다.
“저만의 공간이었던 이곳에 많은 분들이 와서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해집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 떡하니 잘살게 될지 몰랐어요.(웃음) 초심을 잃지 않고 정성을 다하고 싶습니다.”
문의 010-8822-1162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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