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는 패션으로만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 미술 건축을 비롯한 서양예술을 꽃 피운 곳이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 인간은 아름다움을 찾는다. 미의 추구, 즉 예술이다. 미(美)를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밀라노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였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자연히 미의 경지도 높았다. 많은 걸작을 유산으로 남겼고, 지금도 세계 음악 미술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에 유학 가는 한국 학생은 대개 두 부류이다. 하나는 패션이고 또 하나는 음악이다. 내가 가 본 극장은 라 스카라 극장이다. 영화관이 아니다. 극장과 영화관은 다르다. 극장은 ‘Teatro’이고 영화관은 ‘Cine’이다. 극장도 연극만 하는 극장이 있는가 하면 오페라를 주로 하는 극장도 있다. 라 스카라 극장은 오페라만 하는 극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극장이다.
걸작 오페라, 푸치니 ‘나비부인’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라 스카라 극장에서 1904년에 초연했다. 우리나라의 국립극장은 1950년 4월에 창단했다. 나비부인 공연 100주년을 맞아 2004년 12월에 한국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을 했다. 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S석 10만원이었다. 나비부인은 1904년 2월17일 라 스카라 극장에서 초연, 1905년 영국 Royal Opera House, 뉴욕 Metropolitan Opera House 1907년 미국과 파리에 공연했다.
미국인과 일본 여인의 사랑이야기이다. ‘유리를 불어서 만든 것 같이 그 가냘픈 몸, 나비와 같이 자유롭게 날다가 쉬는 여린 자태로…’ 했던 동양여인의 애절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작품으로 오페라 중에 가장 인기가 높고 공연을 많이 한 걸작이다. 해마다 세계 유명극장에서 공연한다.
미국 해군장교와 일본 게이샤의 이야기
미국 해군 장교가 나가사키 기지에 들어와 일본 여성, 기생 게이샤 ‘초초’와 결혼을 하고 떠난다. 미국 해군중위, 핀크톤에게 그 사랑은 스쳐가는 하룻밤의 풋사랑이었다. 핀크톤 중위는 미국에 돌아가서 미국 여자 ‘게티이트’와 다시 결혼한다. 3년 후 군함으로 핀크톤 중위는 나가사키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 배안에 핀크톤은 미국에서 결혼한 백인 부인과 동행했다.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오직 당신만을 기다리던 ‘나비부인’을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한때 근무하던 추억의 되살리기 위해 찾아오는 길이다.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 나비부인은 돌아오는 남편을 위해 집안 정원에서 길까지 사쿠라 꽃을 뿌리고 돌아오는 남편을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그러나 돌아온 남편은 3년 전의 남편이 아니라 부인을 데리고 온 다른 남자였다. 실망한 나비부인은 ‘영예롭게 살지 못했다면 죽음으로 영예롭게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핀크톤 중위는 그제야 뉘우치고 나비부인의 시신 위에서 통곡한다. 막이 내린다.
동양의 근대화는 서양화를 의미
아시아의 서구화와 근대화는 아편전쟁(1842) 명치유신(1868)으로 시작된다. 서양에서 들어온 근대화는 가치의 기준도 서구화 했다. 서양에로 가치가 돌아간다. 서양의 것은 강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일본은 개화기로 접어든다. 일본은 서양의 것이면 모든 것이 좋았던 가치관이다. 동양의 근대화는 서양화를 의미한다. 일본은 음력도 한의학도 모두 포기했다. 푸치니(1854~1924)는 20세기 전환기의 사람이다. 푸치니는 이탈리아 전통음악의 마지막 세대이고 대표작 ‘나비부인 Madame Butterfly 1904’ ‘투란도트 Turandot 1924’ ‘라 보엠 La Boheme 1896’ ‘토스카 Tosca 1900’ 등이 있다. 밀라노 사람 대대로 음악가의 집안, 가업을 잇기 위해 음악을 공부했다.
라 스칼라 극장의 빛과 그늘
라 스칼라 극장은 당일 가서 표를 살 수 있는 수준의 극장이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2015년 좌석을 벌써 예매하고 있었다. 좋은 자리, 팔코 센트럴(Palco centrale)은 1년 예매 값이 2천만원 정도 한다. 주로 오페라이고 발레공연도 있다. 좋은 자리는 밀라노에 있는 외국상사들이 매표해 두었다가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한다. 스칼라 극장은 하도 유명하여 좋은 작품이 아니면 공연이 안 되지만, ‘라 스카라’극장에서 공연만 했다 하면 유명한 작품이 된다. 그러나 밀라노의 스카라 극장은 국립극장이다. 경영이 어렵다. 국가에서 재정지원을 한다. 서양의 종합예술이라던 오페라의 인기는 옛날 같지 않다. 가수가 취직이 안 되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생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밀라노의 유명한 베르디 음악학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학생이 아니면 문을 닫을 형편이라는 이상한 소식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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