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와동초등학교(교장 안신웅)에는 학부모 독서동아리회가 있다. 22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이 모임은 매주 금요일 아침 1~3학년 교실에 들어가 책을 읽어 준다. 또 13명의 어린이기자단을 모집해 와동초 어린이신문도 만든다.
독서모임 안에 소모임을 두고 스릴러 등 취향에 맞는 독서를 함께 한다.
지난 9월 29일 교내 독서 주간에는 학생들 앞에서 연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무대로
지난해 교내 독서 주간에 와동초 학부모 독서동아리회는 학생 디베이트 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전체 학생들과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는 모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연극을 하기로 했다. 잘 알려진 나무꾼과 선녀에서 모티브를 얻어오되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두루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넣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그 유행어도 적극 활용했다. 무엇보다 22명의 회원들이 스텝부터 연기까지 빠짐없이 참여한 것이 뜻 깊었다.
이야기만 선녀와 나무꾼일 뿐, 이들이 연기한 작품은 그야말로 새로운 이야기였다. 철없는 나무꾼이 선녀를 만났지만 열심히 살지 않았다. 선녀는 실망해 나무꾼을 떠나려고 했고 사슴이 마지막 기회를 주면서 나무꾼이 달라지는 내용이다.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코믹하게 풀어내 아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선녀 역할을 맡은 학부모 주희진씨는 연극 공연 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본을 받아들고 보니 선녀 대사가 제일 적었어요. 외우는 게 자신없어 손을 들었는데 하고 나니 자신감을 얻었어요. 제가 무대에서 즐겁게 하니까 아이도 ‘엄마가 하는데 나는 왜 못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밥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느끼게 된 것 같아요.”
학부모가 보여주는 교육
집에서 각자 자녀들에게만 읽어 줄 수도 있지만 학교에 나와서 여러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는다. 남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러갈 수도 있지만 직접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와동초 학부모 독서동아리회는 조금은 번거로울 수도 있는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이들을 이끄는 것은 어떤 힘일까.
학부모 송민경씨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보통 엄마들이 자녀 교육하는 것과 목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가치를 보시는 분들이 모여 있어서 기뻤어요. 강남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파주는 시골이라고 무시하던 친척들도 우리 독서 모임 이야기를 듣더니 선진국형이고 미래적인 엄마들의 모임이라고 했어요.”
처음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어줄 때는 전날 밤 잠도 못 이룰 만큼 떨었다는 송민경씨. 연극을 준비하는 기간에 막내가 유치원을 그만두는 등 변수도 생겼지만 ‘봉사라도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대를 끝까지 지켜냈다.
남자 주인공 나무꾼 역할을 맡은 윤세진씨의 활약은 특히 돋보였다. 윤씨는 아이 등굣길이나 학원가는 길에서도 중얼중얼 대사를 외우며 아이에게 핀잔을 들을 만큼 연습하고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행동을 연구했다. 멋진 무대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큰 애가 내성적이에요. 낯도 많이 가리고. 그런데 연극을 하고 나서 못하더라도 주인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학교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겠다고 손을 들었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구나 느꼈어요.”
엄마의 참여는 학교를 바꾼다
연극은 끝나고 다시 책읽어주는 어머니 선생님으로 돌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 책을 읽어주는 것이 전부인데도 와동초 아이들에게 어머니 선생님은 작지 않은 존재감을 지니는가 보다.
“1학년 친구들이 제 두 손을 잡고 말해요. 왜 선생님네 아이 반에서 안 읽어주시고 우리 반에 들어와서 읽어주시냐고. 천진난만하게 물어보는 그 모습은 자신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아는 눈빛이었어요. 작게 생각하면 스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그렇게 말해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학부모 양혜진씨의 말이다. 우리 엄마는 학교에 못 오지만 다른 친구의 엄마들이 와서 우리에게 사랑을 담아 책을 읽어준다는 것을 느낄 때의 기쁨. 마음은 통하기 마련인가보다. 학부모들도 ‘내 아이와 함께 자라는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준단다.
와동초 사서 윤승신씨는 “학부모들과 함께 기자단을 하면서 내성적인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았다. 참여하는 학부모의 자녀들 뿐 아니라 전체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학부모 신이렌씨는 “집에서 살림을 하다 나와서 책도 읽고 신문도 만들고 연극도 하면서 나를 찾아가고 어린이 그림책 작가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도 꾸게 됐다. 앞으로는 전교생 모두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도록 많은 어머니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 아이에게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시작한 모임이 결국 나를 살리는 기회가 됐다. 학교와 학부모의 만남. 이보다 더 긍정적일 수 있을까.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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