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우리는 형제입니다’

슬픔을 비틀어 웃게 하다

지역내일 2014-10-24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보다 보면 ‘웰컴투 동막골’이 떠오른다. 목사와 무속인의 만남, 남한군인과 북한군인의 만남.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주는 페이소스로 이야기는 풀려간다. 그리고 동화적 배경과 음악은 슬픈 현실을 무디게, 때론 예쁘게 느끼도록 혼란에 빠트린다. ‘웰컴투 동막골’에서 여일(강혜정)이 동화적 분위기를 이끌었다면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는 승자(김영애)가 극에 따뜻한 드라마를 입힌다. 그러고 보니 장진 감독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어야 세상을 예쁘게 본다고 생각하나보다. 꽃을 달고 있던 동막골 소녀처럼 치매에 걸린 어머니 덕분에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말랑말랑한 감성을 품게 된다.  

영화


현실은 영화 그 이상의 잔혹동화
극중 조진웅이나 김선균의 코믹 연기가 살아서 그렇지 두 형제의 30년만의 만남은 사실 칼부림이 나도 어색할 것 없는 극적인 상봉이다. 목사와 무속인이라니. 게다가 동생 하연(김성균)은 형에 대한 오해를 30년간이나 품고 있었던 인물이 아닌가. 리포터가 방송작가 시절 TV 아침방송에서 헤어진 가족을 찾는 프로그램을 구성한 적이 있었다. 추석이나 설이 되면 사람들은 수십 년 만에 만난 가족들의 뒷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특집은 불과 몇 번 하지 못했다. 보여줄 만한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내기 위해 이런저런 선택을 하면서 가족들은 보이지 않은 채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나만 버려진 것 같고, 나만 고생한 것 같고, 나만 힘든 것 같기에 떨어져 있는 가족에 대한 원망이 커진다. 상연이나 하연이 종교인이 된 것도 어찌 보면 그 슬픔이 거름이 된 탓인 것 같다. 인력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거대한 삶의 무게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자기 방식대로 각자의 삶 속에서 만난 신에게 매달린 것은 아닐까?  

형제


화려한 카메오들의 향연
조진웅과 김성균의 케미도 화제지만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화려한 씬 스틸러들의 등장은 영화의 기대를 한껏 높여준다. 먼저 SNL의 스타 김민교는 견인차남 역을 맡았다. 그는 고속도로 위에서 헤매고 있는 엄마 승자를 태워주며 특유의 동공 연기를 선보인다. ‘신세계’에서 연변거지, ‘친절한 금자씨’에서 교회 전도사로 등장했던 김병옥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대전 터미널의 노숙자로 분한다.
또, 원조 장진 사단으로 익숙한 김원해는 여수 경찰서의 반장으로 등장하고 소매치기 형제 조복래와 최태원, 방송국 PD 역의 이철민, 국회의원 김만재의 아들 역에 이해영 등 낯익은 배우들이 곳곳에 출몰한다. 그리고 이 많은 카메오 중의 갑은 역시 여수 돌산공원의 경비남으로 등장하는 이한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웃음도 감동도 저절로 배어나온다. 장진 감독이 처음 택한 다른 작가의 시나리오. 하지만 영화는 장진 식 코미디와 카메오들의 열연으로 무척 장진스럽게 다듬어졌다. 


장진 감독에게 여일이란?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30년 동안 헤어졌다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가 30분 만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게 되는 이야기다. 엄마가 30분 만에 사라지는 결정적인 계기는 머리를 질끈 동여맨 방송작가 여일(윤진이 분)이 제공한다. 그녀는 바로 기면증을 앓고 있는 작가였던 것. 현실이라면 ‘기면증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 중요한 출연자 관리를 맡을 수 있나?’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잠시. ‘어머니를 잃은 후에는 왜 한 번도 졸지 않지?’ 하고 궁금해 하는 것도 역시 잠시. 동막골에 있던 꽃을 단 소녀 이름이 여일이었다는데 생각이 이르자 묘한 생각이 들었다. 장진 감독에게 여일이란 뭘까? 결코 물들지 않을 순순한 사춘기의 사랑…같은 건가?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