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김경희 대표
“답답한 정치… 여성이 참여해야 바뀐다”
여성이 만족하는 생활정치, 여성의 힘으로 만들 수 있어
지난 6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우리의 손으로 대전시장, 시의원 등을 뽑았다. 그들의 수많은 공약 속에서 제대로 지켜질 공약들은 과연 몇 개나 될까. 또 그 공약들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이런 물음을 해 본다면, 대한민국 사람 중 한국정치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싶다. 이러한 정치불신 시대에 여성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김경희(52) 대표를 만났다.
정치는 여성과 너무 멀게 느껴진다. 어떤 계기에서 이런 단체를 꾸렸나.
정치는 여성의 생활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교육문제, 사회문제, 경제문제 등 여성의 삶과 직결되지 않은 문제가 없다.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성운동을 해오다 보니 세상은 막연히 또는 그냥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바뀌어야 결국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정치-여성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를 만들기 전 개인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1995년에 파랑새아파트 부녀회장일을 우연하게 맡게 됐다. 그러다가 1997년에 여민회에서 사무국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의가 왔다. 부회장, 회장 등을 맡으며 13년을 일했다. 2007년에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를 만들면서 대표직을 맡는 등 지금까지 대전지역에서 거의 20년간 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를 통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건가.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 싶다. 여성들의 정치의식도 바꾸고 싶다. 우리가 내세운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하게 하고, 그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또 우리사회가 성평등한 사회가 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사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것은 어렵다. 제도적으로 양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회를 바꾸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 성별영향분석평가(주: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법령·계획·사업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 평가함으로써 정부 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 여성친화도시, 성인지예산제 (국가예산이 남녀 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배분하는 제도) 등에 관한 컨설팅도 하고 그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는 현재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는 ‘건강한 생활정치’, ‘책임 있는 지방자치’, ‘성 평등한 정치문화’를 표방하며 2007년 1월 출범했다. 성평등 관점을 기반으로 지자체의 정책 수립, 세대별 여성정치리더십 함양, 정당정치의 성평등 문화 조성과 선거참여 등의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여성정치 NGO이다. 조직 내에 정책기획위원회, 지방자치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를 두고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단체에서 선거에 후보를 내고 싶다고 했다. 어떤 후보를 내고 싶은지.
지역사회에서 여성들은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체적인 역량을 가진 여성인력으로 인정받기보다 여전히 동원하는 세력으로 취급하거나, 선거에 활용되는 조직의 일원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역량이 있더라도 정당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정치인으로 발굴되거나 성장하기 쉽지 않다. 훌륭한 여성은 많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지금의 정치시스템 안에서 수용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역 활동을 하면서 역량을 키운 여성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 정치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후보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축제처럼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선거를 치루고, 당선이후 의정활동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돈으로 치루는 선거가 아니라 일상의 활동이 정치활동으로 연결되어 정책과 예산을 관심에 두고 활동하는 생활정치를 구현하고 싶은 것이다.
정치가 낯선 여성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예전 한 강의에서 어떤 주부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질문 했더니, ‘건강, 돈’이라고 했다. 그런데 월급 받은 다음날이면 돈은 기타 공과금, 사교육비, 병원비 등으로 다 나가버리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묻기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이나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말했다. 정치는 결코 주부·여성들과 먼 것이 아니다.
정치란 보다 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활동이다. 거대담론이 아닌 생활정치부터 눈을 떠가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이제는 정치에 많이 참여하고 경험했으면 좋겠다. 여성의원이 되고 싶은 분은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꿈을 실현해 가길 바란다.
이주은 리포터 gdwriter@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