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섯이나 낳았느냐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특별한 계획이나 남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냥 우리 집에 온 아이, 축복이라 생각했습니다.”
남들한테만 들은 게 아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도 ‘셋이면 충분하다’고 만류했다. 요즘 애 키우는 게 쉽지 않다고. 하지만 엄마 김은경(44·마천동)씨, 아빠 정광민(46)씨에게는 아이는 그저 ‘축복’이고 ‘행복’일 뿐이었다.
“여섯 명의 아이를 낳기를 잘 했다고 생각될 때가 언제인가요?”란 우문에 단번에 “언제나요!”로 현답을 내놓은 엄마 김씨. 송파 육남매가 만들어가는 하루하루를 소개한다.
‘독수리 5형제’에서 이젠 ‘육남매’
2013년까지만 해도 이들은 ‘독수리 5형제’였다.
“그거 아세요? 독수리 5형제에 여자가 한명 포함되어 있다는 거요?”
남자아이 넷에 여자아이 하나, 정확하게 독수리 5형제 조합이었다.
더 이상 독수리 5형제가 될 수 없었던 건, 지난 1월 막내가 태어나면서부터다.
희연(19), 다윗(11), 요셉(9), 바울(7), 다니엘(5), 그리고 여호수아(1).
이제 자칭타칭 ‘육남매’로 불리는 그들이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이 절대 헷갈리지 않겠지만, 이름 외우기를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간혹 1번, 2번, 3번식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나이에서 볼 수 있듯이 2번, 3번, 4번, 5번은 찰떡궁합이다. 뭉쳐 다니는 ‘초딩군단’을 보며 약간의 외로움을 느낀 1번 희연이는 6번 여호수아가 태어났을 때 그 누구보다 좋아했다고. 18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을 그 누구보다 잘 보살피는 첫째다.
교육, 공부하는 분위기와 스스로 공부하는 힘 중요
아이가 한둘인 집에서도 자녀 교육비는 언제나 부담일 수밖에 없는 현실. 육남매의 교육이 궁금했다.
“첫째와 둘째 터울이 많이 나잖아요. 저도 희연이 땐 엄청나게 쏟아 부었어요(웃음). 근데 아이가 많이 태어나서가 아니라, 아이가 고3이 되고 보니 엄마욕심이 아이에게 ‘득’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대부분 다른 엄마들은 후회하는 데 그치지만 김씨의 경우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아이를 키울 기회가 다섯 번이나 더 있지 않은가.
그녀는 “결국 공부하는 습관과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되도록 공교육과 집, 그리고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아들 넷은 거의 매일 도서관을 출입한다. 예전에 도서관이 멀리 있어 책을 빌려와야만 했지만 집, 근처에 소나무언덕3호 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도서관 방문이 더 편해졌다.
“도서관 갔다 올게”
육남매 집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학교방과후 학교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또, 마천청소년수련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컴퓨터, 음악줄넘기, 주산, 원어민영어 등 배우는 과목도 다양하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엄마와 둘째 다윗의 몫이다. 첫째 희연이는 고3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
김씨는 “아이가 많다보니 한명이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도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바울과 다니엘도 형들이 공부하면 당연히 그 시간은 공부를 해야 하는 줄 알고 있다”고 했다.
육남매를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집만의 규칙’도 만들어졌다.
순서를 정하는 건 기본. 엄마, 아빠가 한번 정해준 규칙은 아이들 스스로 타협해가며 자신들이 지켜나가야 한다. 컴퓨터를 할 때 순서를 정하고 타이머를 작동시켜 정확한 시간을 지키는 것도 아이들 스스로가 만들어냈다.
모든 일에 규칙과 약속을 만들고 아이들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이 습관이 된 가족이다.
바람 많은 가지라 배려와 사랑 저절로 배워
엄마는 더 부지런해져야 했다.
한 번에 해야 하는 음식량도 많고 설거지, 빨래 양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
먹는 스케일 자체가 여느 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밥을 싸도 20줄은 싸야 하구요, 생일날 케이크를 사면 늘 모자라죠. 남들은 생일날 케이크가 남아 냉장고에 넣어둔다고들 하는데, 우리 집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닭볶음을 해도 큰 닭 2~3마리는 볶아야 하고요.”
아이들은 이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려와 양보의 마음을 갖게 됐다.
“넘쳐나는 것만이 최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옛말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라 더 배려심과 서로에 대한 사랑 같은 걸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프지만 않으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육남매 엄마라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엄청난 빨래. 매일매일 쉬지 않고, 많게는 하루에 2~3번 돌아가는 세탁기가 엄마의 바쁜 생활을 말해준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은 김씨다.
“육남매를 키우다보니 시간계획을 세우는 게 습관이 됐다”는 그녀.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간 오전 시간에 DIY 소품 만들기를 할 정도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됐으면
매일매일을 절친처럼 붙어 다니는 4형제의 우애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물론 투탁거리며 싸우고 삐칠 때도 있지만 이들 4형제가 뭉치면 정말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조합’이 완성된다.
“한번은 다윗이 1주일간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간 적이 있었어요. 마지막 7일 때 동생이랑 화상통화를 하는데 넷이서 울고 난리가 난 거에요. 형한테 보낼 동영상을 찍는데도 얼마나들 우는지. 울면서 ‘형 빨리 돌아와’라고 하는데 남들이 보면 뭔 큰 이별이라도 한 줄 알았을 거예요.”(웃음)
사랑이 넘치는 아이들. 그걸 보며 더 사랑을 느끼는 엄마, 아빠.
김씨는 “아이들에게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또 믿는 게 전부죠.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지금처럼 사랑이 가득한 아이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가족이기에, 또 형제들이기에 사랑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었으면 합니다.”
엄마 김씨는 이런 모든 바람을 한데 모아 오늘도 아이들의 손 하나하나를 잡고 기도를 한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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