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이성민 영동일고 2학년

신소재개발이 목표인 피아노 치는 남학생

지역내일 2014-10-22

본인 스스로 ‘조용하고 주장이 강하지 않으며 주변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걸 선호한다’는 이성민군. 뿔테 안경 너머의 착한 눈빛과 살짝 내비치는 웃음 속에서 선량함이 느껴지는 그와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영동일고의 ‘수재 포스’가 감지됐다.

이성민


학습 플래너는 이군의 ‘고교생활백서’
‘이성민표 공부법’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슬며시 학습 플래너를 꺼내 보여준다. 두툼한 노트에는 고교 입학 이후 지금까지 매일 매일의 일상들이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수업 시간에 한 번도 졸지 않았다’, ‘아침에 제일 먼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처럼 소소한 칭찬 한마디부터 ‘탁구 하느라 수학 학원에 지각했다’, ‘할 일을 미루고 휴식을 취했다’ 같은 반성의 문구, 과목별 공부 내용까지 빼곡히 적어 놓았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그날 배운 걸 정리해요.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스케줄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요. 하루 평균 3~4시간씩 혼자 자습하는 시간을 할애하려고 애씁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군의 학습 플래너 안에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려는 자기 성장의 욕심과 물 흐르듯 한결같은 끈기가 읽혀졌다. “중3 겨울방학이 전환점이 됐어요.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내가 뭘 잘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더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때부터 한눈 팔지 않고 책에 집중했어요.”
중학 시절 내내 그를 괴롭혔던 영어 혐오증을 극복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팝송을 자주 듣다보니 가사에 관심을 두게 돼 우선은 영어 단어부터 외웠어요. 단어 실력이 차곡차곡 쌓이니까 문장 독해의 실마리가 풀렸고 ‘대충 해석’이 아니라 ‘정확한 의미 파악’을 위해서 문법이 벽도 넘을 수 있었지요.”


피아노 치며 배운 끈기
고교 입학 후 이 군이 두각을 나타나게 된 비장의 무기는 ‘끈기’. 이건 피아노로 다져진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귀띔한다.
“초등 1학년 무렵 피아노를 배우게 됐는데 처음엔 엄마가 시키니까 별생각 없이 왔다갔다만 했어요. 그렇게 5년쯤 지나니까 재미가 붙었고 그만 두라는 엄마의 성화에도 꿋꿋하게 버틴 덕분에 잘 치게 됐고 지금까지도 배워요.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심할 때 피아노는 소중한 ‘숨구멍’인 셈이지요. 쇼팽의 ‘대양’이 애창곡입니다.” ‘재능 더하기 연습’으로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꿔나가는 1만 시간 법칙을 실천하는 아웃라이어의 싹이 이군에게서 엿보였다.
그의 꿈은 신소재공학 연구원. 어릴 때부터 가지고 놀던 레고 블록이 로봇 조립으로 이어졌고 점점 건축, 항공, 우주 영역까지 확장됐다고. 그는 “과학이라는 관심사를 따라 여러 분야 책을 읽다보니까 신소재란 흥미의 교집합과 만나더군요. 소재 분야는 내 적성에도 맞고 모든 기술의 근간이라 전망도 밝아요. 가볍고 단단하면서 비용까지 저렴한 신소재 개발을 위해 선진국들마다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류 손실이 없는 상온초전도체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과학의 관심이 신소재 흥미로 이어져
동아리 활동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한우물을 파고 있다. 여럿이 팀을 이뤄 ‘압전소자의 원리와 활용사례 조사, 활용방법 연구’, ‘교량의 형태에 따른 강도 비교 실험과 원리 탐구’ 같은 연구 보고서도 차근차근 선보이는 중이다.
“팀 작업은 혼자 하는 공부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관련 자료 찾아보고 여럿의 지식을 더해 시너지를 내며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뿌듯함, 여기에 다양한 실험까지 해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사회성까지 기를 수 있거든요. 최근에는 교량 강도 실험을 해봤는데 트러스트부터 아치형, 단순형 다리 여러 개를 직접 만들어 비교실험을 했어요.” 연구 보고서를 보여주며 결과물을 설명하는 이군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과학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원인을 규명해 나갈 수 있는 ‘논리성’이 매력이라는 이군.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전진하는 모습이 듬직해 보였다.
 


후배를 위한 이성민의 고교생활 팁


내신 대비, 수업에 답 있다
시험 출제자인 과목 선생님 수업을 소홀히 하고 학원에서 내신을 대비한다는 건 모순이다. 수업시간에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 새로 알게 된 사실, 헷갈리는 부분을 색색깔 형광펜으로 표시해 놓고 중점적으로 복습한다. 특히 수학은 개념 숙지가 키포인트. 개념을 정확히 모른 채 문제만 푼다고 점수가 올라가지않는다.


독해력, 속독, 요지 파악 훈련을 꾸준히
국어, 영어 지문 분량이 만만치 않다. 꾸준한 읽기로 속독 훈련을 하며 글을 읽을 때는 늘 요지 찾기와 문장 구조 분석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교내 경시대회, 동아리 활동을 놓치지 말라
학교 비교과 활동을 두루 경험해 보는 것이 유용하다. 가령 이과생이라도 한국사 같은 문과 영역의 경시대회에도 참여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1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소홀히 한 게 후회가 된다. 지금은 과학동아리에서 보고서 쓰는 방식 등 여러 가지 배운 점이 많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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