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 최고 - 평송 서회전 수요모임팀
글씨 쓴다는 것,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
평송문화회관 중심으로 활동 …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전시회 열어
평송 서회전 모임은 평송문화회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서예동호회이다. 월·수·금 팀으로 나뉘어 30여명이 활동 중인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글씨를 쓰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 현재는 40~80세까지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수요모임팀을 만나봤다.
글씨 쓰는 시간이 주는 평온함
서회전 수요모임팀은 매주 수요일 오전에 모여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주로 글씨를 쓰는 것이어서 스승이 제시한 체본(스승이 글의 본을 써 놓은 것)을 보면서 열심히 임서(모방해서 쓰는 것)를 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이 채워진다. 수업시간에는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글씨를 쓴다는 것이 수련을 하는 것이어서 그저 자기 글씨를 쓰면서 수련을 하는 것이다. 이런 수련의 과정을 통해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 지는 경험을 한다. 이것이 마음을 닦는 일인 것이다.
이 모임의 스승인 정권호 선생(61세)은 그저 서예가 좋아서 이 일을 하게 됐다. 40년 동안 글씨를 쓰다 보니 대전광역시 서예대전 심사운영도,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운영도 하게 되더라는 무던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지금은 국전 초대 작가이자 대전 서예협회 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도 세 차례나 열었던 실력파다. 정 선생에게 서예에 대해 물으니 서예에는 다섯 가지의 글씨체가 있다고 한다. 상형문자처럼 그림과 글씨의 중간 정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전서와 예서, 반듯반듯 정자체의 글씨가 해서, 흘려 쓰는 것이 횡서, 횡서보다 더 확연히 흘려 쓰는 것이 초서다. 정권호 선생은 전서를 즐긴다.
협회서 인정하는 점수 12점 받아 초대작가 입문
서예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예쁜 글씨 쓰기 POP가 주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심을 받았던 데는 접근이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예는 그렇지 않다. 초대작가로 입문하기 위해서는 협회에서 인정하는 점수 12점을 받아야 한다. 보통 대한민국 서예대전이나 대전 서예대전에서 입선할 경우, 1점의 점수를 받는다. 특선은 3점, 대상은 5점이다. 12점을 채워 초대작가가 돼야 어느 정도 글씨를 썼다고 인정받고 협회의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일을 하게 되면 심사, 운영위원, 이사 등으로 등록해 활동할 수 있다.
처음 서예에 입문하면 해서인 <구양순체>를 쓰는데 1~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중국 당나라 때 태종이 임금이 되면서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내용으로 서예 입문서에 해당한다. 한자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서예를 하다보면 중국의 역사나 문화, 혹은 한자문구의 배경 같은 것들을 접할 기회가 많다.
서예로 태교&제2의 인생을 즐기는 회원 등 사연도 가지각색
서회전에는 다양한 회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총무를 맡아 크고 작은 일들을 돕고 있는 신명숙(42세)씨는 이 모임의 막내로 그림을 전공했는데 벌써 8년째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신 씨는 “서예는 자기성찰의 시간이다. 조용히 글씨를 쓰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을 경험한다”며 “그런 고요함이 좋아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서예를 하게 된 회원들도 많다. 국문학을 전공한 송은하(48세)씨는 학력고사가 끝나자마자 서예 하는 곳을 찾았다고 한다. 천방지축 중심을 못 잡고 고민이 많았던 젊은 시기, 스스로를 다잡고 성찰하고 싶은 욕구에서 글씨 쓰는 것을 선택했다.
송 씨는 “대학 때만 해도 열심히 했었는데 결혼과 출산 때문에 잠시 글씨 쓰는 것을 미뤄뒀다. 그래도 글씨 쓰는 것이 좋아 태교를 서예로 했다”고 서예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차분하게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서예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열심히 글씨 쓰며 태교했던 큰아이는 서울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20여년을 쉬다가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다시 서예를 시작했다는 송 씨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아 언제나 이곳에 온다. 송 씨는 횡서를 좋아한다.
김순남(60세)씨나 이건희(65세)는 서예를 통해 60세 이후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경우다. 특히 김 씨는 시집올 때 친정고모님의 결혼선물이 한복과 자필 천자문이었다고 한다. 고모님은 결혼하고 살림하고 자식 키우다 보면 시간에 매인다고 하시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나는 때가 오거든 자신의 자필 천자문처럼 글씨를 써 보라고 권했다. 가끔 손주들을 봐줘야 할 땐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어김없이 글씨를 쓰러 나온다.
김 씨는 “60이 넘어가는 나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안타깝고 출가한 자식들 보면서 보람도 허전함도 다 겪은 나이라 그런지 스스로에게 주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며 “또래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주부나 학생들이 글씨를 쓰러 오기도 하고 유학전 학생들이 우리 것을 알고 익히기 위해 오기도 한다. 스승이 요령을 알려주지만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어서 무한반복을 통해서만 터득할 수 있다. 무엇보다 1년에 한 번씩 하는 전시회를 통해서도 서체의 수준이 높아진다.
그림은 50부터, 글씨는 60부터라고 했다. 그만큼 글씨쓰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긴 시간 붓 끝에 집중해 마음의 조각들을 다스렸던 평송 서회전 회원들 내면의 힘, 다가오는 11월 1일부터 5일 동안 아트존 갤러리에서 이들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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