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본격적으로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
인터뷰_ 강서교육청 산하 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등원중학교 이규영 교사
중 1 진로집중학년제, 자유학기제 등 최근 중학교에서도 진로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및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는 중학교시기에 한 학기 정도는 아이들 스스로 진로를 고민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비전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처럼 진로진학이 중요해진 때, 강서교육청 산하 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원중학교 이규영 교사에서 진로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꿈을 가지면 공부는 저절로
초등학교 때까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꿈 많던 아이들이 막상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그 꿈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네 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몰라요’‘없어요’라고 답하는 아이들. 본격적으로 진로를 찾아야 하는 시기에 오롯이 ‘진학’에 맞추어 공부만 하면 되는 줄 안다.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등원중학교 이규영 교사는 이런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자 진로진학교사가 됐다. “원래 가르치던 과목은 영어였어요. 영어를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워 성적을 잘 받는 것 외에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진로진학상담을 맡으면서 아이들의 삶에 영향력을 끼치는 진정한 교사가 됐습니다.”
이 교사는 진로진학상담교사라는 제도가 있기 전부터 진로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가르치던 학생 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반에 10명씩 2반을 모아 방과 후에 영어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줬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확실한 비전을 심어주고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꿈이 생기면 눈빛이 달라져요. 아이들은 희망이 없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해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특성화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충분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꿈을 가진다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진로교육, 아이들에게 꿈과 끼를 찾아주는 것
하지만 최근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교육 기관으로 진로진학 상담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 교사. 학교에서도 비전대회나 성격유형검사, 진로흥미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의 비전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 하지만 진로교육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스펙으로 간주해 남들보다 더 좋은 스펙을 갖추려는 욕심에 사교육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진로교육은 진학을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입시경쟁의 교육에서 아이의 미래와 꿈, 적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육”이라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학년은 진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자기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학습전형검사, 2학년은 인성과 더불어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3학년은 진학에 비중을 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진행하고 있으니 학교를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권한다.
진로 찾기가 더딘 이유는
이규영 교사는 “중학교 과정은 본격적으로 진로탐색활동을 하는 시기”라 주장한다. “중학교 과정은 꿈을 확정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귀와 가슴을 열어 흥미가 있으면 부딪히면서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찾는 시기가 바로 중학교 시절입니다.”
가령 의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으면 의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의사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을 해보아야 한다. 직업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주변에 친인척 중 관심이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직업 현장에서 직접 체험을 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주변에 내가 원하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그 직업을 가진 사람과 만남을 추진할 수 있는 용기도 내야한다. 이메일도 보내보고 스스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한 번에 연락이 닿지도 않을뿐더러 만나 주지도 않아요.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들은 성장합니다.”
이 교사는 등원중학교에서는 매 방학마다 ‘진로체험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매번 상을 받는 학생들을 보면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고 소개한다. “금융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있었어요. 1곳 정도 금융체험을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방학마다 3곳 이상 체험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요. 매번 체험 때마다 만나는 멘토가 다르고 어울리는 친구가 다르고 대화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의 생각 폭이 깊어지고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진로를 찾는 게 더딘 이유는 아직 재미를 못 느꼈기 때문이란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친구들은 어떤 게임이 재미있는지 몰라요. 진로탐색도 아이들이 한 번 해보면 스스로 재미를 찾고 빠지게 돼 있어요. 관심이 생기면 당연히 즐기게 되죠.”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꿈에 대한 조금의 관심이 생기면 미적거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꿈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합니다. 잘못할까 실수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세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잘해낼 수 있습니다.”
한편 학부모들에게는 아이들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라고 당부한다. “엄마생각을 아이에게 주입하지 마세요. 아이가 엄마의 생각으로 살아요. 그런데 언제까지 아이 생각을 지배할 수 있을까요? 고등학교 이후는 자기의 생각의 힘으로 서야 합니다. 엄마의 꿈,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면 진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아이를 인정해주고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학부모진로 강의도 듣는다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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